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이 여물고 과일이 익어 풍성한 계절에 맞이하는 추석에는 햇곡식으로 신곡주(新穀酒)를 빚고 햇과일과 제수를 차려 차례를 지낸다. 제수는 지방과 가풍에 따라 다르나 준비하는 정성이 가장 중요함은 어디나 같다. 처음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초보부터 사진만 봐도 척척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주부 9단까지,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추석 음식 지침서.
오려송편
햅쌀로 빚은 추석 송편을 각별히 오려송편이라 한다. 오려란 올벼를 뜻하는 말로, 추석 차례상에는 조상의 보살핌을 감사하는 뜻에서 햅쌀로 만든 송편을 올린다. 햅쌀을 빻아 익반죽을 하고 햇녹두와 깨, 콩 등을 소로 넣어 빚는다.
맛의 한 끗 차이
송편 반죽 더 쉽게 만들기
뜨거운 물을 넣고 오래도록 치댄 뒤 한 덩어리로 뭉쳐 젖은 면포에 감싸 실온에 20~40분간 휴지시키면 더욱 쫄깃하고 차진 익반죽을 할 수 있다. 데친 쑥 대신 녹차가루를 희석해 진한 녹색을 만들어 뜨거운 물과 함께 익반죽하면 더 손쉽다. 오미자는 그 전날 찬물에 헹궈 불려 붉은색 물을 만들어 뜨거운 물과 함께 익반죽한다. 치자물을 미지근한 물에 녹여 노란색의 진한 물이 우러나도록 한 뒤 뜨거운 물과 함께 익반죽한다.
꿀을 입혀 달짝지근한 콩소
큼직한 울타리콩을 삶을 때, 거의 다 익어 물이 약간 남으면 꿀을 넣고 코팅되도록 굴리면 담백하고 달짝지근한 소를 만들 수 있다.
고소한 깨소
고소하게 볶은 깨와 설탕에 계핏가루를 약간 넣어 향을 더한다.
토란탕
‘신도주 올벼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농가월령가> 8월령의 한 대목이다. 토란탕은 한가위에 올리는 대표적인 제수다. 토란은 우리나라에 감자와 고구마가 들어오기 전부터 널리 먹던 뿌리식물로, 그해에 난 것을 수확해 만드는 추석 음식의 관습에 따라 토란을 캐어다가 귀한 고기 국물에 넣고 끓여 제례상에 올렸다.
맛의 한 끗 차이
1. 토란 손질법
미끈미끈한 토란은 껍질을 벗길 때 칼에 베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맨손으로 손질하면 간지러울 수 있으니 고무장갑을 착용한다. 껍질 벗긴 토란을 쌀뜨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5분 정도 팔팔 끓이면 아린 맛을 없앨 수 있다.
2. 맛있는 육수 내기
쇠고기는 30분 이상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이때 물을 두세번 정도 갈아준다. 다시마는 쇠고기가 거의 다 익고 맛이 우러났을 때 넣은 뒤 5분 정도만 두었다가 건져내야 깔끔한 맛의 육수를 뽑을 수 있다.
3. 정갈한 토란탕 완성하기
토란탕을 많이 끓일 때는 완성된 토란탕에서 토란을 건져 따로 보관한다. 토란을 국물에 그대로 두면 쉽게 으깨져 정갈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에 올리기 전에 뜨거운 국물에 토란을 2번 정도 토렴한 뒤 넣고 끓이면 토란 속까지 국물 맛이 배어들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녹두전
전 지지는 기름 냄새가 폴폴 풍겨야 비로소 풍성한 한가위를 실감하게 된다. 햇녹두를 물에 불려 거피한 뒤 갈아서 반죽을 만들고 돼지고기, 숙주 등을 얹어 굽는 녹두전, 흰살 생선 살을 달걀물 입혀 노릇하게 지진 전유어,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을 해 동그랗게 지진 완자전 등은 추석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든다.
