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차민수 EDITOR 성범수
운이 좋았다. 홈쇼핑에 컴퓨터 주문 전화를 걸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2006년 7월 27일 인텔에서 펜티엄 D를 훌쩍 넘겨버린 놀라운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코어 2 듀오’로 명명한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2억9천1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하면서 전력 소모는 40%가량 절감하는 에너지 효율성을 강화했다. 이번에 선보인 10개의 최신 인텔 코어 2 듀오 및 인텔 코어 2 익스트림 프로세서 중 데스크톱 PC 프로세서를 현존하는 최상급 펜티엄 프로세서와 비교했더니 약 40% 성능 및 절전 기능을 구현했다. 또 다양한 독립 리뷰 기관에 따르면, 새로운 프로세서들은 서버, 데스크톱 PC, 게임용 PC 성능 관련 벤치마크에서 90% 성능 우위를 나타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사실 컴퓨터에서 인터넷과 오락만 하는 난 정확히 위에서 언급한 정보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다만 40%라는 숫자를 내 연봉 인상 폭에 적용했더니 이해가 좀 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쉽게 홈쇼핑 주문의 유혹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용산 전자상가로 향했다.
코어 2 듀오의 출시 덕에 활황을 맞을 거라 예상했던 용산 컴퓨터 상가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선 매장에 들러 코어 2 듀오의 유무를 확인했다. E-PC의 유청오 대표는 인텔 코어 2 듀오 콘로 E6300 정품 가격이 19만원 정도로 책정됐지만 거래되는 물량은 거의 없다고 했다. “펜티엄 D 930은 우리 매장에서만 하루에 30개 정도 판매되고 있어요. 코어 2 듀오를 받쳐줄 만한 메인보드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코어 2 듀오를 장착해도 별 재미를 느낄 순 없을 겁니다.” CPU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에서도 하루에 10개 정도 주문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코어 2 듀오는 테스트가 필요해요. 버그를 수정하고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올해 말쯤 최적화될 것 같아요.” 컴퓨터 본체 안쪽은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완성된 PC를 사고 싶었다. 컴퓨터를 열어 메인보드의 CPU를 교체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펜티엄 D 930의 견적을 뽑아보았다. 코어 2 듀오가 활성화되기 전에 용산에선 펜티엄 D를 소진시켜야 할 거다. 결국 가격 하락은 뻔한 일이다. 가격대비 성능 때문에 마음은 펜티엄 D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PC를 사는 데 객관적인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PC 전문지
펜티엄 D 프로세서냐,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냐의 논란의 중심에서 컴퓨터를 사겠다고 외쳐보지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건 아직 PC를 사야 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개인 사용자마다 원하는 환경에 따라 분명 차이는 있을 거다. 사진작가처럼 사양 좋은 컴퓨터를 사용해야 사람들은 코어 2 듀오를 선택하는 게 나을 거다. 에디터같이 간단한 작업만 할 사람은 코어 2 듀오의 출시와 함께 가격 하락이라는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펜티엄 D 프로세서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 지금이 구입 적기일 테니까. 하지만 욕심이 생긴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성능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모든 것이 갖춰졌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아니 홈쇼핑에서 코어 2 듀오가 탑재된 PC가 매진 사례를 날릴 때 난 결제의 용단을 내릴 작정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