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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 드라마에 대한 오해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의 색다른 시도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선정성만을 담아내고 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역시 낮아지지 않고 있다. 케이블 TV가 지닌 숙명을 알고 난 후에도 질타를 할 수 있을까? 붉게 달아오른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읽어보시라. 지금까지 바라보던 편협한 시각이 달라질 테니까.<br><Br>[2008년 2월호]

UpdatedOn January 21, 2008

Editor 성범수 PHOTOGRAPHY 정재환 COOPERATION 온미디어

2006년 개국과 함께 tvN은 케이블 TV임에도 공중파와 같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겠다는 포부를 만천하에 알렸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지금 어떤가? 개국 초기와는 확실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세 이상의 성인들만을 타깃으로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각각 특정 대상을 공략하며 위치를 점하고 있다지만,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면 아직 케이블 TV는 혼란기라 보는 게 맞다. 특히 자체 제작 드라마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하다.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2007년을 갈무리했던 케이블 TV의 살색 짙은 드라마들은 마녀 사냥식 공격을 받기도 했다. 최근 몇몇 드라마들이 새로운 시도를 보이고 있다. 고무된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그들을 날선 잣대로 평가하기엔 이르다.
케이블 TV의 자체 제작 드라마는 공중파처럼 역사가 길지 않다.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는 1995년 현대방송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들의 막대한 투자는 처참한 실패로 귀결됐고, 자체 제작 열기는 시들해졌다. 결국 가열했던 현대방송이 문을 닫으면서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는 독이 든 성배가 되었다.
여배우의 노출은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쉽다. 3년 전 TV 영화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봉만대 감독의 <동상이몽>은 노출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드라마다. 공중파보다 표현의 자유가 확장된 미디어라는 특성은 케이블 TV 드라마 제작자들의 시선을 ‘노출 콘텐츠’로 이동시켰다. 케이블 TV의 선정성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건 후발 주자인 tvN이 노출을 통한 파상 공격을 시도하면서부터다. 채널 CGV도 심지어 엠넷, 코미디 채널, YTN까지도 열외가 없었다. 그들이 같은 길을 택한 건 tvN이 선정성으로 재미를 보는 것을 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OCN의 <에로틱 판타지 천일야화>의 김동현 PD는 “선정성이 대두됐던 가장 큰 이유는 가장 큰 무기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광고와 함께 본방송이 시작되면, 2~3분 후부터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다 일정 수준에 멈춘다. 에로 장면이 나오면 급상승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하면 다시 시청률은 떨어진다. 물론 에피소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분명 노출에 높은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시청률을 확인할 수 없는 우리에겐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가 있다. 노출 장면이 나오면, 해당 배우와 드라마의 제목이 검색 순위 10위 안으로 모두 올라온다. 여전히 섹시 코드는 케이블 TV가 계속 가져가야 하는 필수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키드갱>과 <썸데이>가 있었다. 특히 <썸데이>의 경우 출연진, 내용 그리고 제작비 모두 공중파에서 방송을 해도 무리가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공중파에서 원하는 건 공중파에서 보면 됐다. 시청자들은 공중파 드라마와 유사한 작품을 보기 위해 케이블 TV까지 넘어올 여력이 없었던 거다. 케이블 TV는 시선을 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일반 공중파와 케이블 TV는 시청 방법에 차이가 있다. 공중파에선 월·화·수·목요일 밤 10시면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1회와 2회에 힘을 실어 ‘빵’ 하고 터뜨려놓으면, 시청자들은 웬만하면 따라온다. 하지만 케이블 TV는 지역마다 채널 번호도 다르고, 편성이 부정기적이다. 사람들이 특정 시간대를 기다렸다 보는 게 아니라 채널을 계속 돌리며, 선택하게 된다. 공중파처럼 이야기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려면, 전체를 끌고 가는 큰 이야기 틀이 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 이야기를 세분화해 다른 에피소드들과 섞어 끌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케이블 TV 입장에선 그게 녹록지 않다. 시청자들이 연속적으로 시청을 하기에는 여건이 열악하다. 그래서 결국 단막극 중심으로 회별 완결 에피소드를 가져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호흡이 짧아지고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 성공에 힘입어 적용된 형식으로 케이블 TV 업계에서는 의 망령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아닌, 그리고 여유 있는 투자가 쉽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 와 같은 영향력을 바라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처럼 스토리 진행에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온미디어 이영균 기획·홍보팀장은 TV 영화 <동상이몽>의 첫 방송을 기준으로 자체 제작 드라마가 안정기에 도달하는 시기를 대략 5년 정도로 잡았다고 한다. 1~2년 정도 좀 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케이블 TV 드라마는 색다른 것에 강박을 가졌다. 