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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수술실

3.5평의 작은 수술실 안에서는 더 강해지고 싶은 남자의 욕망과, 언젠가 다른 수컷에게 내 영역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넝쿨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 현장을 공개한다.<br><br>[2008년 9월호]

UpdatedOn August 22, 2008


Editor 이기원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페니스 크기에 대해 어떤 두려움과 자부심을 동시에 가진다. 그건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말과 같이 ‘평생을 상상 속 수컷들과 침대에서 싸워야만 하는’ 수컷들의 불쌍한 심성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친구가 했던 농담 같은 고백이 생각난다. 피렌체 여행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본 그 친구는 아름다운 곡선이나, 시간을 초월하는 영적 아름다움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저 녀석 서양놈치고는 작네 하는 쩨쩨한 안도감에 마음이 편안해졌단다. 서로 킬킬거리며 웃기는 했지만, 나는 친구의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나 역시 그런 유치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우리 시대의 남자들은 불쌍하게도 너무 많은 포르노그래피에 노출되어왔다. 어린 시절, 벽이라도 뚫을 기세로 발기되던 흑인들의 그 가공할 만한 물건을 보며 콤플렉스를 가졌던 남자들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그건 분명 상대적으로 왜소한 동양인의 성기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지금도 남자들은 샤워장에서 서로의 페니스를 훔쳐보며 비교하느라 눈알을 굴리기 바쁘다.

그 시선 안에는 더 큰 페니스를 가진 녀석이 더 많은 여자를 만나, 더 많은 섹스를 하고, 상대를 애걸복걸하게 하고 말 것이라는 본능적인 질투가 담겨 있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남성의 성기 신화는 좀 더 발전적으로 계승됐다. 비록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페니스나, 전후반 90분을 뛰고도 멀쩡한 지구력을 타고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그 약점을 보완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발전한 외과 수술 기법은 남자들에게 패자 부활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지금 그 은밀한 수술에 대한 광고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류의 정보와 수술 방법은 검색창에 ‘비뇨기과’라는 한 단어만 쳐 넣어도 줄줄이 흘러나온다. 다만, 나는 수술실 안의 피가 흥건한 그 긴장감, 두려움과 기대의 실체가 궁금했다.

강남의 한 비뇨기과. 평일 낮인데도 대기실에는 꽤 많은 남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모두 성기 수술을 받기 위해 온 것은 아닐 테지만, 곁눈질로 조심스럽게 서로 얼굴을 살피는 눈빛에서는 견제와 공감대가 함께 묻어 있었다. 곧 남성 수술의 권위자인 코넬 비뇨기과의 조은석 원장이 친절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남성 수술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조루와 음경확대 그리고 발기부전술.

조 원장은 수술을 받는 특정 연령대는 없다고, 대신 연령대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고 했다. 20~30대는 주로 조루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중장년은 왜소한 크기를 더욱 크게 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말이다. 가장 빈번한 문의는 역시 조루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미처 장작불이 타오르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어버리는 남자들의 숫자는 꽤 많았다. 그리고 나는 때마침 정관술과 조루술을 동시에 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간 환자의 수술에 동참할 수 있었다.

수술실에 누워있는 남자의 페니스를 바라보는 기분은 솔직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소독을 위해 사타구니 주변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광경은 마치 썩은 바나나 껍질을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줬다.

하지만 일단 수술이 시작되자 그 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됐다. 음경과 귀두 쪽에 마취 주사를 놓은 뒤 의사는 음낭을 갈라 핀셋으로 뭔가를 끄집어냈다. 정관이었다. 당연히 핏줄 같이 붉은 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몸에 흰색 관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관을 자르고 끝을 인두로 지진 후 다시 묶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리고 조루 치료를 위해 음경과 귀두 주변에 주삭로 약물을 넣었다. 페니스로 주입된 약물은 일종의 완충 작용을 일으켜 예민한 남자들의 사정 능력을 지연시켜준다고 했다. (한때 ‘토끼남’들에게 광풍같이 몰아쳤던 신경절제술은 일단 시행하면 신경을 복구할 수 없으므로, 최근에는 약물 주입을 주로 한다고 했다.)

