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영상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그게 드라마타이즈라면? 심지어 2분 내외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72초TV가 그렇다. 화면 속 한 남자가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에게 공감하는 동안 벌써 시즌 2가 끝났다. 다른 이야기도 있을지 궁금해서 72초TV를 만든 ‘72초’ 성지환 대표에게 물었다.
72초TV는 어떻게 생겼나?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2010년에 인더비(In The B)라는 공연기획팀을 만들었다. 공연은 물론 제작 과정까지 새로운 걸 시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상과 닿았다. ‘브레프(Bref)’라는 프랑스의 짧은 시트콤을 접했고, 우리도 시도해보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한두 편 만들었다. 그게 2년 전이다. 그리고 작년에 다시 영상 네 편을 더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따로 홍보를 안 했는데도 관련 업계 분들이 연락해오더라. 인더비를 접으면서 모바일 영상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찰나였다. 아귀가 잘 맞았달까. 시기적으로 운도 따랐다. 작년부터 모바일 영상에 대한 관심이 확 높아졌으니까.
30대 ‘흔남’이라는 콘셉트도 좋았다. 진경환 배우의 연기도 물론.
30대 남자의 일상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진경환은 이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사실 배우가 아닌 디렉터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왜 하필 ‘72초’였나?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다. 일단 1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고 싶었고, 그중 가장 입에 잘 붙는 숫자가 ‘72’였다.
영상을 아예 72초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 ‘72’라는 틀에 가두는 것보다 ‘짧다’는 것에 상징적 의미를 담기로 했다. 만일 90초짜리 재미있는 영상을 억지로 72초로 줄이려고 한다면 본래의 재미를 살리긴 어려울 거다. 72초를 고집하느니 차라리 재미있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멤버들은 어떻게 모였나?
거의 인더비 때 핵심 멤버와 당시 같이 일한 친구들이다. 오래된 프로덕션 팀이 있었기에 그들을 먼저 안으로 들였다. 그 후 새로운 멤버를 추가하면서 현재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것에 관해 의견을 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해보라고 권한다. 덕분에 새 멤버들도 각자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맡고 있다.
초창기 멤버들에게 72초를 제안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
제안했던 프로덕션 팀은 고맙게도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함께하고 있다. 유일한 한 명은 영화에 뜻이 있어서 참여하지 않았을 뿐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수락했는데 각각의 속내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웃음), 우리 작업 환경이나 촬영 현장이 상당히 즐거운 편이라서 다들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과물까지 좋게 나오니 즐겁고 보람되게 일할 수 있겠다고 자기 게 아닐까? 우리는 재밌는 걸 좋아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길 원한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가능한 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전체 회의에 ‘맥주 페스티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금요일이면 멤버들이 맥주를 들고 회의에 들어온다.
제작비는 어느 정도 드는지 질문해도 될까?
에피소드 한 편을 만드는 데 평균 1천만원 미만이다.
수익에 관한 부분도 궁금하다.
수익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모바일 영상이라는 시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미국의 경우 조회 수 자체가 다르지 않나. 덕분에 광고 수익만으로도 유지가 가능한 구조다.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사람 수가 너무 적다. 조회 수가 1백만이 나오면 어떨 것 같나?
엄청난 것 아닌가?
수익도 엄청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1백만 뷰(View)가 1백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단지 이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투자받고 시작한 거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했을 때 뷰 수만 해도 차이가 크다고 했는데, 그럼 해외로 진출할 생각도 있나?
물론 있다. 현재 영어와 중국어 더빙도 진행하고 있다. 점차 더 많은 언어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그들의 정서에 잘 맞을지가 관건이다. 가끔 우리말로 했을 때만큼 리듬감이 안 사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일단 시도해보는 거랄까. 계속 연구하고 노력해야겠지.
장편에 대한 욕심은 없나?
아직은 없다. 영화 쪽에서 넘어온 친구들이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있을 수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72초가 주는 상징 자체가 짧은 영상이기 때문에 장편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뭐든 이슈가 되면 부정적인 시선이 생기기 마련이다. 짧은 영상 콘텐츠에 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를테면 깊이가 없다는 편견 같은 것 말이다.
