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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Food

매달, 고된 마감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아레나> 에디터들의 솔 푸드를 공개한다. 같이 드실까요?

UpdatedOn September 30, 2014

1 논현동 반피차이 톰양꿍
논현동 영동시장의 어떤 골목에 들어가면, 방콕 수쿰윗의 작은 식당 같은 곳이 거짓말처럼 있다. 비교적 타당한 태국 음식을 파는 반피차이다. 방콕의 뜨거운 공기와 조악한 공간, 이국적인 감칠맛이 느닷없이 생각날 때 서울에서 여기만 한 데도 없다. 톰양꿍을 한 국자 덜어 카오 쑤워이(안남미 밥)에 말아 백김치를 척 올려 먹으면, 어디에도 없는 맛이 난다. EDITOR 고동휘

2 잠원동 봉평 고향 메밀촌 물막국수
학창 시절 쫄면을 먹다 체한 적이 있다. 매운 것도 (그 당시엔) 싫어하는 데다 차갑기까지 해서 얹혔다. 그 이후로 차가운 면에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그 나이만큼 더 살고 보니, 식성도 바뀌나 보다. 메밀 면이 좋아졌다. 봉평 메밀 막국수는 여름은 물론, 봄부터 가을까지 식욕 없을 때마다 찾는다. 차가운 면 꺼리는 사람이 좋아할 정도니 맛의 수준은 알겠지? EDITOR 김종훈

3 논현동 팔당 닭발 매운 오징어볶음
간판에는 닭발을 내걸었지만, 이 집은 오징어볶음이 메인이다. 심신이 지칠 때 이 집의 매운맛이 생각난다. 전기 충격기를 댄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데 그 맛에 먹는다. 입가가 따끔거리는 가벼운 매운맛이 아니라 속부터 얼얼해지는, 그렇지만 오래가지 않는 매운맛이다. 함께 시키는 칼국수의 얼큰함까지 곁들이면 온갖 종류의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EDITOR 이광훈

4 신사동 살롱 드 몽슈슈 도지마롤
케이크를 먹으면 몸에서 살찌는 소리가 난다. 도지마롤은 안 난다. 먹다 보면, 뭘 먹었나 생각이 드는데, 이미 나는 하프 사이즈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무서운 녀석. 칼로리가 적지도 않은데 사람을 속이는 법을 안다. 하지만 살은 찔지언정 마음만은 그리고 뱃속만은 아무것도 안 먹은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고 싶다. 그리고 도지마롤을 사러 가면 늘 예쁘고 부유해 보이는 여자들이 줄 서 있다. EDITOR 이우성

5 논현동 만두의 전설 찐만두
터질 듯이 꽉 찬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찐만두를 ‘애정’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는 허한 내 속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학동역 근처의 ‘만두의 전설’은 가게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정말 속이 실하고 알차다. 이곳에 혼자 만두를 사러 가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매콤한 김치만두냐 담백한 고기만두냐 하는 문제다. 고민하다가 결국 두 개 다 사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지만.
GUEST EDITOR 안언주

6 크리스피 크림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크리스피 크림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 다들 줄 서서 사 먹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다. 대체할 디저트가 차고 넘치니까. 하지만 나에겐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만 한 게 없다. 순수하게 달고 부드럽다. 기교가 없는 도넛이다. 몇 입 베어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 단맛 때문일까? 진짜 우울할 땐 연속으로 두 개도 먹는다. 자주는 아니고. EDITOR 안주현

7 버거킹 와퍼 버거
세계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친구들은 영어를 공부했지만, 나는 입맛을 세계화했다. 농담 같지만 정말이다. 패스트푸드를 꾸준히 먹어왔다. 버거킹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도 있다. 덕분에 해외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한 일은 없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버거킹에 간다. 와퍼로 점심을 때우고 있으면, 여기가 바로 내 고향이다. EDITOR 조진혁

8 서교동 낭풍 김치찌개
여름을 보냈다. 특히 저맘때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서 일회용기에 담긴 장난 같은 음식들을 먹고 나면 속이 허하다. 덩달아 마음도 허하다. 그때 생각나는 건 대파 숭숭 썰어 넣고 목살 숭덩숭덩 잘라 얼큰하고 시원하게 끓여낸 김치찌개다. 특히 낭풍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같은 록 음악을 곁들여 찌개 맛을 더 살려준다. 재밌어 물어봤더니 사장님이 ‘록 덕후’시라고. EDITOR 조하나

9 남가좌동 신흥떡볶이
어린 시절 내내 이것만 먹고 자랐다. 얼마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 떡볶이 얘기를 하더라. 길쭉한 밀가루 떡, 어묵도 없고, 별다른 비법도 없이 그냥 떡뿐인데 그 맛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 비법을 나는 알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볶이판 앞에서, 느릿느릿 떡볶이를 뒤적이는 아저씨가 비법이다. 30년 넘게 그 자리가 빈 걸 단 한 번도 못 봤다. Editor 최태경

photography: 박원태, 조성재
Guest Editor: 안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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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박원태, 조성재
Guest Editor 안언주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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