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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의 얼굴

10년 전과 다를 게 없다. 이영애의 얼굴은 여전히 맑다. 그래서 아름답다. 그래서 ‘이영애’다.

On January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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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애가 10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조선시대 신사임당을 재해석한 SBS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이하 <사임당>)에 출연한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처음이다. 강원도 강릉에서 만난 이영애의 얼굴엔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영애에게 <사임당>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녀의 컴백을 기다려온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캐스팅 소식이 번복되기도 했고, 그녀를 영입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숱한 물밑 작업에 고민이 많았을 테니 말이다. 갈등과 고민 끝에 <사임당>을 선택한 건 ‘엄마’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는 <사임당>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사임당의 일기와 의문의 미인도를 통해 비밀을 풀어나가는 한국 미술사를 전공한 대학 강사와 신사임당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역사적 위인으로서의 신사임당 본연의 모습을 공감하고 있었다. 

 

“<사임당>은 한마디로 여성의 이야기예요. 5백 년 전 그 시대에 살았던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이 사임당을 5만원짜리 지폐에 박제돼 있는 여자, 혹은 고리타분한 인물 정도로 생각하는데 실제 사임당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사임당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 교육, 여자의 일생, 고민을 풀어보고자 했고요.”

 

이영애는 출연을 결정한 직후 사임당의 생가 오죽헌을 찾았다. 결혼 후 들렀을 때 아이가 생긴 행운과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오죽헌에서 그녀는 가정의 평안과 작품의 흥행을 예감했다.

 

“사실 오죽헌은 제게 의미가 남달라요. 결혼하고 아기를 갖기 전에 기도를 많이 했어요. 남편과 오죽헌에 와서 큰 나무에 동전을 넣으며 (건강한 아기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거든요. 이번에도 남편, 아이들과 함께 와서 그때 그곳에 가서 동전을 던졌죠. 재미있는 추억 한 장을 만든 것 같아서 좋아요.”

 

가족의 기도 덕분일까. 이영애는 <사임당>의 좋은 성적을 예감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대장금>의 인기를 잇는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밝게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서 26년 차 톱 여배우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작품을 하다 보면 촬영 현장이나 배우들에게 흐르는 좋은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촬영 현장에 가면 ‘이번 작품도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밝은 기운이 느껴지죠. <대장금>으로 누린 한류 열풍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이 즐겨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 10년 동안 이영애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됐고, 쌍둥이의 엄마가 됐으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학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강산도 변하는 10년이라는 세월은 이영애를 ‘산소 같은 여자’에서 ‘그리운 배우’로 만들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고 깊어졌음을 느껴요.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를 고민하게 됐죠. 저의 재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두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가족은 전부 그 이상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하루하루가 아쉬워 일을 고사했고,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익숙한 서울을 떠나 양평에 터를 잡았다.


“엄마이자 아내이기 때문에 더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결혼 후 작품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거든요. 작품에 출연하면 집에서도 그 역할에 몰입하는 성격이라 행여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봐 그동안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는데 사임당의 모습에서 저를 발견할 수 있었죠. 일상에서의 저는 사임당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요.”


드라마 출연 조건은 단 하나. ‘밤샘 촬영은 안 된다’였다. 촬영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게 그녀가 제작진에 요구한 조건의 전부였다. 제작진으로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이영애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저 때문에 오후 9시까지만 촬영한다는 기사가 나온 적도 있어요.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에요. 분명한 건 1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른 것처럼 제작 여건이나 촬영장 상황이 변했다는 거예요. 과거와 같은 환경은 저에게 버겁죠.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죠.” 


엄마로서 그녀의 일상은 요란하지 않다. 잠들기 전 두 아이에게 양치질을 시키고, 햇살 좋은 날에는 온 가족이 산책을 한다. 옆집에 채소를 얻으러 가기도 한다. 


“엄마가 되니 확실히 변하더라고요. 예전의 저라면 꿈도 못 꿀 일들을 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 같아요. 10년 전에 사임당을 연기하라고 했으면 못 했을 거예요. 지금은 엄마라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좋아요.”

 

이영애는 데뷔 26년 만에 처음 만난 송승헌과의 연기 호흡도 즐기고 있다. ‘남편바라기’로 살면서 뭇 남성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던 지난날의 한이라도 풀려는 듯 오랜만의 로맨스에 흠뻑 젖어 있다.


“‘러브 라인’이 10년 만에 처음이라 너무 떨리더라고요. NG까지 낼 정도로요.(웃음) 서로 친해지고 나면 로맨틱한 장면을 촬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중요한 장면들을 나중으로 미뤄놨어요. 너무 친해지면 서로에 대한 신비감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 떨림이 화면으로 보일 정도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이영애는 이날 잠시 짬을 내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재연했다. 묵직해 보이는 큰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는 장면이었는데 그녀는 발걸음 하나에도 감정을 실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꼼꼼히 모니터를 하고, 감독의 ‘오케이’ 사인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영애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었어요. <사임당>이 많은 분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첫 번째예요. 오랜만에 연기하는 터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 또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을 거고요. 연기와 가정, 육아를 병행하며 균형 있는 삶을 살도록 할게요.”
모든 걸 다 가진 여자, 이영애가 부럽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최형석
2016년 01월
2016년 01월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최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