글쎄. 짧은 영상 콘텐츠도 종류가 꽤 많다. 아마도 지금까지 접한 짧은 영상들이 대부분 1인 미디어라 불리며 집에서 웹캠으로 제작한 것이었기에 생긴 편견이 아닐까 싶다. 고급 장비로 몇억씩 들여서 찍는 영상과 비교하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콘텐츠의 내용이나 깊이의 부재를 무조건 짧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조만간 우리뿐 아니라 짧지만 퀄리티 높은 영상들이 더 많이 나올 거다. 최근에는 1인 미디어들의 콘텐츠도 퀄리티가 많이 향상되고 있다.
다시 배우 얘기를 해보자. 시즌 2의 에피소드 7에 등장하는 여배우 장희령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알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배우가 필요할 텐데, 72초 소속 배우를 뽑을 생각은 없나?
72초를 엔터테인먼트화할 생각은 없다. 배우들을 매니지먼트하는 대신 무명 배우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에 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때때로 우리는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회사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유명 연예인이 등장할 수도 있을 거다. 모두 정해진 바는 아니다.
스토리는 누가 쓰나?
그때그때 다르다. 시즌 1은 외부 작가님과 함께했고, 시즌 2는 내부에서 썼다. 현재 작가 모집 공고를 낸 상태다. 좀 더 회사 규모가 커지면 내부에 작가 팀을 꾸릴 생각이다.
72초TV를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다른 콘텐츠도 기대한다.
현재, 뉴스 형태를 띤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회식 자리에서 벌어지는 신입 직원 옆자리 쟁탈전처럼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굉장히 사소한 뉴스를 다루되, 앵커와 기자가 있는 정식 뉴스 포맷이 될 거다. 또 하나는 업의 본질을 다루는 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병원은 사람의 병을 고치는 곳인데 왜 요즘 돈을 버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고민해보는 거다. 업의 본질을 함께 찾아보자는 데 의미를 둔 다큐멘터리 성격의 영상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은 딱히 어떤 포맷을 규정하지 않고, 새로운 영상 콘텐츠가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해볼 생각이다.
72초를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가?
굳이 우리가 유통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72초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와 채널을 만들어 나가면 별도의 물리적인 플랫폼이 없더라도 자연히 버추얼(virtual) 플랫폼으로 인식될 수 있을 거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겠지.
웹툰 유료화를 처음으로 도입한 지 2년. ‘창작자 우대 프로젝트 3’로 작가의 기본급을 보장하고, 건강을 지켜주며, 종이책도 만들기 시작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이성업 이사는 말한다. 작가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얼마 전 바뀐 ‘미니멈 개런티’ 정책이 꽤 인상적이다. 1백50만원이던 기본급을 2백만원으로 올렸더라. 창작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정책이겠지만, 매달 1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일단, 미니멈 개런티에 관해 설명하자면 레진코믹스 연재 작가들에게 보장하는 최소한의 고료다. 이보다 높은 매출이 발생할 경우 플러스 2백만원이 아닌, 매출을 기반으로 한 더 높은 금액을 선택해 지급한다. 물론 기본급에 도달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우리는 레진코믹스 작가들이 어디에서든 연재할 수 있는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 좋은 실력을 갖췄음에도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들이 오로지 작품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작품에 시간을 쏟으면 분명 더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 작품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해 회사도 함께 성장할 테니까. 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투자의 차원에서도 맞는다고 생각했다.
레진코믹스의 파격적인 행보 덕분에 다른 곳에서도 작가 우대 정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벤치마킹한 후발 주자들도 생겨났고. 경쟁자가 많아진다.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대형 포털 사이트와 비교하면 레진은 20대 이상 성인 회원이 더 많다. 유료 콘텐츠와 수위가 높은 표현도 수용할 수 있는 연령대인 것이다. 우리는 다른 만화 서비스 업체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여긴다. 작가들의 복지가 증대될 수 있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 아닌가.
다른 곳과 어떻게 차이점을 두는가?
