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ATION 새건축사협의회 Editor 이민정
12월7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독일에서 한국건축전이 열린다는 정보는 공짜로 나눠주는 신문의 ‘여행란’에서 처음 봤다. 마침 프랑크푸르트를 간다면 잠깐 들르라는 건지, 큰맘먹고 방문하라는 건지 편집자의 의중을 알 수 없었으나 서울 전체가 스타 건축가의 작품집이 될 것 같은 이 시점에 가뭄에 단비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프랑크푸르트는 현재 유럽의 경제 중심지가 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도시가 거의 파괴됐었다. 경제만으로 도시의 거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강변을 따라 다양한 미술관을 건설해 건축가들의 메카를 지향했다. 전시가 열리는 독일건축미술관은 프랑크푸르트 강변에 세워진 19세기 빌라를 건축가 마티아스 웅거스가 리노베이션한 건물. 지구상 최초의 건축 전문 박물관이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에 비해 세계에 덜 알려진 편인 한국 건축이 본격적으로 세계 건축계에 알려지는 행사라는 점에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더욱 다행스런 노릇은 우리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5년 한국이 주관했던 프랑크푸르트 도서 행사가 있었어요. 단순한
책 전시가 아니라 전방위 문화 행사였는데 그때 프랑크푸르트 시청의 과학예술국과 독일건축미술관이 ‘한국·독일 도시 공공 공간 포럼’을 제안했죠. 규모는 작았지만 그들이 가장 성공적인 행사의 하나로 평가할 만큼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전시를 주관하는 새건축사협의회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건축물이 전시될까(정확히 말하면 건축물의 사진과 도면, 스케치 등이 걸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17인의 건축가가 33개 완성작을 출품한다(아마 이중에서 당신이 커피를 마셨던 정겨운 카페도 있을 것이다). 중견 건축가에서부터 신진 건축가, 아틀리에 사무소에서 대규모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현실 세계의 치열함 속에서 이론과 실천, 교육과 실무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던 이들이다. 전통 한옥, 교외 주택, 도시 집합주택, 사무실, 미술관, 도서관, 공공시설을 전통적인 건축 유형과 다양하게 결합하고 어떻게 장소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건축화했는지도 보여준다. 최고 건축물은 물론 역동적인 한국 도시의 리얼리티를 동시에 드러낸다고 할까. 그렇다면 굳이 건축물을 ‘그 자리’가 아닌, 전시장에서 볼 필요가 있냐고? 여기에 대한 답으로 전시 코디네이터인 건축가 황두진의 말을 빌린다.
“건축가들이 전시를 하는 이유는 대지에 고정된 물체인 건축물을 이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을 찾아다니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면과 사진, 모형 등을 통해 그 건축물에 대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건축가의 스케치나 작업 과정상의 도면, 모형 등은 건축물 ‘창작’이라는 흥미로운 과정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요. 또한 건축물에서 쉽게 읽기 어려운 건축가의 생각이나 고민들을 전시회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 건축이 자기 분야를 넘어 사회와 교류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는 겁니다.”
렘 콜하스는 도시가 ‘구름과 같다’고 했던가.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양을 바꾸는 공간. 그런 아름다운 도시가 서울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마임(Maim) 강변에 걸릴 공간들을 조금 먼저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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