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정재환 EDITOR 김영진
류병학이 부산 비엔날레 총감독이 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작가와 작품을 초대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미술박람회’다. 어느 나라건 비엔날레 총감독은 나라에서 그리고 세계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류병학은 한국 주류 미술계로부터 퇴출 아닌 퇴출을 당한 터였다.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하던 한국 미술계 내부의 친일파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미술계의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미술인들은 달랐다. 그를 열광했다. 제 목소리를 내는 미술 이론가로, 가장 현대적인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로 류병학을 지지한 것이다. 류병학은 온라인 웹진 ‘무대뽀’를 운영하며 주류 미술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고, 언제나 감각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단아로 ‘방출’되었지만 그의 명성은 보수적인 주류 미술계의 장벽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산 비엔날레 총감독이 됐다. 비주류의 최고봉에서 주류의 정상이 된 것이다. 흔한 인생 성공 스토리? 류병학은 주류의 달콤함 속에 안주할까, 아니면 그동안 비엔날레답지 않았던 비엔날레를 뜯어고칠 것인가? 그가 다시 칠하고 싶어 하는 비엔날레에 대하여.
비엔날레는 일반적인 미술 전시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미술 전시는 작품성과 미술사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미술관 전시와 상업적 목적이 더 중요한 갤러리 전시를 말한다. 비엔날레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포용해야 하는 전시다. 비엔날레를 영화에 비교하자면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국제전인 셈이다. 블록버스터는 수익을 올려야 한다. 국제적 이슈가 되는 전시 기획과 마케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엔날레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가?
비엔날레는 단순히 미술 전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나 독일 카셀도큐멘타가 유명한 것은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브랜드가 있는 국제전이 있는가? 앞서 말했듯이 브랜드를 가지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부산 비엔날레가 국제적 미술 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스폰서 유치가 급선무다.
비엔날레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비엔날레 감독은 사실 ‘감독’이라기보다 오히려 ‘프로듀서’에 가깝다. 리스크가 큰 전시이기 때문에 프로듀서로서의 사명감이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부산 비엔날레 감독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과 자신이 감독에 선정된 이유를 말한다면?
부산 비엔날레 감독이 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내가 감독으로 선정된 이유는 그동안 해온 일에 대한 답변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주류 미술계를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미술계의 이단아가 됐다. 다시 주류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없었다.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호응 때문이라고 본다. 아티스트 없이는 기획자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부산 비엔날레가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부산 비엔날레는 ‘바다’가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바다미술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올리버 쿠르제의 ‘미포 프로젝트’, 니시카와의 ‘전망대’, 김택상의 ‘도로 프로젝트’ 등 해운대 해변 주변에 있어야 할 시설물 혹은 기존 시설물을 작품으로 교체하는 작품들로 선정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예산 문제다. 하지만 예산 문제는 감독이 맡아야 할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재미도 있다.
류병학이란 인물이 비엔날레 감독이 되면서 바뀌는 한국의 미술 지형이 있다면?
답변하기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동안 국내 비엔날레 감독들이 못했던 두 가지, 즉 국제 미술계에 새로운 이슈 제공과 마케팅(스폰서 유치)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는 누구나 비엔날레 ‘총감독’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어떤 총감독도 하지 못했던 스폰서 유치를 해내고 있다.
‘류병학표’ 비엔날레를 만들기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국제 미술계에 이슈가 될 만한 기획이어야 한다. 최근의 국제 미술계는 환경조각 등과 같은 ‘공공미술’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파이’다. 공공미술에 늘 문제되는 파이가 작다는 것이다. 이번에 기획하는 ‘퍼블릭 퍼니처(Public Furniture)’는 미술계의 ‘퍼블릭 아트(Public Art)’와 도시학의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를 섞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공미술’은 ‘스트리트 퍼니처’ 중 하나다. 따라서 ‘퍼블릭 퍼니처’는 ‘스트리트 퍼니처’ 영역에 모두 개입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거리의 가로등, 쓰레기통, 벤치 등 모든 것이 공공미술 작품 안으로 편입될 수 있다. 당연히 ‘파이’도 커질 테고.
이번 부산 비엔날레를 통해 우리나라 비엔날레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외 유명 비엔날레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철학’을 가졌으면 한다. 자신만의 철학 없이는 제대로 된 기획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술계도 ‘마케팅’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부산 비엔날레 감독으로서 부산 비엔날레를 홍보한다면?
‘부산’은 비엔날레보다 영화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화계 인사를 적극 참여시킬 생각이다. 이미 이준익 감독을 홍보대사로 영입했다. 현재 금성무와 장쯔이를 영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홍보’는 기사화될 수 있는 일을 저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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