콘텐츠와 기술력에 집중할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력은 ‘VR을 썼더니 더 재미있더라’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롭고 재미있는 만화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재능 있는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덕션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집중할 우리의 일. 그래서 레진은 편집장과 편집자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작가와 다음 작품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전문가니까. 이와 함께 아이디어 하나로 편안하게 국내외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기술력이다. 별것 아닌 듯 느껴지지만 이렇게 하면 편리함을 떠나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유명 만화가 발표되면 두 시간 이내에 영어로 번역되어 인터넷에 올라온다. 우리 웹툰도 상황이 다르지 않으므로 두 시간 차이라도 줄여서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 불법 복제를 막자는 것이다. 어떤 콘텐츠든 제대로 배포,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본어 서비스도 있더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건가?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영상 콘텐츠와 출판도 진행한다.
현재 2개의 단행본을 출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출판 전문 인력들을 확보한 상태다.
영상과 출판…. 회사명을 레진엔터테인먼트라고 정한 것이 이해된다.
만화뿐 아니라 소설 플랫폼도 만들고 있다. 아마 곧 나올 거다. 자체 스토어 안에서 상품도 판매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동시다발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일명 ‘덕질’과 관련한 모든 소비 활동이 레진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레진코믹스의 웹툰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알고 보니 원작 소설이 있어서 소설을 접하게 되고, 이와 관련한 영상과 상품까지 쭉 연결하는 시스템.
아직 레진코믹스를 접하지 않은 일부는 그저 야한 만화가 많은 사이트로 알고 있더라.
정확하게는 야한 만화가 아닌 성인 만화다. 성인 만화가 야하다고 느끼는 건 성인이란 말 자체가 굉장히 오염되어 있어서 그렇다. 엄밀히 <미생>도 바둑과 직장인이 등장하는 성인 만화 아닌가. 물론 성애적인 표현이 담긴 만화를 통해 유입되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체의 허리를 담당하는 만화는 대부분 전체 관람가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이런 내용들이 서서히 상위권으로 올라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특별히 노력해야 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여전히 콘텐츠에만 신경 쓸 뿐이다.
영상 콘텐츠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먹는 존재>라는 작품이 있다. 식도락 만화다. 대단한 요리를 다루는 건 아니고,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음식과 엮어서 풀어내는 여성의 이야기다. 안영미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 이미 크랭크업했고, 웹 드라마로는 최초로 MBC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설립 2년 만에 연재 작품 1백85개, 게재 작품이 1천1백 개를 넘었다. 비결이 뭘까?
초반에 대표 혼자 전국 만화가들을 찾아다녔다. 대표가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덕분에 그들이 원하는 걸 명확히 알고 있었다. 작가의 특성에 맞춰 연재 주기를 달리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등 작가들이 좋아할 조건을 제시하니 환영할 수밖에. 40장의 계약서가 있었는데 다들 오히려 신선한 반응을 보였다.
레진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나? 작가 발굴 기준이라든가.
중요한 건 딱 하나다. 재미. 재미만 있으면 된다. 단,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새로운 것,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 좋은 작화. 그 기준은 지극히 편집부의 취향에 의존한다.
그림이 너무 좋거나 스토리텔링이 좋으면 가산점을 준다. 그중에 스토리텔링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화가 궁금해야 결제하겠지.(웃음)
유료 웹툰이라는 파격적인 시도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레진코믹스가 생기기 전에 독자들은 이미 무료 웹툰에 익숙한 상황이었다. 위험부담이 꽤 컸을 것 같다.
너무 많이 들은 얘기다. 하지만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콘텐츠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첫날 매출이 1천만원 나왔다. 재미없으면 공짜라고 더 보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으면 돈을 내고서라도 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니멈 개런티, 건강검진 지원, 단행본 발간 외에 또 다른 정책을 계획하나?
일단은 출판으로 판을 키우고 해외 진출로 작가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창의적인 시도를 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
일단,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하루에 1시간은 무조건 만화를 보자는 규정을 만들었고, 채용 조건에 무엇이든 ‘덕’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오락실 주인을 꿈꿨던 직원은 직접 게임기를 만든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다. 기존 룰을 깨트렸다고 해서 일을 안 할 것이라고 걱정한다면 그 의심을 거두라고 말하고 싶다.
