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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사랑이다

향수에 포함된 향 원액의 농도별로 분류한 향수의 종류, 신기하게도 다양한 사랑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br><br>[2006년 7월호]

UpdatedOn June 22, 2006

PHOTOGRAPHY 정재환 ASSISTANT 이광훈 EDITOR 민병준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인 향수는 그 면면 또한 사랑과 많이 닮았다. 농밀한 사랑을 닮은 ‘퍼퓸(Perfume)’은 농도가 가장 진하고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다. 너무 진한 사랑은 때로는 위험하듯 퍼퓸도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 농염하기 그지없는 강한 향 때문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 최소량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퍼퓸보다는 살짝 약하지만 풍부한 향을 지닌 ‘오 데 퍼퓸(Eau de Perfume)’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정열적인 사랑이다. 정열적인 사랑의 뜨거운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듯 오 데 퍼퓸의 깊이 있는 향은 오랜 지속력을 가진다.
남성용 향수로 가장 일반적인 ‘오 데 토일렛(Eau de Toilette)’, 평범하지만 오랫동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안락한 사랑을 닮았다. 퍼퓸이나 오 데 퍼퓸에 비해 은은한 오 데 토일렛은 향의 지속 시간이 5시간 전후로 길지 않다. 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주는 본래의 향과, 오랜 시간 지속되는 은은한 잔향은 안락한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따뜻한 정을 생각나게 한다.
인스턴트 사랑을 닮은 ‘오 데 코롱(Eau de Cologne)’과 ‘샤워 코롱(Shower Cologne)’, 1~2시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 두 향수의 가벼운 향기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오늘날 인스턴트 사랑의 경박한 감정과 꼭 닮았다.
향은 약하면서 땀 분비를 억제하고 쿨한 느낌을 유지하는 게 주목적인 ‘데오도란트((Deodorant)’, 사랑을 닮긴 했지만 그 목적은 사랑이 아닌 욕구 충족에 있는 원 나잇 스탠드의 성격을 지녔다.
올여름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어떤 향수를 선택할지는 각자의 취향에 달렸다. 각각의 선택은 간단하지만, 그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만 잊지 말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사랑과 향기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혼란과 나쁜 이미지를 줄 뿐이며, 적절한 선택은 행복한 라이프스타일과 효과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선사할 것이다.

another Tip
농도별로 구분된 향 중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종류를 정했다면 그다음은 향의 계열을 선택하면 된다.
여름용 향수에 많이 사용되는 ‘시트러스(Citrus) 향’은 오렌지·레몬·자몽 등 말로만 들어도 상큼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감귤류의 향을 담고 있다. 부드러운 남자들에게 잘 어울리는 ‘우디(Woody) 향’은 은은한 나무 향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기에 제격이다. 대부분의 향수가 포함하고 있는 ‘플로럴(Floral) 향’은 장미·재스민·백합 등 다양한 꽃 향을 사용한다. 플로럴 향이 강한 것은 자칫 너무 여성스러울 수 있다.
약간은 자극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파이시(Spicy) 향’은 계피나 가벼운 후추 향을 떠오르게 한다. 무난한 향에 익숙하다면 다소 강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스파이시 향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싶다면, 우디 향이나 플로럴 향에 스파이시 향이 살짝 가미된 종류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이 외에도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이나 막 베어낸 풀에서 맡을 수 있는 상쾌한 향을 표현하는 ‘그린(Green) 향’, 시원한 바다 냄새와 해조류의 느낌을 담은 ‘오셔닉(Oceanic) 향’ 등이 남성 향수에서 많이 사용되는 향의 계열이다. 그리고 요즘은 ‘크로스섹슈얼’과 ‘젠더리스 콘셉트’의 유행으로 여성 향수에서 주로 사용되던 향이 남성 향수에 과감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달콤한 바닐라 향을 느낄 수 있는 ‘오리엔탈(Oriental) 향’, 부드러우면서도 센슈얼한 느낌을 주는 ‘파우더리(Powdery) 향’ 등이 그것이다.
이제 다양한 종류의 향수를 직접 맡아보는 일만 남았다. 백화점이나 향수 전문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향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향을 시향해본 뒤 “저한테는 오 데 토일렛의 우디 향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향수에 대한 세련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 좀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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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민병준
PHOTOGRAPHY 정재환
ASSISTANT 이광훈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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