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처음이 어렵지 어느덧 익숙해지고 쉬워지는 일들이 있다. 흡연, 거짓말, 섹스 등등. 무엇이든 두 번째는 훨씬 수월한 법. 시각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낯선 이미지도 지속적으로 보면 우리의 눈과 뇌는 어느 순간 지겹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현상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훨씬 더 심하다. 반지 얘기를 꺼내놓고 왜 이런 시답잖은 얘기를 늘어놓느냐고? 이유는 이렇다.
요즘 남성 주얼리 시장이 딱 이렇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부터 클래식 트렌드와 맞물려 남성 팔찌 열풍이 불었다. 하나도 모자라 두세 개씩 차는 남자, 시계와 함께 차는 남자, 심지어 팔찌를 발목에 차는 남자들까지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쏠림 현상’을 제대로 보여준 아이템이었다. 그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주얼리 브랜드들만 해도 수십여 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쏠림 현상을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좋은 점도 있다. 한 번 어떤 아이템이 고공비행을 하면 그 반발 심리로 또 다른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게 팔찌는 너무 익숙한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이제 다른 주얼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맞다. 반지다. 반지는 팔찌보다 조금 더 무거운 아이템이다. 남자들은 항상 반지에 심오한 의미를 담아왔다. 결혼반지는 물론이고, 우정 반지 또는 해병대 반지까지 특별한 상징성을 띠었다.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남자들이 사준 반지는 장롱에 박아놓고 ‘그냥’ 예뻐서 산 반지를 아무런 의미 없이 끼고 다닌다. 팔찌의 익숙함이 이제 모르도르처럼 거대한 반지의 벽까지 허물어버린 셈.
어느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중 10.2%는 지난 1년간 주얼리를 1회 이상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약 2백만 명의 남성이 주얼리를 구매한다고 추산했다. 수요가 많아진 만큼 공급도 함께 증가했다.
작년부터 남성 주얼리를 취급하는 브랜드들이 혹은 남성 주얼리만 전문으로 파는 브랜드들이 고유의 콘셉트를 내세워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주얼리 편집매장이라는 개념도 올해 많이 증가할 예정이다. 고로 예전보다 멋으로 낄 수 있는 세련된 반지들이 많아질 거다. 남자도 이제 여자처럼 멋으로 반지를 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당당해지자. 큐빅 박힌 반지를 끼고 당당하게 새끼손가락을 치켜세우란 말이 아니다. 옷이나 가방을 고를 때와 같이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주얼리를 고르라는 거다. 큰 의미 없이 심미안을 발휘해서 말이다.
1. 골드와 실버로 된 3개의 링이 하나로 엮인 반지
1백90만원대 까르띠에 제품.
2. 볼드한 펜던트와 육각형 모양이 세련된 반지
모두 가격미정 생 로랑 제품.
반지를 찾아서
보기 좋고 끼기 좋은 반지 브랜드들.
1 Fine Light Trading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탄생한 브랜드이며, 황동과 은을 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유행했던 멕시코 링과 인디언 주얼리 등을 바탕으로 제작한다. 왁스 카빙부터 주물, 세세한 작업 하나까지 직접 손으로 제작하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고전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2 Scudo
이탈리아어로 방패를 뜻하는 스쿠도. 시대와 유행을 뛰어넘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실버 주얼리를 제작하는 브랜드다. 간결하면서 위엄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모든 제품은 92.5%, 표준 은(Sterling Silver)만을 사용해 제작한다고.
3 Foundwell
뉴욕을 기반으로 빈티지 제품을 수집해 판매하는 편집매장으로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한다. 에르메스 소금통, 까르띠에 빈티지 시계, 19세기 원석 반지, 체스 게임 세트까지 소장 가치 높은 수집품들을 판매하며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도 애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4 Bulletto
불레또는 악동이라는 뜻의 ‘Bully’와 작은 깡패라는 뜻의 ‘Little Gangster’의 합성어로 핸드 커스텀 주얼리를 다루는 브랜드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윤태원과 영상 디자이너 출신 차광호가 만나 만든 국내 브랜드. 브랜드 이름처럼 반항적이고 거친 느낌의 아이템들이 주를 이룬다.
photography: 조성재
ASSISTANT: 김재경
editor: 이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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