바라는 게 있다면?
유료 웹툰이라는 레진코믹스의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가 생겼으니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만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아레나> 같은 패션 잡지에 레진의 작가들이 근사하게 차려입고 화보 촬영을 하는 거다. 골방에서 외롭게 작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말 멋있고 밝고 건강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
온라인 쇼핑 앱 최초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위너, IF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 수상, 애플 앱스토어를 빛낸 최고작 선정. 모두 지난해 1월 앱을 출시한 29CM의 성과다.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는 제품을 하나의 콘텐츠로 보는 29CM만의 시선이 이룬 결과라고 했다.
29CM에 들어가면 소비 욕구가 늘어난다.
우리의 방향은 잘 파는 것이 아니라 잘 소개하자는 것에 있다. 소비 욕구가 생긴다는 건 잘 소개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지.(웃음)
작년, 앱을 출시해 좋은 결과를 냈는데, 예상했나?
성과에 대한 예상이라기보다 분명히 차별화될 거라고 판단했다.
어떤 차별화를 말하는 건가?
29CM가 기존의 쇼핑몰과 다른 건 앞서 말했다시피 브랜드와 제품을 잘 소개하는 데 좀 더 집중한다는 거다. 일반적인 쇼핑몰과 홈 화면에서 보여주는 상품 수로 비교하면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29CM만의 기준으로 선별한 브랜드들을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것인지 고민한다. 한 제품에 집중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걸 알려주는 일종의 큐레이션 방식이다. 앱은 이런 큐레이션에 온전히 집중했다고 보면 된다.
제품에 대한 집중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자인했다는 건가?
그렇다. 상품을 한 번에 많이 보여주고, 할인 가격을 표시하는 방법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나의 화보 같달까. 기존의 앱이 웹의 구조를 그대로 축소시켜 모바일로 옮기는 것에 불과했다면 29CM 앱은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런 의도가 잘 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좋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싶다.
매출도 늘었나?
구체적인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앱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 전반적으로 볼륨이 커졌는데, 당연한 수순이다. 데스크톱 환경의 쇼핑 패턴이 모바일로 이동했고, 모바일 웹의 환경이 다시 앱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왔으니까.
29CM만의 브랜드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멋지고 착하고 엉뚱한 것’이 우리의 모토다. 좋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거나 두말할 필요 없이 멋지거나, 착하거나, 신선한 브랜드가 중심이 된다. 자기만의 철학과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라면 그리 까다로운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 처음에는 이런 브랜드를 찾기 위해 직접 찾아다녔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제안을 더 많이 받는다. 우리와 맞는다고 생각하면 일단 미팅을 한 후 입점에 관해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사실 브랜드 선정 기준은 MD 권한이 가장 크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외근도 가장 많다.
입점한 브랜드는 어느 정도 되나?
대략 7백 개 정도다. 물론 상품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다 보면 29CM만의 제품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자체 상품 제작에는 관심이 없나?
물론 있다. 다만 어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상품을 제작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블랙 위 러브(Black We Love)’다. 멋지고 착하고 엉뚱한 브랜드를 선정하여 상품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프로젝트로 적극적으로 상품의 가치를 전하는 것이 목적인 일종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모든 제품의 색은 ‘블랙’이다. 시크하면서도 오랜 시간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온라인 프레젠테이션(PT)’ ‘스페셜 오더’ ‘스타일북’ 등 프로젝트도 진행했더라.
29CM의 C와 M을 우리는 커머스(Commerce)와 미디어(Media)라고도 부른다. 상품을 잘 소개하는 미디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일단 각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면 ‘PT’는 말 그대로 브랜드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좀 더 집중해서 보여주는 것이고, ‘스페셜 오더’는 좋은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것이다. ‘스타일북’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PT는 처음 입점 브랜드를 선정하면서 직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한 것이 아이디어가 됐다. 브랜드의 몰랐던 가치와 스토리를 우리만 알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도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다.
