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하게 찍는 게 쉽지 않지?
처음이다. 근데 찍고 싶었다. 사진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연기할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이쪽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게 예쁜 것 같다.
자연스러워서 예뻤다.
내 몸짓은 나만 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래 함께 작업한 포토그래퍼와 스태프들도 편하고.
분위기와 호흡은 중요하다. 근데 같은 사람들과만 일하다 보면 변화가 부족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한다. 다들 1~2년 단위로 미용실도 바꾸지만, 난 매니저나 스태프들 전부 8년씩 함께했다. 이게 좋다. 한 번도 바꾼 적 없다. 사람 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변화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꼭 다른 사람이랑 일해야 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쫓아가면 안 된다.
기질이나 성향이란 게 있다.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 또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쪽인가?
모험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당연히 후자다. 반면에 작품 고를 때는 모험을 좋아한다. 사실 센 역할도 맡아보고 싶다. 액션도 좋아하고.
당신 완전 얌전해 보이는 거 알고 있나?
하하. 파스타나 피자 이런 거 먹을 것 같지? 아니다. 김치찌개, 닭볶음탕, 고추장찌개 이런 한식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여행 좋아하고, 여름에는 수상스키 타러 다닌다.
의외로 활동적이구나.
헬스보다 골프 치는 게 좋고, 스쿼시보다 테니스가 좋다. 왜 가만히 집에만 있어야 하지?
집에만 있게 생긴 청순가련형이잖아.
청순? 기분은 좋지만 절대 아니다. 청순하기보다는 못되게 생겼지.
맡는 역할들이 여린 캐릭터라서 그런 이미지가 생겼을 수도 있다.
남자들이 품고 싶고, 가질 수 있을 것 같고, 보살펴주고 싶은 게 청순한 여자다. 남자들은 나한테 말을 못 걸겠다고 하던데?
성격 센 고양이상이라서?
그러니까 청순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게 되고 싶었다. 여자니까. 강아지상이 되고 싶고 눈꼬리도 좀 처졌으면 좋겠고. 신인 때는 더 그랬다. 청순가련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운 거지.
대신 모델의 몸을 가졌잖아.
연기하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다. 주인공은 신데렐라처럼 고생하다가 성공해야만 한다. 특히 드라마는 그런 캔디형 성공 스토리가 많다. 시청자가 그런 인물에게 공감하니까. 근데 나는 남자들이 가질 수 없게 생겨서 그런 역할이 안 들어온다. 사실 난 절대 안 그런데….
그럼 쉬운 여자인가?
하하. 그런가 보다. 말괄량이 삐삐도 할 수 있고, 코미디나 액션, 망가지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 준비는 되어 있지만, 외모 때문에 정형화된 캐릭터만 맡았다. 재미가 없다. 말광량이 역할을 한 번 하긴 했다.
안다. 장근석과 함께 출연한 영화.
근데 흥행 안 돼서 사람들이 그런 내 모습은 못 봤다. <여고괴담>이나 <로얄패밀리>에서 강한 역할만 하고.
에이, 포털 사이트에 항상 나오는 이미지 있잖아. 행사장에서 찍은 ‘8등신’ ‘차도녀’ 이미지.
또 있다. ‘우월한 기럭지’ ‘빛나는 눈웃음’ 이런 거. 만날 똑같아.
본인도 에디터 해봤잖아. 그럼 직접 지어보시던가.
하하. 그건 방송 때문에 아주 잠깐 했던 거지. 하지만 시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밌지 않나? 사람들 만나고, 이렇게 대화하고. 물론 스트레스도 그만큼 받겠지만.
검은색 레이스 시스루 원피스는 발렌티노, 검은색 언더웨어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 제품.
안 받는다.
아 그래? 스트레스 안 받는 성격인가봐.
예민한 사람도 있지만, 태평한 사람도 있다.
좋네. 나는 스트레스 잘 받는 성격이다.
어쩐지… 예민하면 살 안 찌더라.
무진장 예민하다. 평소 신경 많이 쓰고, 남의 말이나 고민 잘 들어주는 성격이다. 정작 내 얘기는 잘 안 하지만.
음흉한 사람이구나.