불과 20여 분 만에 수술이 끝났다. 사실 이렇게 간단한 수술이었나 싶어 조금은 맥이 빠졌다.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봤던 박진감이나 긴장은 없었다. 집도의의 능란한 손길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환자는 심대한 위협을 느낄 새도 없이 가랑이를 벌렸고, 금세 수술대에서 내려왔다.

며칠 뒤, 나는 음경과 귀두확대술을 보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자신의 크기에 만족하지 못한 남성들은 더 크고, 굵은 페니스를 원한다. 그건 섹스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우나 같은 공공장소에서 ‘꿀리고’ 싶어하지 않는 허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수술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방식도 간단했다. 국소 마취 후 귀두와 음경 주위에 콜라겐 혹은 환자의 복부 지방을 주사로 주입하고, 주물러서 모양을 만들면 수술은 끝난다. 부분 마취된 환자는 불안했는지, 끊임없이 집도의에게 수술의 진행 상황을 묻더니, 급기야는 마취된 페니스를 발기시키기까지 했다. 수술 경력만 10년이 넘는 의사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누군가는 여자의 오르가슴을 위해선 페니스 크기가 5cm만 돼도 괜찮다지만,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무엇 때문에 남자들이 페니스 크기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또 여자들이 먼저 나서서 남자들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물론 5cm만으로도 여성들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큰 성기가 들어가면 그 쾌감의 질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티스푼으로 팥빙수를 먹어도 시원하다고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숟가락으로 먹으면? 그 차이죠. 실제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이 바로 이 확대 시술입니다. 섹스의 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는 발기부전 보형물 수술을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더 이상 발기가 원활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페니스 안에 작은 공기 튜브를 넣어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발기할 수 있게 만드는 수술이었다. 2시간 가까이 걸린 이 수술은 쉽게 말해 노화의 인과율을 거스르는 작업이었다. 더 이상 삽입의 쾌감을 감상할 수 없는 노인도 이 수술로 인해 사정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이전과 달리 이번 수술은 꽤나 복잡했다. 전문적인 마취의가 동행했으며, 도합 세 명의 전문의가 이 수술에 참여했다. 음경과 고환이 사과가 쪼개지듯 절반으로 가늘게 나뉘면서 붉은 피가 거즈를 축축하게 적셨다.

시술에 참여한 의사들은 망설임 없이 페니스 안에는 고무 튜브를, 고환 안에는 튜브의 팽창과 수축을 조절할 수 있는 펌프를 장착했다. 그러니까 고환 속에 장착된 펌프를 슬쩍 몇 번 만지는 것만으로도 고무 튜브가 팽창돼 발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성기확대술까지 병행한 이 환자의 수술 시간은 도합 1시간 30분 정도. 그 성공 유무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수술 후 얼핏 바라본 환자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흘렀다.

가장 대표적인 남성 수술 몇 가지를 차례차례 관찰하면서 나는 아주 근본적인 궁금증에 시달렸다. 해외에서는 여러 이유로 시술 빈도가 낮은 남성 수술이 한국에서만 유독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통계적으로 따지자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남자들이 비슷한 비율로 조루 혹은 자신의 성 능력으로 고민하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단지 흔히 얘기하는 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각국의 다른 해석 결과 때문일까. 시술을 담당했던 조 원장은 명료한 답변을 들려줬다.

그는 서양에 비해 어떻게든 여자 위에 서야만 하는 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이야말로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그 말대로 한국 남자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란 남자로서 성 정체성을 위협받는 것과 동일하다.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과 일본에도 이렇게 남성 수술이 만연해 있지는 않다. 그건 곧 남자가 여자를 정복해야만 한다는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가 한국에 여전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남성 수술 전문 기관이 된 한국 비뇨기과의 기형적인 구조는 한국 남자들의 억눌린 심리와 연결돼 있었던 거다.

수술을 원하는 남자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비뇨기과의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남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욕망과 우월적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병원을 찾는다. 지금 대한민국의 비뇨기과는 이런 남자들의 욕망이 극단적으로 농축된 장소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남자들은 또 어떤 신화를 꿈꾸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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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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