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길이 닿은 부엌 살림살이는 쓸수록 빛이 난다. 공장에서 찍어 내는 공산품이 아닌 시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부엌살림, 그 첫 번째는 이규석 작가의 수공예 통원목 도마.
“이규석의 도마에는 나무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멍이 났다고 메꾸지 않고 거친 옹이가 있다고 자르지 않은 채, 그 모습 그대로가 도마의 형상이다.
‘이 나무는 이런 부분이 예쁘구나’, ‘이 나무는 참 모진 세월을 견뎠구나’, 원목 저마다의 결을 살피고 그 무늬에 따라 모양을 구상하기 때문에 모양도 제각각 크기도 제각각이다. 나무는 잘랐다고 죽은 게 아니다. 날씨에 따라 물을 머금고, 또 내뿜기도 하며 계속해서 숨 쉬는 나무는 그래서 그 생명을 존중해 다듬어야 한다. 사려 깊은 손길로 태어난 은곡도마이기에 강한 생명력에 무엇보다 튼튼하다. 작가는 말한다. ‘자연이 만들어 낸 나무의 형상에 작가의 손이 지나간 자리만 더하면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다.”
1 고약박달나무 도마 목검으로 사용될 정도로 무겁고 단단한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고약박달나무는 국내 자생하는 나무 중 가장 견고해 상품으로 치는 나무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무늬 그대로 다듬었다.
2 대추나무 도마 도장을 파는 데 주로 사용하는 대추나무. 단단할 뿐 아니라 불그스름한 빛이 매력으로 나무의 강한 생명력이 드러난다.
3 느릅나무 도마 느릅나무 중에서도 불에 타 죽은 나무를 사용해 은근한 고재 느낌을 낸다. 느릅나무는 위장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하여 약재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래서 음식이 닿는 조리 기구의 재료로도 애용된다. 약품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끓는 물에 그대로 넣고 소독해도 문제없다.
4 산벚나무 도마 버찌 열매가 달리는 벚나무로 만든 도마. 불그스름한 빛과 화려한 무늬가 유려하다.
5 박달나무 도마 다양한 박달나무 중에서도 이 도마에 쓰인 나무는 불그스름한 무늬와 옹이가 두드러진다.
6 참나무 도마 불나방이 나무 속에 집을 짓고 살아 독특한 구멍이 난 귀한 참나무. 이런 참나무는 암에 좋다고 해 귀한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구멍이 많아 플레이트용으로 사용된다.
이규석 작가는 나무와 자연이 좋아 30년 전 강원도 숲 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나무 하나하나를 직접 고르고 쓰다듬으면서 세월이 담긴 모습 그대로를 다듬는다. 처음엔 다양한 크기의 조각품을 작업했지만 사람의 손을 타며 함께 일상을 보내는 작은 기물의 매력에 빠져 현재는 도마를 주로 작업한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부엌 살림살이는 쓸수록 빛이 난다. 공장에서 찍어 내는 공산품이 아닌 시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부엌살림, 그 첫 번째는 이규석 작가의 수공예 통원목 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