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들의 승패 싸움만큼 방송국의 중계 싸움도 치열하다. 네 개의 중계 채널을 네 가지 관점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야구 중계 수준은 상당히 높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적게는 7대에서 많게는 16대에 이르는 카메라가 노련하게 상황을 포착한 다음 적절한 영상 전환과 리플레이로 그라운드의 복잡한 상황을 한눈에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중계 영상은 시청자에게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제공한다.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거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수십 가지 수치와 기록을 영상에 아로새긴다.
일목요연하기만 하다면 제공되는 정보의 양은 많을수록 좋다. 한때 어느 방송사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투구 스피드를 화면에서 없앴는데, 이는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 운전을 금지시킨 격이다. 그러나 현재 방송사마다 제공하는 정보 양의 차이는 거의 없다.
야구 중계방송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방송사들의 프로야구 방송 비용은 한 경기에 평균 1천4백만원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 중에서 마라톤과 골프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축이다. 그러나 적절한 영상과 방대한 정보 덕분에 시청자들은 비싼 비용에 걸맞은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궁금한 것은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네 방송사의 특징과 수준 차이다. 시청률은 좋은 참고 자료가 못 된다. 먼저 시청률이란 요물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방송사들은 저마다 자기네가 시청률 1위라고 주장하는데, 그 모순되는 주장은 놀랍게도 모두 거짓이 아니다. 집계 방식과 시점 등이 다양하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다양한 터라 하나같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선택해 발표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믿을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일일이 확인하는 것. 지난해와 올해 방송을 참고해 여기 그 답을 내렸다.
1. KBS N 스포츠
영상 새로운 영상 기법 도입에는 인색한 편이지만 전반적인 수준은 상당히 높다. 네 방송사 가운데 가장 멀리서 영상을 잡아낸다. 투수나 타자 한 사람을 비출 때 클로즈업이나 바스트 샷(인물의 가슴 윗부분을 보여주는 영상)보다는 웨이스트 샷(허리 위 상반신)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활용한다. 덕분에 멀찍이에서 안정적으로 관전하는 느낌을 준다. ★★★★☆
캐스터 이기호, 권성욱 등으로 구성돼 있다. 흥미 유발보다는 경기 내용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KBS 소속의 표영준과 김현태 아나운서도 이따금씩 중계에 참가한다. 건실한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 ★★★★★
해설 하일성, 이용철, 이병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세 해설자 모두 말솜씨가 워낙 좋다. 이병훈 위원은 오히려 <아침마당>의 패널이 더 적성에 맞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 전문성보다 ‘말발’이 더 부각되는 탓에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막히지 않고 해설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장점이다. “롯데 강민호 선수가 지금 타격이 부진한 까닭은 한 번에 스윙하지 못하고 중간에 ‘잡동작’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이를 ‘시동 건다’고 표현하는데, 공을 제대로 맞추기도 힘들뿐더러 타구에 힘을 싣기도 쉽지 않습니다.”(이병훈) ★★★★
<아이 러브 베이스볼> 하일성, 이용철, 이병훈 등의 패널들이 워낙 노련해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김기웅 아나운서의 ‘미스 앤 나이스’는 다른 방송사의 비슷한 코너들을 압도한다. 다만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단순한 구성은 못내 아쉽다. 진행자와 패널 두 명이서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잘한 선수는 잘했고 못한 선수는 못했다”는 식으로 스케치하는 것만으로는 고급 시청자들의 욕구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2. MBC 스포츠 플러스
영상 KBS N 스포츠와 SBS ESPN 사이쯤이라고 할 만한데, 굳이 따지면 SBS ESPN에 더 가깝다. 지난해부터 피칭캠이라는 영상으로 투수의 투구 분석을 도왔는데, 올해에는 투구의 궤적을 더 선명하게 실사로 구현했다. ★★★★☆
캐스터 한명재, 정우영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명재는 스포츠 플러스 소속임에도 모회사인 MBC의 류현진 경기 중계를 진행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콧소리가 심하다. 정우영은 야구 지식이 해박하며 실제로 전문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왕년에 모 해설가와 중계 도중 말다툼한 적이 있다. ★★★★