차별화라는 포인트를 장르와 소재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있다. 대중들은 익숙한 부분이 70% 이상을 차지해야 낯설어하지 않고 드라마를 찾아본다. 지금까지 케이블 TV 드라마는 30%의 새로움을 채우는 데만 집중했고 만족했다. 하지만 70%의 익숙함은 잊고 있었다. 최근에 나오는 작품들은 노출을 떠나 그런 부분들에서 좀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디컬 기방 ‘영화관’>이 인기 있는 건 노출 때문만은 아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단지 내용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최근 장르나 소재의 색다름이 케이블 TV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보는 평론가들의 시선은 대중의 요구를 염두에 두지 않은 현학적 평가일 뿐이다. 물론 2007년에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섹시 코드를 전방에 배치하고,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 채널CGV의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 MBC 에브리원의 <별순검> 같은 색다른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 모두 장르와 소재만 새로웠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이영균 팀장은 단순해 보이는 이런 논리를 깨닫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짙은 강박이 그들의 눈을 가렸던 거다.
사실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를 선정성과 등가 관계로 생각하는 건 공중파와 케이블 TV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같을 수 없는 미디어를 동일선 상에 두고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망상이다. 전체 시청률을 중시하는 게 공중파지만 케이블 TV는 타깃 시청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장 넓은 타깃을 지닌 OCN이나 tvN조차도 20세 이상의 시청률만을 고려한다고 말한다. 미국이 아무리 케이블 TV 시청률의 합계가 공중파를 넘어섰다곤 하지만, 개별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비교하면 케이블 TV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어떤 조건이든 공중파와 비교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중파의 잣대로 케이블 TV를 이해하려 한다.
2008년 케이블 TV 드라마는 보다 색다른 소재와 장르 그리고 재미를 함께 가져가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CSI라 불리는 <하드보일드 과학수사극 KPSI>, 실제 이혼녀가 등장하는 드라마 <돌싱클럽>, 팁 드라마라 명명한 <서영의 스파이> 등 새로운 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작품뿐 아니라, 케이블 TV에 맞는 제작 방식도 계속 시험 중이다. 작년까지 한국 영화는 30억원 이하론 상업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한국 영화 시장이 위축된 지금 허리를 졸라매고 20억원에도 영화를 찍겠다고 달려든다. <이브의 유혹>의 경우엔 90분짜리 4편 연작인데 편당 2억5천만원이 들었다. 자체 제작 시스템의 노하우가 생기고 있기에 제작비 절감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 제작비라는 건 매출의 선순환 구조에서 나온다. 케이블 TV에서 아무리 대박이 난다고 해도 공중파처럼 광고비를 받을 순 없다. 그렇다면 적정 규모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물론 질적인 부분은 견지해야겠지만. <메디컬 기방 ‘영화관’>의 경우 사극인데도 불구하고 편당 9천5백만원을 사용한다. OCN은 영화 제작 시스템과 텔레비전 시스템을 결합한 시도 덕분에 제작비 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고 이영균 팀장은 말한다. 물론 제작 현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불편부당함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모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제작국 PD는 노출이 필요한 장면에서 케이블 TV처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 불만은 없다고 말한다. OCN의 김동현 PD도 회사 정책이라는 점에서 에로물을 기획하는 것에 개인적인 애로 사항은 없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대답은 해당 방송사의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할 순 없을까?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권리를 주는 자유로운 미디어가 케이블 TV의 존재 목적이라고. 우리는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케이블 TV가 완성형으로 가는 모습을 자유롭게 선택해 보면 된다. 언젠간 미국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와 규모에 버금가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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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성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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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온미디어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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