필름 프로젝트도 하지 않았나?
2013년에 진행한 단편 영화 프로젝트다. ‘bbB 필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태국, 프랑스, 아이슬란드에서 각국 감독들이 각각 단편 영화 4편을 만들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진행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는데, 초기의 이런 시도들이 29CM를 좀 더 달라 보이게 한 거 같다.
월간 윤종신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문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도 독특해 보인다.
우리가 소개할 수 있는 것을 단순히 특정 브랜드의 어떤 제품으로만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 문화 콘텐츠도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브랜드가 모여 만든 쇼핑몰이 29CM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또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가 됐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다.
직접 촬영하고, 텍스트를 새로 쓰며 우리만의 톤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부에 포토그래퍼와 에디터가 따로 있는 이유다. 29CM를 타 쇼핑몰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운영하는 중이다. 각자의 특성에 맞춰 활용하고 있지만 SNS에서도 역시 29CM만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 페이스북 회원은 23만 명 정도 되고, 인스타그램은 4만 명이 넘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유입되는 방문자 수가 꽤 된다.
브랜드마다 개성이 다를 텐데, 29CM 톤 앤 매너에 맞추는 것에 반발은 없나?
오히려 29CM에 맞추고 싶어 한다. 29CM 자체 톤 앤 매너의 퀄리티가 이미 높다는 의미 아닐까. 게다가 우리만의 색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개성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므로, 이에 대한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노력하는 것이 있나?
일단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 회사와 가장 큰 차이다.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한 제약이 없으니까. 사장님께도 서슴없이 제안한다.(웃음) 아무래도 딱딱하거나 억압된 분위기라면 뭐든 어렵지 않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이 있을 수 있다. 늘 어떤 걸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편이니까.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일단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성향 자체가 자유롭다. 아, 한 달에 한 번 점심시간을 충분히 준다. 2시간 정도.
경쟁 업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가 기존과 다르기 때문에 특정 쇼핑몰들을 경쟁사라고 여기진 않는다. 게다가 경쟁이라는 걸 의식하기 시작하면 지금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다. 아무래도 매출에만 초점을 맞출 테니까. 그럼 결국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과 비슷해지겠지. 타 업체를 의식하고 경쟁하기보다는 우리의 방향이나 철학을 강점으로 지켜가는 게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 말인가?
맞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멋지고 착하고 엉뚱한 브랜드를 잘 알리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들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웃음)
아마도.(웃음)
이제는 차도 나눠 탄다. 휴대폰만 있으면 된다. 마케팅본부 신승호 이사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홍지영 팀장은 차를 빌리는 돈을 모아 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매일 먼 거리를 왕복한다면 사라. 그게 아니라면 카셰어링이다.”
작년 처음 쏘카(Socar)를 접했다. 서울 곳곳에 피아트 500이 돌아다녔고, 거기에 쏘카 로고가 붙어 있었다. ‘저게 뭐지?’ 했다.
지난해 초쯤 쏘카의 스페셜 에디션인 피아트 500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렇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알게 됐다. 정확히 렌터카와 차이점은 뭔가?
렌터카는 하루 단위로 차량 대여가 이루어지는 반면, 카셰어링은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원하는 시간만큼 대여할 수 있다. 차량 한 대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개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이 스마트키 기능을 대신하므로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예약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곳곳에 차량 보관소가 있어 편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무인 시스템이라는 편리한 장점을 비양심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차에 손상을 입히고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라거나, 차를 더럽게 쓴다거나?
물론 있다. 이를 위해 자동차 내부가 불량한 상태로 차량을 반납한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이전 차량 이용자의 매너 점수를 평가하는 등 제도를 마련했다. 다행히 아직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많아서 운영에 큰 어려움을 줄 정도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더라. 생각보다 오래돼서 놀랐다. 최근 들어 관심이 높아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의 활성화가 가장 큰 이유일 거다. 앱 하나만 깔면 쉽고 편리하게 차를 빌릴 수 있으니까. 공유경제가 메가트렌드로 떠오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를테면 에어비앤비처럼. 제품을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협업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겠지?
