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목나정 Editor 이현상 Hair&Make-up 양형심(홍영호, 유명옥, 백수진, 오지은) STYLIST 윤은영
열여섯 살 선미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거린다. 화보 촬영에 입을 드레스의 등이 너무 파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다. 무대 위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살랑살랑 몸을 흔들기에 그 정도쯤이야 괜찮겠지 싶었는데, 아직은 어색한가 보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 귀엽다. 결국 ‘조금 더 벗겨야 할’ 에디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그녀에게 망토를 씌웠다. 이내 사진가 앞에 선 다섯 소녀는 사진가의 카리스마를 능가할 정도로 능수능란한 포즈를 취한다. 셔터 스피드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그네들의 모습은 흡사 눈앞에서 움직이는 슬라이드 필름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춰진 ‘끼’를 드러내긴 했지만, 눈빛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피곤한 내색을 은연중 드러내는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다. 리더 선예를 중심으로 유빈, 예은, 선미, 소희로 이루어진 원더걸스는 남자들에게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은 존재다. 섹시한 몸매에, 얼굴에는 어린아이의 귀여움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섹시함과 귀여움을 고루 갖춘 여성이야말로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상형 아닌가. 이들을 두고 남자들에게 잠잠하던 롤리타 콤플렉스를 다시 한 번 부활시킨 장본인이란 평가를 하기도 하고, 세대를 초월해 중독성이 강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수많은 평가와 논란을 뒤로한 채 그들은 확실히 스타 자리에 올랐다. 단기간의 노력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닐 터. “부족한 점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치레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일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선예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그들을 더 벗기지 않은 것이 자랑스러워졌다. 아직 꿈꾸길 좋아하는 평균 나이 만 열일곱 살의 소녀들이니까.
오늘의 촬영 콘셉트는 ‘롤리타’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깨물고 싶은 원더걸스를 만드는 게 나의 주된 임무다. 그렇다고 나를 변태 기자 아저씨로 오해하지 마라. 대중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선예) 고맙다. 사진이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
나보다 낫다. 내가 열일곱 살에 무얼 했나 생각해보니 오락실에서 펌프를 하고 있었다. 돈을 벌고 있다. 놀고 싶지 않나?
(선예) 지금도 놀고 있는데?(웃음) 일을 즐기면서 해서 그런지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안타까운 건 중학생인 선미와 소희가 학창 시절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것.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순 없지 않은가?
이제 1위가 식상하겠다.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고, 인터넷 검색 순위에서도 연일 1위다. 심지어 대학 축제에 초대하고픈 가수도 1위더라. 인기를 실감하는가?
(선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가 다니는 곳이 숙소와 방송국, 그리고 이동하는 차로 제한이 되어 있어 인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 축제나 군부대 등 무대에 많이 서면 우리를 알아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특히 공연 중에 ‘텔미’를 따라해줄 때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예은) CF 섭외 1순위를 하고 싶다.(웃음)
데뷔곡 ‘아이러니’는 노력만큼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선예) 문제라기보다는 그간 여성 그룹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곡의 완성도 또한 ‘텔미’만큼 좋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 아이러니로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살랑거리는 춤이 너무 좋다. 애교가 넘쳐 흐른다. 어떻게 춤을 춰야 하나?
(선예) 사실 단체로 춤을 추는 터라 선을 맞추고 각을 맞추기 어려워서 그렇지, 춤 자체가 어렵진 않다. 공중부양 느낌이 들면 일단 성공이다. 방방 뛰고 있다는 느낌, 진자운동처럼 힙을 좌우로 흔들면서 움직이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오랜만에 대중 가요계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전 국민이 아는 가수가 오랜만이다. 아저씨들도 다 알지 않던가.
(선미) 감사할 따름이다. 1980년대의 복고적인 느낌이 강력하게 어필한 듯싶다. 게다가 1980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들이 나와 그 당시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 아저씨들 눈에는 신기하고 귀엽게 보이지 않았을까? 또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안무가 큰 몫을 했다.
넥타이 부대의 사랑이 부담스럽진 않나?
(선예) 전혀. 얼마 전 UCC를 보다 ‘직장인 텔미’를 발견했다. 꼭 보고 싶은 동영상이었다. 넥타이를 맨 아저씨들이 ‘텔미’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신선하기도 했고.
박진영이 한 인터뷰에서 ‘원더걸스는 선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룹이다’란 말을 했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선예가 2001년도 영재 육성 프로그램 ‘99퍼센트의 도전’에 선발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기도 하지만, 섭섭했을 텐데.
