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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배우

연기 경력과 나이 차이가 각각 30년이 넘는 배우 둘을 한데 모았다. 카메라 앞에서 내뿜는 기도 달랐고, 같은 질문에 대한 소견 역시 천양지차였다. 공통점이란 오로지 배우라는 피를 지닌 동물이라는 것. 그뿐이었다. <br><br>[2009년 2월호]

UpdatedOn January 21, 2008

Photography 김용식 Editor 이지영
hair 김원숙 make-up 박혜령 stylelist 조윤희 cooperation 하얏트 호텔, 두산와인

“우리 영화에서 나뿐만 아니라 이혜영 씨, 손현주 씨, 이은성 씨 등등 배우들이 얼마나 혼신을 다해 연기했는지 몰라요. 사실 나는 조연인 거지. 잘 좀 써주세요, 기자 양반.”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사람은 역시나 변희봉이었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 지긋한 이 노년의 배우는 손녀뻘 되는 기자에게 연신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모든 일에 걱정이 먼저 앞서는 노인 특유의 ‘노파심’ 때문이다. “필(筆) 하나로 관객이 몇 떨어지고, 몇 들어오는 차이가 있을 것 아닙니까. 잘 좀 부탁드릴게요.” 인터뷰 자리를 뜨면서도 그는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 연기 경력 42년.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어 보일 줄 알았건만, 의외였다. 변희봉은 막 잡아 올린 팔팔 뛰는 생선 같았다. 그는 ‘나이를 먹어도 배우로서의 욕심은 그대로인 것’이라 말했다.
이제 막 서른 중반을 채운 배우 신하균은 그에 비해 한결 침착했다. 그는 안달복달하지 않았다. “배우는 작품 들어가고, 그 작품이 개봉하는 동안이 가장 활기차요. 평소의 하루하루가 그다지 재미있거나 하지 않거든요.” 아직 한창 젊은 이 배우는, 그래서인지 세월에 쫓기는 게 전혀 없어 보였다. 해가 바뀌어 한 살을 더 먹었건만, 그 나이 먹음에 대한 특별한 감상조차 없어 보였다. “오히려 배우에겐 한 작품 한 작품 끝날 때가 나이 먹는 느낌이죠. 그래서 인지 나이에 대한 조급증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많은 이 배우는, 갈증을 호소하기보다는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2008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진행된 두 배우와의 인터뷰는 이렇듯 전혀 상반된 느낌으로 진행됐다.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침이 다 말라버릴 듯한 말투로 일관하던 변희봉은 한 마리의 씩씩한 사자 같았으며, 연신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던 신하균은 참한 침팬지 같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열은 달관으로 변해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은 선입견으로 남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왕성한 식성을 자랑하는 것이 배우라는 동물이었던 것이다. 하고 싶은 배역이 아직도 많고 많다는 노장 배우는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한편,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젊은 배우는 한 번, 두 번 고심하며 본인의 길을 닦고 있었다. 그러니 배우라는 동물의 거처는 한겨울의 살벌한 정글을 연상케 했다. 그곳에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변희봉

연말에 뭐했나.
집안에 우환이 좀 있었다. 이건 뭐 내 가정사이긴 한데, 장인어른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늘 웬만하셔서 퇴원하셨다. 한 해를 정말 어지럽게 보낸 것 같다. <더 게임> 촬영 마치고 모든 일을 개봉 이후로 미뤘는데, 작년에 형님과 누이가 세상을 뜨시고 연말엔 장인어른이 편찮으셔서 본의 아니게 어수선한 한 해를 보냈다. 지금은 홀가분해졌다.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니, 이게 조금 잘되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어찌됐든 개봉한다는 얘기 들은 이후로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아직도 개봉 전이면 떨리나.
물론이다. 사람이 다 그런 것 아니겠나. 자기 것을 세상에 내어놓고 평가를 받는 자리인데 조금이라도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 거지. 그런데 사실 한국 영화가 썩 잘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내심 두렵기도 하다.