맛의 한 끗 차이
맛있는 녹두전 만들기
녹두 반죽이 너무 되면 뻣뻣해서 맛이 덜하다. 불린 녹두 2컵에 물 1컵을 부어 반죽해서 찹쌀가루를 넣으면 끈기가 생겨 맛있는 녹두전이 만들어진다. 들기름과 식용유를 반씩 섞어 팬에 넉넉하게 둘러 달군 뒤에 녹두 반죽을 올려야 녹두전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고 식어도 맛있다.
맛있는 전유어 만들기
전유어에는 보통 동태나 대구를 많이 사용하는데 포를 도톰하게 사방 5cm 크기로 떠서 밑간을 충분히 해야 간이 알맞다. 소금과 흰 후춧가루를 뿌리고 생강가루를 뿌리면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또 밀가루를 묻힐 때 날가루를 충분하게 털고 달걀물을 입혀야 전에 착 달라붙고 전체적으로 색이 조화롭다.
맛있는 완자전 만들기
다진 쇠고기와 다진 돼지고기로 빚는 완자전은 고기 누린내가 나지 않도록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을 넣어 밑간하고 치대야 맛이 좋다. 또 손으로 많이 치댈수록 고깃결이 부드럽고 완자 모양이 제대로 잡히며 익었을 때 부서지지 않는다.
녹두전
에쎈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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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껍질 벗긴 녹두 2컵, 소금 약간, 물 1컵, 찹쌀가루·녹말가루 3큰술씩, 들기름·식용유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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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
돼지고기(목살) 200g, 배추김치 200g, 숙주나물 150g, 대파 1대, 풋고추·홍고추 1개씩, 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 1
하룻밤 불린 녹두를 소금, 물과 함께 믹서에 곱게 간 뒤 찹쌀가루와 녹말가루를 섞어 반죽한다.
- 2
고명으로 준비한 돼지고기는 엄지손톱 크기로 썰고 배추김치는 속을 털어 송송 썬다.
- 3
숙주나물은 깨끗이 다듬어서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뒤 적당히 썬다.
- 4
돼지고기와 배추김치, 숙주나물을 볼에 담는다.
- 5
대파, 고추를 송송 썰어 ④에 넣은 뒤 마늘,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고 버무려 고명을 준비한다.
- 6
들기름과 식용유를 반씩 섞어 팬에 두르고 지글지글 끓으면 ①의 녹두 반죽을 한 국자씩 떠 올린다. 반쯤 익으면 고명을 소복이 올린 뒤 다시 녹두 반죽을 한 숟갈 정도 둥글게 발라 뒤집는다.
- 7
노릇하게 지진 녹두전을 익힌다.
토란탕
에쎈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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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토란 500g, 쌀뜨물 적당량, 들깨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소금 약간씩, 대파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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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쇠고기(양지머리) 1kg, 다시마(사방 10cm) 1장, 대파 1대, 물 1.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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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양념
국간장·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 1
쇠고기는 덩어리째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뒤 큼직하게 썰어서 대파와 함께 물에 끓여 육수를 만든다.
- 2
토란은 껍질을 벗겨 큰 것은 2등분하고 작은 것은 통째로 사용한다. 토란은 끓는 쌀뜨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삶는다.
- 3
①의 쇠고기가 거의 다 익으면 젖은 행주로 다시마를 닦고 반으로 잘라 넣는다. 다시 끓어오르면 다시마와 파, 쇠고기를 건진다.
- 4
건져 낸 고기는 결대로 쪽쪽 찢어 고기양념에 무친다. 다시마는 채로 썬다.
- 5
③의 국물에 토란을 넣어 끓이고 토란이 익으면 양념한 고기와 채 썬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 6
대파를 어슷하게 썰어 들깨가루, 다진 마늘과 함께 ⑤에 넣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오곡이 여물고 과일이 익어 풍성한 계절에 맞이하는 추석에는 햇곡식으로 신곡주(新穀酒)를 빚고 햇과일과 제수를 차려 차례를 지낸다. 제수는 지방과 가풍에 따라 다르나 준비하는 정성이 가장 중요함은 어디나 같다. 처음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초보부터 사진만 봐도 척척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주부 9단까지,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추석 음식 지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