이용 고객의 80%가 20~30대다. 드라이빙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에 빠진 젊은 세대들. 하지만 차를 사긴 어려운 20대들.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에 가는 빤한 데이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커플들이 쏘카를 타고 이케아나 이마트타운으로 간다. 물론, 쏘카를 타는 이유는 이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럼 짧게 이용하는 사람이 많겠다.
쏘카의 평균 이용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인기 있는 차종이 따로 있나?
TPO(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저렴한 차종을 선호하는 편이다. 스파크, 모닝, 레이 같은 경형 차량이 인기가 많은데, 그중 내부가 넓은 레이를 특히 많이 탄다. 특별한 날에는 미니나 피아트, QM3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명은 어떤 의미인가?
여러 가지 후보군이 있었다. 일단, 된 발음이 좀 더 기억하기 쉽고(그래서 한글 표기도 ‘쌍시옷’으로 하고 있다), 소셜카(Social Car), 셰어 아워 카(Share Our Car), 소셜 벤처(Social Venture) 등 ‘S’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어서 선택했다.
카셰어링 업계 1위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빠르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다른 업체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빠르다.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굉장히 젊은 느낌이다.
직원 수가 75명쯤 된다. 기본적으로 젊은 조직이다. 계급이나 직책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는 서로 닉네임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본부 이사 신승호가 아닌 ‘토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 홍지영이 아닌 ‘나다’로 부른다.(웃음) 주로 두 글자로 본인이 정한다. 영어 이름으로 대신하는 회사도 많은데, 그건 좀 오그라들고. 닉네임이 훨씬 편하고, 정감 있고, 재미있어서 좋다. 업무 강도가 센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힘들다고 느끼는 대신 회사가 성장하는 데 더 큰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세미나도 자주 열고 스터디나 아이디어 제안도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꼭 ‘뭔가’를 ‘어떻게’ 해야만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위한 내부 정책을 만들기 이전에 이미 회사를 위해 움직일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언제 뿌듯함을 느끼나?
오늘처럼 유명한 패션 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웃음) 내부에서는 쏘카가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가졌는지 잘 체감하지 못한다. 그저 이런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아,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거다.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쏘카에 관한 좋은 평가를 들으면 뿌듯하다. 언젠가 40명 정도의 불특정 다수가 모인 자리에 있었는데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쏘카를 알고 있었다. 게다가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선 정말 뿌듯하다.
처음 직원은 몇 명이었나?
제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 직원이 7명이었다. 거의 10배쯤 늘었다.
엄청난 성공 아닌가?
전국에 1천6백 개 정도 ‘쏘카존’이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작년 매출이 1백47억이었다. 그전 해에 25억이었으니 성공이라면 성공이겠지. 하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거다. 올해는 5백억을 예상하고 있다. 차량을 모두 구매해야 하기에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사업이므로 아직은 손실이지만, 내년에는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보유한 차량의 수는 얼마나 되나?
최근 3천 대를 넘어섰다.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앞으로 대중교통 수단에 위협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과장일까?
쏘카는 대체 수단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용자의 패턴을 보더라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타 교통수단과 함께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카카오택시와도 서비스 제휴를 맺었더라.
쏘카 모바일 앱으로도 카카오택시를 호출할 수 있어 급한데 쏘카 자동차가 없어 이용하기 어려울 경우 유용할 거라 생각한다.
홈페이지를 보니 아이디어 제안하기라는 카테고리가 있더라.
카셰어링과 관련하지 않더라도 나눔이나 봉사활동 등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실제로 고객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구상 중이다.
일종의 카풀 서비스인 ‘쏘카풀’도 그중 하나인가?
그렇다.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이지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편도로 이용했을 때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유저들이 함께 그 차를 움직이는 ‘핸들러 클럽’이나 자발적으로 세차하는 유저들에게 이용 크레딧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표가 무엇인가?
카셰어링 서비스로는 세계 최초로 쏘카가 글로벌 사회적 기업 인증인 ‘B Corp’를 획득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제도인 만큼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선을 함께 실현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우리의 성장이 사회의 성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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