새해 계획을 세울 틈조차 없었을 것 같다.
영화와 TV를 동시에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 나이 먹어서 무엇에 현혹된 양 이쪽 저쪽 바삐 하는 게 좋아 보일 리도 없고 해서 그동안 영화만 했지 다른 쪽 일은 못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음 작품 역시 TV보다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괴물> 이후 달라진 것들이 많을 것 같은데. 사람들의 예우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그럴 것 같은데, 정작 나는 잘 모르겠다. 항상 평가는 남이 하는 것 아니겠나. 오히려 나는 그 전보다 더 자연인 같고, 더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의지가 생겼고, 크지 않고 작은 쪽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 사랑에 보답이 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마음에서 고른 게 바로 이번 영화였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을 잡아끌던가. 변희봉이 ‘보답’으로 선택할 만큼.
일단 강노식이라는 캐릭터에서 무릎을 쳤다. 이런 사람은 이런 엉뚱한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사회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돈을 번 사람들의 가치관이라는 게 사실 각양각색 아니겠나. 어떤 사람은 삶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후손에 대한 욕심이 있을 거다. 이 작품에 나오는 강노식이라는 인물은 있는 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못된 생각을 지닌 사람이다. 바로 그런 점이 ‘아 이거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강노식은 젊은이의 육체를 탐내는 인물이다. 실제 본인은 삶의 어느 부분에 욕심이 있나.
욕심이라는 게, 아마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 다 얘기가 다를 것이다. 다만 나는 평범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요즘 같은 황금만능 시대엔 마음을 잘 다스려야 스트레스 안 받고 살아갈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안 받고 살 수 있다면 그뿐, 별다른 욕심은 없다. 얼마 전엔 “아, 저는 행복합니다. 배우를 한 것에 대해 어떤 후회도 없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 이제는 내 삶에 만족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 역시 <괴물> 덕분인가.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평생을 배우로 살아오면서 내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집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항상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게 싫었고, 지레짐작으로 오해하는 게 싫었다. 나는 여전히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요즘 뜸하더니, 돈이 떨어졌나 보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 게 싫었던 거다. 지금이야 배우가 좋은 직업에 속하지만, 우리 때야 어디 그랬나. 자격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금년에 터키 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되었다. 넓은 세상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더 이상 싫지만은 않더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숨길 필요가 없겠구나 했다.

물론이다. 요즘은 배우 못해 안달인 사람이 줄을 섰다.(웃음) 나이가 들어도 스크린에서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 그대로인가.
당연하지. 그거 없으면 배우 못 산다. 평생을 해온 일인데.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일까. 요즘은 대사를 읽는 배우들이 워낙 많아서….
일단 연기라는 건 좋고 나쁘고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잘 표현하면 잘한 연기고, 그게 과장되거나 이상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배우들은 ‘나에게는 이런 역할이 맞고, 저는 그런 연기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나이 금방 먹는 게 세상인데, 그걸 모르는 거다. 연속극, 영화 몇 편 하면 10년 훌쩍 지나간다. 그러니 자기중심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껏 다른 걸 해봤으면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시절엔 연기한다고 하면 다들 못하게 말리곤 했었는데, 그럼에도 내가 이걸 안 했더라면 어쩔 뻔했나 싶을 때가 많았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배우를 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다시 20대가 된다면 체계적인 연기 수업을 거친 배우가 되고 싶다. 우리 때는 워낙 이것저것 뛰어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거다.

연기라는 게 그렇게 재미있나.
재밌다. 정말 연기의 맛이라는 게 있다. 내가 최근에 어떤 것을 느꼈냐 하면, 장인께서 맛이 없어서 뭘 못 잡수시겠다는 거다. 입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독약 같다고 하시는데, 먹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야 체내에서도 받아들이는 것 아니겠나.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뭔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상황이란,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일이 떨어져버리면 쉽게 늙을 수밖에 없는 거다.

현장에서 다들 ‘선생님 선생님’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다들 어려워할 때가 있다.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이만 좀 들었다 하면 피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바로 다음날이면 풀리는 게 또 배우의 성격 아니겠나. 배우는 감정을 먹고 살기 때문에 누가 감정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다.

예민한가. 보기엔 무척이나 무딜 것 같은데.
예민하다. 그런데 그건 내가 배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손자, 손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커주길 바라나.
그들이 커서 무얼 할지는 모른다. 큰손녀는 혹 내가 20년 더 살면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줬으면 하는 거다. 나는 잘사는 것보다도, 올바르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세상이 어려웠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말이 통했지만, 지금은 어려워서 굶어 죽었다는 얘기는 없지 않나. 그러니 요즘 세상에서는 올바르게 사는 사람에게 희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설 때 뭐하나.
개봉이 31일이니까 그 무렵부터는 무대 인사 다녀야 할 것 같다.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온 정신이 영화에만 가 있을 뿐, 별다른 계획은 없다. 그러니 잘 좀 부탁드린다.

신하균

워낙 말수가 없다고 들었다.
낯가림이 좀 있다. 워낙 말주변도 없고.(웃음)

뭐 그건 누구나 비슷하다. 나도 인터뷰 내내 영화 얘기만 하다가 결국 쑥스러워하면서 헤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닌걸.
(변희봉) 선생님하고는 (인터뷰) 많이 했나.

한 50분 정도 했다.
아 다행이다. 선생님이 말씀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뭐….(웃음)

분위기나 풀 겸 영화 얘기부터 하자. 시나리오 첫 느낌, 어땠나.
소재가 신선했다.