오, 아니다. 상대방이 계속 얘기해서 그렇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구나 언니들도 나한테 술술 얘기한다. 내가 뭘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여자들은 공감해주는 걸 선호하니까. 하지만 남자들은 해결책을 원한다.
나도 해결해주길 원한다. 그래서 내 얘길 안 하는 거지. 말해봤자 소용없으니까. 동정받는 게 싫고, 내 괴로움을 상대에게 전이하고 싶지도 않다. 사람들이 내게 많이 기댄다.
자기 얘기하는 사람들은 자기 편이 되어달라는 뜻 아닐까? 차예련과 같은 편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가봐.
하하. 많다. 난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정 많고, 잘 운다. 또 퍼주는 성격이다. 여우같이 생겼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별 게 없다. 여우같이 생긴 바보라고 하더라.
<어린왕자>의 사막여우인가 보네.
맞다. 착한 아이지.
배우는 브랜드가 된다. 차예련이라는 브랜드는 세련되고 당당한 여배우다. 만족하나?
너무 모델 이미지다. 그래서 역할도 돈이 많든가, 얼굴이 예쁘다든가 잘난 역할만 들어온다. <스타일 매거진> MC를 했을 때도 패셔니스타 이미지로 각광받는 게 싫었다. 내가 만든 게 아니다. 하지만 싫다고 해봤자 기자나 대중이 만드는 거니 어쩔 수 없더라.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배우로서는 안 좋다.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고, 평생 연기할 건데. 예전에 기사도 한 번 났었다.
니트 소재 카디건은 쟈딕 앤 볼테르,검은색 언더웨어는 엠포리오 아르마니,검은색 시스루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
무슨 내용이었나?
한창 패션쇼 시즌이었다. 쇼 하나를 관람하러 갔고, 며칠 뒤에 또 다른 쇼에 갔다. 그런데 뉴스에는 매일 패션쇼만 보러 다니는 듯 나오고, 연기하는 차예련이 보고 싶다는 기사도 나왔다. 배우로서 감정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행사 사진만 나와서 안타깝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보고 싶다고 썼네.
작품을 하면서 행사장에 초대받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쯤 나들이처럼 다닐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초대받아서 간 것뿐이고.
작품도 좋지만 사람이 돈을 벌어야지.
하하 그러니까. 광고도 찍고 폭넓게 활동하는 건 좋은 것 같다. 연기 욕심이 너무 많아서 작품 고르다 보니 아직 내 작품을 못 만났다고 생각한다.
몸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곳은 어딘가?
다리랑 눈. 사실 눈과 입은 콤플렉스였다. 입술이 얇아 대사할 때 말리는 것 같았다. 쌍꺼풀 지고
선하게 처져서 눈웃음 짓는 예쁜 눈이 부러웠다.
나처럼?
응? 하여튼 나는 눈꼬리가 너무 올라갔다. 쌍꺼풀도 진하고 앞쪽도 트여 있다. 수술한 줄 알지만, 이대로 태어났다. 어려서는 콤플렉스였던 거지. 순해 보이고 싶었으니까.
너무 선해 보이면 만만하게 본다.
나는 만만하지 않게 생겼는데 만만하다.
어떤 남자들이 만만하다고 그러나? 접근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집적거리긴 하지. 심하게는 못하지만 하하. 친해진 후에는 성격을 아니까. 친구처럼 지내다가 그런 경우도 있고….
그럼 어떤 남자가 좋은데?
날 감당할 수 있는 남자. 여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 어떤 남자들은 나 같은 여자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 순간 끝이지.
자신보다 잘난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들은 많다.
그런 상황이 생기더라고. 인기를 얻고, 좋은 작품 맡으면 잘됐다고 하는 남자친구들은 거의 없다. 약간씩 시기와 질투를 한다.
남자들이 어떻게 질투심을 표현하는데?
‘그걸 꼭 해야 되냐?’ 이런 식이다.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면 되는데, 앞에서는 ‘아 그래? 잘됐네’ 하지만 뉘앙스에선 무미건조함이 느껴진다.
티가 나는구나. 이젠 나도 표정 관리해야겠다.
티 확 난다. 차라리 싫으면 대놓고 이야기하지.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최용빈
STYLIST: 이준미
HAIR: 미영(포렛)
MAKE UP: 안미나(포렛)
COOPERATION: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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