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기성율 ASSISTANT 박진선 Editor 박만현
수트는 매우 형식적인 의상이다. 긴 역사를 통해 거의 형태가 바뀌지 않은 외양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빠르게 발전하는 트렌드의 홍수 속에 수트만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왔다는 것이다. 당신이 셰빌로의 어느 숍에서 수트를 맞췄다면, 적어도 수트만은 윈저 공과 위치가 동등하다고 믿어라. 아, 매디슨 애버뉴에 위치한 톰 포드의 새로운 스토어에서 맞췄다면 셰빌로의 전통에 로맨틱을 더했다고 자부해도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도대체 이 딱딱한 옷에는 위트가 없다는 말이다. 남자를 다시 사로잡는데 더할 나위 없지만, 적당히 릴랙스되는 느낌은 전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중세의 기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 여성과 사랑을 나눌 땐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졌던 것처럼 - 현대판 갑옷인 수트를 벗어던지라고? 천만에. 현대의 비즈니스맨들은 중세의 전사들보다 정확히 1조 배쯤 바쁜걸. 자, 하지만 걱정 마시라. 우리의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유머를 꽁꽁 싸둔 위트 가이를 위해 멋진 안감의 수트를 준비했으니까 말이다. 바로 근엄한 외모 안에 숨겨진 화려한 안감을 두고 하는 얘기다. 비비드한 컬러의 레드&바이올렛,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독특한 스타일의 날염, 도트 문양과 페이즐리의 화려한 패턴 등 브랜드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안감들이 이번 시즌 <아레나> 블랙칼라 워커를 기다린다. 그중 당신의 탐욕스러운 수트 미학에 만족할 만한 것이 어떤 것일지 모르지만 노파심에서 한마디 하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재킷들은 양면이 아니니 혹시라도 착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