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New 220d Coupe
BMW의 짝수 모델은 멋을 추구한다. 쿠페라는 형태를 전면에 내세우니까. 쿠페라면 생김새로 시속 15km는 먹고 들어간다. 실제로도 좀 더 빠릿빠릿하게 달린다. 쿠페라서 전고가 낮고, 전고가 낮아 저항이 적다. 해서 좀 더 공기를 잘 찢고 달린다. 또한 쿠페라서 ‘롱 노즈 쇼트 데크’라는 스포츠카 형태로 다듬을 수 있다. 해서 핸들링이 날카롭다. 멋만 추구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보통 홀수 모델을 BMW의 대표 모델이라 한다. 지갑을 책임지니까. 하지만 진정한 대표 모델은 짝수 모델일지 모른다. BMW의 정신인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하니까. 2시리즈는 예전 1시리즈 쿠페의 뒤를 잇는다. 1시리즈 해치백은 두루 사랑받는 역할이다. 2시리즈는 알 만한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BMW 모델 중 가장 간결하게 쿠페를 표현했다. 날카로운 눈매와 우직한 옆 라인만으로 성격을 드러냈다. 간결해서 더 강렬하다. 가격은 5천1백90만원.
MASERATI Ghibli Diesel
1세대 기블리는 1966년생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빚었다. 그의 장기대로, 차가 아니라 섬광 같은 생김새였다. 직선 위주로 곡선을 황금비율로 짰다. 이름 뜻인 ‘사막의 열풍’처럼 레이싱계에 열풍을 일으켰다. 지금 기블리는 3세대다. 문도 4짝 달렸다. 레이싱계의 열풍보다는 고급차 시장에 열풍을 일으켰다. 마세라티가 내놓은 엔트리급 세단이니까. 디젤 모델도 내놨으니까.
마세라티가 던진 회심의 한 수. 전략은 현재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고급차 시장의 성장판이 활짝 열린 까닭이다. 출생 연도에서 오랜 세월 지난 만큼 1세대 디자인은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마세라티의 곡선 위주 디자인을 이어받았다. 1세대는 제도기로 그렸다면 3세대는 붓으로 그린 느낌이다. 오므린 입 같은 그릴이 여전하다. 안쪽으로 가늘어지는 눈매도 그렇고. 전방으로 뭐든 쏘아붙일 형상은 기블리에도 이식했다. (상대적으로) 작아도 마세라티다. 가격은 9천8백90만원부터.
VOLKSWAGEN The New Jetta
자동차의 성격은 몇 가지로 드러난다. 솜털을 세우는 성능, 회칼처럼 예리한 핸들링, 모델하우스처럼 번듯한 실내, 그리고 첫인상을 좌우하는 외관. 이런 관점에서 제타는 단정함으로 시작해 단정함으로 끝난다. 성능부터 외관까지, 모나지도 튀지도 않는다. 개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지루하다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언제나 오래 살아남는 제품은 간결하고 반듯했다.
1979년부터 제타가 살아남은 이유다. 단정한 해치백 골프보다 더 단정한 제타가 추구하는 지점은 확고하다. 오래 두고 사귈 벗 같은 차. 외관은 큰 차이가 없지만 기술은 차이 난다. 전조등과 후미등을 바이-제논과 LED로 바꿔 달았다. 알게 모르게 공기저항도 10% 개선했다. 주행 보조 장치도 최신 기술로 채웠다. 바뀌었는지 모르게 바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급변하면 당황스럽다. 제타는 그럴 걱정이 없다. 그게 제타다. ‘더 뉴(The New)’라고 붙였어도. 가격은 3천1백50만원부터.
LEXUS NX300h
최근 렉서스에는 두 이미지가 공존한다. 강렬함과 편안함. 양립할 수 없는 요소를 렉서스는 각기 다른 부분으로 풀고 있다. 디자인과 주행성으로. 편안한 주행성이야 렉서스의 자랑이자 가치 아닌가. 최근 퍼포먼스를 강조하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안한 쪽에 한 표 던진다. 타보면 몸이 안다. 대신 퍼포먼스 욕구는 디자인에 스며들었다.
스핀들 그릴 하나만으로도 강렬한데, 하나만이 아니었다. 최근 출시한 NX300h에선 정점을 찍었다. 소심한 사람은 과격하다고 할 정도다. 이곳저곳에 홈을 파고 철판을 구부렸다. 날카롭고 현란하다. 사무라이가 칼춤 추며 만든 잔상처럼 인상적이다. 렉서스의 최근 슬로건은 ‘Amazing Emotion(놀라운 감정)’이다. 렉서스 식대로 풀이하자면 이렇다. 보는 것만으로 갖고 싶어지는 차. 호불호에 상관없이 ‘놀라운 감정’은 확실히 전달한다. 변화라는 관점에서 렉서스는 확고하게 가고 있다. 가격은 6천3백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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