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슈퍼푸드 중 하나인 브로콜리 그리고 브로콜리 사촌쯤으로 불리는 콜리플라워로 산뜻한 맛의 수프를 만들었다. 두 채소의 차이점과 함께 GMO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가을이 제철이기는 하지만 어느 계절에 먹어도 좋다. 그런데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의 차이점은 뭘까? 인터넷에서는 흔히들 비슷한데 색이 달라요, 어떤 채소가 영양분이 더 풍부해요, 정도로 말하고 있다. 사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품종(cultivar)이 다를 뿐 꽃양배추(Brassica oleracea)라는 같은 종(species)이다. ‘Brassica oleracea’는 우리나라말로 ‘꽃양배추’라고 번역되지만 실은 야생 겨자다. 이 야생 겨자에서 파생된 채소는 굉장히 다양하다. 줄기를 비대화해 얻은 것이 콜라비, 잎을 비대화해 얻은 것이 케일, 꽃눈과 줄기를 비대화한 것이 브로콜리, 꽃눈만 비대화한 것이 콜리플라워, 소엽의 잎눈을 비대화한 것이 브뤼셀 스프라우트(방울양배추), 지엽의 잎눈을 비대화한 것이 양배추다. 말이 같은 종이지 모습은 다른 종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전혀 닮지 않았다. 이것은 모두 선발 육종에 의한 결과다. 선발 육종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형질이 있는 개체끼리 지속적으로 교배시켜 그 특정한 형질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선발 육종은 워낙 옛날부터 우리 곁에 존재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이미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졌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채소들의 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다. 사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거의 전부가 선발 육종을 통한 개량의 결과다. 즉, 우리가 먹는 작물 대부분이 자연적으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선발 육종은 생물이 가지고 있는 많은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행위다. 그런데 선발 육종으로는 원하는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종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의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된다. 그에 반해 유전자변형생물(GMO)은 매우 적은 수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행위다. GMO라고 하면 벌써 많은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GMO는 예전부터 해왔던 선발 육종을 좀 더 필요에 맞게 정밀화한 방법에 불과하다.
GMO에서는 아주 소량의 유전자만을 변형시키는데, 보통은 유전자 가위로 몇 개의 시퀀스를 잘라내거나 우리가 원하는 형질을 담은 작은 시퀀스를 삽입한다. 이렇게 아주 작은 유전자의 변형으로 더 큰 열매를 맺거나 특정 세균에 저항력을 가진 작물을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GMO는 인간이 마음대로 유전자 전체를 주무르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아직 몇 가지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거나 삽입하는 미개한 기술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그렇게 변형된 유전자는 선별 육종으로 인한 유전자의 변화 정도보다 훨씬 적다. 말하자면 선발 육종으로는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해서 과실의 색이 변한다든지, 작물이 병충해에 약해진다든지 하는 수많은 착오를 병행하면서 목표하는 형질을 얻어내지만 GMO는 딱 큰 과실을 만드는 유전자만 건드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GMO에 거부감을 더 가질 이유는 없다.
혹자는 변형된 유전자를 먹으면 그것이 우리 몸 어딘가 달라붙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술적 사고에 불과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대부분 다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그 세포 하나하나에는 DNA가 가득하다. 식물, 동물의 유전자 그리고 레트로 바이러스(숙주의 유전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섞는 바이러스)가 그 동식물에 심어놓은 유전자까지. 그걸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그 유전자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우리 인간의 유전자 역시 진화 과정에서 각종 레트로 바이러스 감염을 통해 얻게 된 10만 개(인간 유전자의 5~8%를 차지한다)의 외부 유전자로 이미 뒤죽박죽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다.
GMO의 안전성은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유전자를 조작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안정성을 테스트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GMO 안정성 테스트가 이뤄졌고 아직까지 GMO 작물이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는 없다. 아직까지는 안전하다는 말이다.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GMO가 우리 생활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까지 외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 30min, 4인분
- 브로콜리수프 : 브로콜리 1송이, 양파(작은것) 1개, 올리브유 적당량, 소금 약간, 물 500mL
- 콜리플라워수프 : 콜리플라워 1송이, 양파(작은것) 1개, 버터 1큰술, 생크림 1~2큰술, 소금 약간, 치킨스톡 50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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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수프 만들기
❶ 브로콜리와 양파는 잘게 썬다. ❷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를 넣어 볶는다. ❸ 양파가 투명해지면 브로콜리를 넣고 색이 진해질 정도로 볶는다. 볶으면서 소금을 한 꼬집 정도 넣는다. ❹ 브로콜리가 찰박하게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살짝 짭조름하다 싶을 정도로 소금을 넣어 10~15분간 끓인다. TIP 브로콜리는 특유의 풋풋한 향이 있어 최대한 그 향을 살리는 것이 좋다. 소금을 넣으면 풋풋한 향은 살리고 비린 느낌을 가릴 수 있다. 물론 브로콜리수프도 콜리플라워수프 레서피처럼 진하게 끓여내도 좋다. ❺ 브로콜리가 충분히 익으면 블렌더로 곱게 간다. - 1
콜리플라워수프 만들기
❶ 냄비에 버터를 넣고 잘게 썬 양파를 넣어 볶는다. ❷ 양파가 투명해지면 잘게 썬 콜리플라워를 넣고 가볍게 볶는다. 볶으며 소금을 한 꼬집 정도 넣고 볶는다. ❸ 콜리플라워가 찰박하게 잠길 정도로 치킨스톡을 붓고 살짝 짭조름하다 싶을 정도로 소금을 넣어 10~15분간 끓인다. TIP 1 콜리플라워와 브로콜리는 너무 오래 볶거나 끓이면 향이 사라진다. 지속적으로 맛보면서 충분히 부드러워지되 향이 너무 죽지 않는 시점에서 불에서 내린다. TIP 2 콜리플라워수프에는 견과류가 잘 어울린다. 너트메그가루를 뿌려도 좋고 호두나 아몬드를 곁들여도 어울린다. ❹ 콜리플라워가 충분히 익으면 블렌더에 곱게 간다. ❺ 생크림을 넣고 섞은 뒤 농도를 맞춘다. - 완성하기
완성하기
브로콜리수프와 콜리플라워수프를 따르기 좋은 용기에 옮기고, 둘을 동시에 부어 한 접시에 두 가지 수프가 모두 담기도록 한다. TIP 브로콜리수프와 콜리플라워수프를 비슷한 농도로 맞춰야 담고 나서도 분리된 상태가 유지된다.
서은수 씨는…
의사이자 유명 푸드 블로거. ‘Luke’s Tasting Note’라는 블로그(blog.naver.com/luke_suh)를 통해 레스토랑 후기와 일반인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범상치 않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취미로 요리를 하지만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셰프들에게 질문하고 다양한 조리과학서를 찾아가며 요리 실력을 쌓았다. 매달 <에쎈> 지면을 통해 과학적, 의학적 지식을 더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슈퍼푸드 중 하나인 브로콜리 그리고 브로콜리 사촌쯤으로 불리는 콜리플라워로 산뜻한 맛의 수프를 만들었다. 두 채소의 차이점과 함께 GMO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