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민정
내 나이쯤 되니 예전처럼 담배 피우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진 않는다. 어렸을 때나 긴 손가락에 뽀얀 연기 어쩌고저쩌고 하며 멋있다고 생각하지, 이제는 저 담배 연기가 얼마나 피부를 썩게 만들까 하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시가’는 다르다. 담배가 고등학생 시절 로망 정도로 남아 있다면 시가는 40대 초반의 중후함이 배어 나오는 섹시한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더 나이 들면 이 환상마저 깨질지 모르지만. 시가를 피는 건 엄두도 안 나던 차에 ‘서울시가클럽’에서 초대장을 받았다. 이곳에서 직접 시가를 만들어보는 이벤트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쿠바에서 날아온 장인 알프레도 피노 씨의 지도 아래 말이다. 시가는 한 나무에 자랐지만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서로 기능이 다른 5장의 잎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시가 속에는 쉽게 잘 타는 볼라도, 아로마 향을 내며 시가 맛을 결정하는 세코, 천천히 타면서 강한 맛을 내는 리게로가 들어간다. 담배도 못 피우던 내가 묵직한 시가를 물어보았다. 담배가 폐로 연기를 마시는 것이라면 시가는 코로 향을 음미하는 것이란다. 그 맛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이 마감에 그 시가 한 대가 생각나다니.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흡연은 키스할 대상이 없을 때 꼭 필요한 것”이라 했다. 이게 나의 흡연 이유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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