언뜻 <페이스 오프> 생각이 나더라.
맞다. 그런데 얼굴만 바뀌는 게 아니라 몸이 통째로 바뀐다. 자칫 잘못하면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굉장히 쿨하게 “그냥 하듯이 하면 돼!” 하셔서 그 말만 믿고 갔다. 감독님의 자신감이야말로 이번 영화를 하는 데 가장 큰 디렉션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의 욕망이다. 젊음을 갖고 싶은, 돈을 갖고 싶은 그런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아까 변희봉 선생님께서도 노욕(老慾)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 둘 다 무욕(無慾)의 이미지다.
뭐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하지 않겠나. 욕망이라는 건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리라 본다.

그래도 욕심이 생기는 분야라는 게 있지 않나. 유난히 식탐이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성욕이 식욕보다 왕성한 사람도 있다.
나야 배우니까, 항상 좋은 작품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작품에 해 안 끼치고 계속해서 작품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욕심이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물리거나 지겹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지겹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힘든 건 있다. 할수록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한 작품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힘들다.

뭐가 그리 힘든가. 보기엔 반짝반짝하기만 한데.
배우로서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한 작품 끝내고 ‘아 이 정도는 이제 알았어’, 또 다음 작품 하고 나면 ‘아 이 정도 더 알았어’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작품마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배우들, 새로운 감독님과 만나야 하니까 늘 새롭고 늘 쉽지가 않다.

그래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한 겹, 두 겹 쌓일 것 같은데 여전히 어려운가.
물론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무언가가 내 안에 많이 쌓였겠지. 하지만 본질적인 고민은 여전하다. 늘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지금처럼 웃는 모습, 차분한 목소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스무 살 때 가졌던 생각이나 가치관 모두 그대로다.

그런 것 같다.(웃음) 혹시 성장 과정을 물어봐도 되나. 대가족에서 자랐을 것 같지는 않다. 어느 한 구석이 시리도록 결핍된 이미지. 당신에게는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있다.
하하하하(웃음) 뭔지 알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굉장히 평범하게 자랐다. 지금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내 삶 자체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다만 이런 건 있다. 내가 보는 세계관이나 인간의 모습은 늘 외롭다.

그러니 만날 독특한 캐릭터를 맡지.(웃음) <킬러들의 수다>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등등 도대체 정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다. 행여 <서프라이즈>처럼 정상적인 역할을 맡았을 때에는 그 영화가 쫄딱 망했다.
그러게 왜 그럴까.(웃음) 일부러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 헤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가 무언가 아픔이 있거나 고통을 지닌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양지보다는 그늘지고 소외되어 있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시선이 가고, 그런 이야기에 더 끌리더라.

자신 있다 하는 것 하나 없나. 너무 겸손하니까, 자랑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
술은 좀 잘 마신다. 과음하는 건 아닌데, 평소에 술 좋아해서 자주 마신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마실 때도 있고, 집에서 가끔 혼자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은 막걸리에 꽂혔다. 막걸리가 알고 보니 영양가도 많고 엄청 좋은 술이더라.(웃음)

안 그래도 연말이고, 연초라 술자리가 많았겠다.
그런데 나는 연말이나 새해나 하는 개념을 전혀 못 느끼겠다. 다들 연말이니까, 연초니까 보자고 해서 보기는 하는데 글쎄…. 배우는 한 작품, 한 작품 끝날 때마다 나이를 먹는 기분이지, 실제로 해가 바뀌는 것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새해라고 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운 것도 없고. 내가 가장 의욕이 생기는 시기는 아무래도 작품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평상시에는 워낙 무료하게 지내기 때문에 작품 하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다.

이렇게 차분한 사람이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을까?
작품 안에서 그 인물로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싶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긴장을 하겠지만, 내키는 대로 연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내가 표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기 싫은 연기도 하나.
하기 싫은 연기란 없다. 연기하기 싫으면 배우 하지 말아야지.(웃음) 다만 맞지 않는 연기는 있다. 이 작품에서 이 인물로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아니다 싶을 때는 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어? 저거 신하균이랑 안 어울리네?’ 싶은 거면 내가 작품 선택을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재미가 있나. 겪어보질 않았으니 막연히 상상할 뿐, 그 희열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말주변도 없고 해서 내 얘기를 잘 못한다. 그런데 내가 관심 가지고 잇는 무언가를 두 시간짜리 재미있는 이야기로 공유할 수 있다는 데에 희열을 느낀다. 어쩌면 이건 연극이나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혹시 연출 욕심 있나.
전혀.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부지런해야 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해 계획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키고 싶은 포부나 야심을 듣고 싶다.
별건 없고 그냥 하고 싶은 작품들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내 일이 인간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부분에 대해 고민 많이 하고 싶고, 다르게 보고 싶다는 것 정도다. 혹시 아나. 우리에게 동물적인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지. 그런 것 발견해서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

숨겨져 있는 동물적인 면모라…. 그러니 매번 4차원이라는 얘기를 듣지.
아, 그런가?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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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Photography 김용식
Editor 이지영
hair 김원숙
make-up 박혜령
stylelist 조윤희
cooperation 하얏트호텔,두산와인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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