해설 허구연, 양상문, 한만정, 박동희, 손혁, 박재홍, 조용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설가를 많이 거느린 만큼 한 중계에 해설가 두 명을 투입해 더 전문적인 해설을 한다. 허구연 위원은 설명이 필요 없는 명해설가지만, 염경엽이나 류현진처럼 발음이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름이 등장하면 그의 입에서 어떤 해괴한 발음이 튀어나올지 듣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해진다. 양상문 위원의 투수 관련 해설은 특히 수준 높다. “공을 던지고 난 뒤 손바닥이 빨리 펴지는 투수는 로케이션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한화 이글스 유창식의 투구를 보고 평가한 양상문) ★★★★☆
<베이스볼 투나잇 야>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평균 시청률 0.727%를 기록하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MBC 스포츠 플러스의 야구 중계 또한 1.455%로 1위다(타 방송사 프로그램이 1위인 조사 결과도 있다). ★★★★☆
3. SBS ESPN
영상 네 방송사 가운데 가장 가깝게 영상을 잡는다. 웨이스트 샷보다는 바스트 샷과 클로즈업이 상대적으로 많다. 영상 전환도 빠른 편이어서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올해부터는 ‘호크아이’와 ‘다트피시’라는 영상 기법을 도입했다. 호크아이는 주자들이나 수비진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며, 투구 추적 프로그램인 다트피시는 투구 분석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
캐스터 윤성호, 이동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력으로는 다른 방송사 캐스터들에게 처지는 편이지만, 진행 능력은 못지않다. ★★★★
해설 양준혁, 안경현, 김정준, 김재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대호가 출전하는 오릭스 버팔로스 경기의 오프 튜브(Off Tube: 타 방송사가 현장에서 만든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받아 중계진의 코멘트와 그래픽을 입혀 방송하는 방식) 중계는 이광권 위원이 도맡아 해설한다. 선수 출신의 해설자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살아 있는 해설을 한다.
“포수들은 변화구 사인을 내고 나면 두 발을 함께 움직이고, 직구를 요구한 다음에는 한 발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소리로 타자가 구종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포수들은 주의해야 합니다.”(안경현) “원 아웃 상황에서 페이크 번트 앤드 슬러시 작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닝 사이에 안경현 위원에게 문자로 물어봤는데 역시 모르겠다는군요.”(LG 트윈스의 작전이 실패한 뒤 김정준) ★★★★☆
<베이스볼 S> 안경현, 김정준, 김재현 위원이 번갈아 출연한다.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소개에 그치지 않고 야구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는 고급 분석이 많다. 진행자와 패널 사이의 호흡이 좋은 편. 개그맨 정찬우가 목소리를 담당하는 ‘베이스볼 크레이지’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느낌. ★★★★☆
4. XTM
영상 클로즈업보다는 웨이스트 샷이 더 많다. 후발 주자임에도 빨리 자리 잡고 있는 느낌. 다만 상황이 빠르게 돌아갈 때, 이를테면 투수가 재빨리 1루 쪽으로 견제구를 던지기라도 하면 카메라가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캐스터 임용수, 김수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임용수 캐스터는 SBS ESPN에서 스카우트돼 왔을 만큼 인기 좋다. 샤우팅이 좋고 유머를 많이 구사한다. 이따금 말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
해설 이효봉, 이숭용, 마해영으로 구성돼 있다. 전반적으로 해설 수준이 높다. 이효봉 위원의 해설은 초보자와 고급 시청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문 경우. 이숭용 위원은 “∼라고 얘기들을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심지어 한 문장에 두 번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라고 얘기들을 하는 까닭은 ∼라고 얘기 합니다.” 마해영 위원 역시 학구파답게 분석이 날카롭지만, 박찬호 중계 때 편파 해설로 구설수에 올랐다. ★★★★☆
<베이스볼 워너비> 진행자 공서영의 의상 때문에 말이 많다. 그러나 주말 경기를 제외하면 프로야구 경기가 끝난 심야에 방송되므로 외설 수준이 아닌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무대장치로 여성 진행자의 다리를 애써 가리는 경우는 전무하다. 모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의 노출을 어느 정도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짧은 스커트 차림의 여성 진행자를 굳이 높은 의자에 앉혀서 치마 속이 아슬아슬 보일락 말락 하게 만들기도 한다.
<베이스볼 S>의 패널인 정철우 <이데일리> 기자는 포털 사이트의 야구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여성 진행자가 긴소매 옷을 입고 오면 ‘오늘은 왜 팔뚝을 덮었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에서 그 정도 노출로 문제 삼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정작 문제는 노출이 아니라 <베이스볼 워너비>의 여러 가지 시도들이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점이 아닐까. ★★★★
EDITOR: 조진혁
WORDS: 정수인(스포츠 평론가)
PHOTOGRAPHY: 박원태
COOPERATION: 스카이라인(02-2266-4772)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