(선미) 전혀. 처음 멤버를 결성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선예가 박진영의 신뢰를 받는 건 당연하다.
(선예) 제작자 박진영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나머지 네 친구가 없다면 나도 없고, 원더걸스도 없다. ‘텔미’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렸는데 나머지 멤버 모두가 무사한 걸 확인하고서는 ‘감사합니다’란 말을 수천 번도 더했다. 우리는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다섯이 뭉쳤을 때 큰 힘을 갖는다.
새로 영입된 유빈이 나이가 많다. 리더로서 어려움은 없는가?
(선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연습생으로 있던 지난 6년 동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거의 없었고, 5년 동안은 내가 맏이였으니까.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원더걸스의 빈자리에 유빈이 들어온 것은 너무나도 계획적인 것 같다. 내가 부족하니까 기댈 수 있는 언니를 주신 게 아닐까. 큰 나무 기둥을 준 것 같다.
나중에 영입되었는데 멤버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나?
(유빈) 다들 동생이어서 더욱 친해지기 쉬웠다. 게다가 내가 들어온 후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아 다행이다.
연습생 시절을 떠올려달라.
(선미) 그 당시 나는 경주에 살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서울에 올라와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적어 더욱더 열심히 했다. 실력이 늘지 않아 슬럼프에 빠졌을 때엔 언니들을 붙잡고 많이 울기도 했다.
(선예) 선미가 나랑 비슷한 점이 많다. 가정 환경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그래서 많이 챙겨주고 싶었는데, 열심히 노력해도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그런 모습을 보니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아, 소희랑 선미랑 같은 나이다. 그래서 데뷔 전부터 라이벌 의식이 굉장히 강했다. 보컬실과 안무실이 각각 2개인데, 선미가 서울로 올라온 이후 하루는 자정이 다 되도록 숙소에 돌아오지 않더라. 통금 시간이 가까워져 선미를 연습실로 찾으러 갔다. “선미야, 왜 안 들어와?” 물었더니 선미가 “소희가 아직 안 갔어”라 말하더라. 그 정도로 선의의 경쟁이 심하다. 경쟁 속에서 서로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선미) 지금도 가끔씩 장난으로 소희에게 “너 나 싫어?” 하고 물어보면 “나 너 싫어”라 한다. 그럼 나 역시 “나도 너 싫어”라고 답한다.(웃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나 보다. 박진영은 어땠나?
(소희) 가수가 되기 전까지는 박진영을 볼 기회가 적었다. 원더걸스가 결성된 이후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는데, 우리가 너무 어리다 보니 우리에게 화를 내거나 한 적은 거의 없다. 자상하게 대해줬는데, 무섭기보단 무척이나 꼼꼼한 성격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다 신경 써주는 사람이다.
강력한 라이벌 ‘소녀시대’에 대한 느낌은? 그들은 화이트 룩에 예쁜 복장을 하고 다니는데….
(선예) 자극이 된다. 또 우리 두 그룹으로 인해 가요계가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좋다. 그들과는 콘셉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라이벌 의식보다는 10대 아이돌 그룹의 대표 주자로 서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콘셉트에 따라 옷을 입고 활동하는 거라 지금의 모습에 만족한다.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면 다른 느낌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인기가 많은 만큼 악플이 많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는가?
(선예) 중요한 것은 내가 양심에 어긋나지 않고 부끄럽지 않다면 그런 것들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거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악플조차 열심히 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인다. 아직은 우리가 십대라서 그런지 심한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A형이라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곤 한다.(웃음)
라이브할 때 음정이 불안하거나, 고음 처리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선예) 알고 있다. 그래서 고치려 노력 중이다. ‘텔미’란 곡 자체가 우리 고유의 목소리로 하는 노래가 아니다. 호흡을 배제한 채, 만들어진 목소리로 노래를 하다 보니 실수가 잦다. 긴장을 한 상태에서 뱉어내는 노래라 더 힘들다. 연습을 더 해야 할 텐데….
부족한 점은 뭐라 생각하는가?
(선예) 아직 어리다 보니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피곤하면 그 피곤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소희나 선미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공인 아닌가. 모든 사람이 다 너그럽게 봐주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쳐야 할 것 같다. 또 노래 실력이나 춤, 언변 등 모든 것이 다 부족하다.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인터뷰를 혼자 다 하는가?
(선예) 거의 그렇다. 내가 말하는 걸 좋아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좋다. 쓸 말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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