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스트링 점프수트는 H&M, 진주가 달린 이어링은 넘버링 제품.
이연두 하면 예전의 그….
슛돌이? 슛돌이 이미지는 감사하면서도 씁쓸할 때가 있다. 그 사이가 비어 있으니까.
그동안 왜 조용했을까?
드라마에 출연하며 일은 꾸준히 했다. 할 수 있는 일들은 계속했다. 중간에 소속사 문제가 있었다. 회사가 없어지기도 했고, 또 회사를 찾으러 다니는 일들이 많았다. 둥지를 옮겨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새로운 둥지에 정착하면 사람들과 호흡하며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계속 주저하기만 했다.
이연두의 20대는 긴 롤러코스터 같다.
제대로 롤러코스터를 탔지. 그 경험이 30대를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상처가 많았는데, 이제는 단단해졌다.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본업은 배우인데, 배우 이미지가 강하지는 않았다. 그게 아쉽지 않았을까?
데뷔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처럼 아이돌이 활성화된 시기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예능, VJ, MC 등을 했다. 데뷔하고 나서 한창 일하다가 연기자로 전향했다. 어릴 때는 연예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나와 다른 세상일 같았다. 그래서 배우 생활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연예인을 했을까?
고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이 유행이었다. 몇 번 명함을 받았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는데, 계속 받다 보니 아빠가 몰래 시켜줬다. 스무 살에 회사 들어가서 스물한 살에 데뷔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고.
롤러코스터를 타다 보면 지친다. 어느 순간 내리고 싶을 때가 찾아오지 않을까?
진짜 지쳤을 때도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 치이고, 배신당하는 게 힘들어서 상처 받았다. 어렸으니까 더 힘들었다. 그래도 일을 관두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한 건 나도 신기하다.
또래처럼 취직한다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거나 하는 생각조차 없었나?
취직은 아닌데 쇼핑몰은 잠깐 고민해봤다. 옷을 좋아해서 사무실까지 계약했었다. 근데 만만한 게 아니더라. 준비할 게 너무 많다. 선뜻 시작해선 안 될 것 같아서 멈췄다.
연기만 보고 여기까지 온 건가?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김혜자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
7부 길이의 검은색 티셔츠는 페이우,
검은색 브라톱과 하이 웨이스트 쇼츠는 모두 앤디앤뎁 제품.
아직 때를 못 만난 것일 수도 있다.
올해 초에 사주를 봤는데, 대운이 들어오는 해라고 하더라. 엄청 기대하고 있다.
기대가 된다. 인터뷰에 앞서 프로필을 찾아봤다. 드라마에 출연한 게 3년 전이었다.
그 사이 뮤지컬 한 번, 연극 한 번 했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드라마나 영화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계속…. 이 일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연극이 매력적이서 앞으로도 3년에 한 번 정도씩은 꼭 하고 싶다. 회사가 싫어한다고 해도.
<강남 1970>에도 출연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전부 이야기했다. 이민호도 아니고, 김래원이나 설현도 아닌 이연두에 대해 말했다. 베드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시사회 끝나고 기자들을 만났는데, 다들 놀라더라. 그 신이 갑자기 나온 것도 있고, 나도 놀랐다. 하하. 원래 그 신은 후반부였는데, 편집하면서 순서를 바꾼 것 같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나?
편집이 많아서 아쉽다. 김래원 씨와 멜로 신들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파격적인 베드신이었다. 이연두의 재발견이라고 보면 될까?
그렇게 봐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나는 긍정적이고, 파릇파릇한 밝은 이미지가 많다. 이름 때문인 것도 같고.
본명인가?
아니다. 데뷔할 때 회사 사장님이 지어줬다. 문자 메시지로 ‘너는 연두야’라고.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용기가 많이 필요했겠지?
30대가 되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 배우로서 의지가 확고해지고, 연기에 대한 애착도 늘어났다. 역할을 맡았을 때 못한다, 안 한다는 아닌 것 같다. 나는 배우인데, 해야지. 내가 맡은 배역 소정이 좋았다. 소정이와 영기는 서로 사랑한다. 누구나 섹스를 하며 살잖아. 사랑하면서 안 하는 사람은 없지.
부부는 잘 안 하던데?
하하하. 마음 아프다. 어쨌든 둘은 사랑하는 사이고, 사랑하는 연인이 섹스를 하는 건 당연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어려울 건 없다.
검은색 브라톱과 하이 웨이스트 쇼츠는 앤디앤뎁, 시스루 소재의 흰색 슬리브리스는 비틀비틀 제품.
시간이 갈수록 배우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커진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30대가 되고 나서는 현실적인 무게에 짓눌리는 건 사실이다. 내가 월급 받는 것도 아니고, 일이 없을 때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애매하다.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꿈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 서른다섯까지 미친 듯이 연기할 거다. 그때도 지금의 위치라면 다시 생각해봐야겠지.
한 번 베드신을 찍고 나면, 계속 노출하는 역할이 들어오지 않나?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잘 선택하면 괜찮지 않을까? 이 역을 맡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그 생각은 했었다. 당연한 거니까. 다음에 일을 더 잘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겠지. 걱정은 안 한다.
진짜 ‘쿨’하다.
하하. 후회해서 뭐하나. 어차피 영화는 찍었는데,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 안 한다. 되돌릴 수 없으니까. 상황에 맞춰 잘 지내야겠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거니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강남 1970>에 대해서 더 얘기하자. 베드신 때문에 따로 준비한 것들이 있었나?
당연히 운동과 다이어트는 했다. 몸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근데 촬영 스케줄이 문제였다. 지연됐다가, 앞당겨졌다. 스케줄이 네 번 바뀌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하고 준비했는데 날짜가 바뀌니까. 긴 시간 동안 잘 못 먹고 지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이연두의 다음 역할은 뭐가 될지 궁금하다.
나도 궁금하다. 기왕이면 장르물에 출연하고 싶다. 스릴러도 좋고, 죽음을 당하거나 도망다니는 것도 좋다. 죽이는 것도 뭐…. 그런 영화를 해보고 싶다.
운동 열심히 하니까 잘 뛰어다닐 것 같은데?
하하. 그런 역할을 맡고 싶은데, 감독님들이 날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다. 20대에는 밝은 면이 너무 강해서 맡은 역할들이 한정적이었거든. <강남 1970>으로 다른 면을 보여준 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액션도 하고 싶다. 빨리 틀을 깨고, 대중에게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내 숙제다. 근데 어떻게 어필하지?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이준미
HAIR: 이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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