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가지 이상의 향신료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맛과 향은 물론 건강 효과까지 더하는 카레는 알면 알수록 그 매력이 커지는 음식이다. 인류의 역사만큼 오랜 시간 함께한 향신료로 만들어진 카레가 자연이 주는 건강한 맛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Section 1 카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
1 카레란?
카레의 형태는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천연 향신료 10여 종 이상을 혼합하여 건조시켜 만든 분말인 ‘카레가루’와 카레가루에 ‘밀가루 루(roux)’를 혼합해 끈기를 더한 ‘카레 루’로 분류되며 카레 루를 베이스로 고기와 채소를 넣어 조리한 카레 요리, 또 이 카레 요리를 살균 처리하여 포장한 레토르트 카레 등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카레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즉석 카레(인스턴트 카레)라고 부르는 것은 카레 루에 다시 식염과 조미료 등을 혼합한 것이다. 어떤 형태이건 카레의 영양과 맛의 특징은 카레가루에 있으며, 카레가루는 이것을 구성하는 천연 향신료, 즉 스파이스의 배합에 따라 색상, 향기, 맛 그리고 약리적 효과까지 조금씩 다르다.
2 인도의 카레 요리는?
우리의 장맛이 집집마다, 지방마다 다른 것처럼 인도의 여인들도 각기 집안에서 내려오는 레서피나 손맛에 따라 기본적으로 10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넣고 섞어 음식의 기본양념인 ‘마살라(massala)’를 만든다. 인도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의 남부 아시아에서도 혼합 양념인 마살라를 사용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람마살라(garam masala)다. 보통 계피, 정향, 카더멈, 넛메그, 후추, 커민, 코리앤더, 펜넬 등 10여 가지 향신료는 기본적으로 사용되며 그것들을 살짝 볶은 뒤 곱게 빻아서 만든다. 인도에서는 채소와 고기 등에 혼합 향신료(가람마살라)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음식을 모두 카레라고 하며, 인도 어느 지방에서나 맛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카레를 만들 때 재료를 여러 가지 섞기보다 한 가지만을 사용한다. 주로 밥에 얹어 먹거나 차파티, 난과 함께 먹는다. 우리가 먹는 카레보다 매운맛이 훨씬 강하고 자극적이지만 버터를 넉넉히 넣어 깊은 맛을 지닌다.
3 시판 카레의 등장은?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인들이 인도 지방의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카레(curry)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왜 카레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타밀어(남부 인도의 말)에 식사나 소스라는 뜻의 Kari라는 말이 있는데 그 단어에서 왔다는 설이다. 인도 음식에 향신료가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보고 영국의 한 회사(C&사)가 여러 가지 향신료를 사용하여 카레 분말(카레분)을 처음 만든 데서 카레가 본격적으로 인도 음식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그것이 메이지유신 시대 일본으로 건너가서 즉석 카레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먹는 카레는 일본을 거쳐 들어와 일본식의 특징을 보인다. 카레의 맛은 생강과 고추의 양에 따라 순한 맛, 중간 맛, 매운맛으로 나뉘며 최근에는 강황(터메릭) 등을 더 넣은 강황카레 등 향신료의 비율을 높인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까지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4 카레에 사용되는 향신료는?
카레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향신료는 10~20가지 정도이고 집안에 따라 그리고 브랜드에 따라 다른 배합을 선보인다. 대표 향신료 외에 마늘, 로즈메리, 타임 등 허브 말린 것 등도 넣어 다양하게 혼합해서 만들고 있다. 대표 향신료의 특징과 맛은 다음과 같다.
커민(cumin) 별명은 마근(馬芹). 차조기에 단맛을 가미한 듯한 강한 향기와 약간의 매운맛과 쓴맛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식욕의 상징으로 선호되었던 건위 효과가 높은 스파이스다.
터메릭(turmeric) 별명은 강황(薑黃) 또는 심황. 흙 내음이 섞인 생강 비슷한 향기가 있으며 카레분을 노란색으로 착색시킨다.
코리앤더(coriander) 레몬과 세이지(샐비어의 잎)를 합친 것 같은 달콤한 향기와 상쾌하고 부드러운 맛을 갖는다.
페뉴그리크(fenugreek) 메이플시럽 비슷한 달고 무거운 향이 있으며 씁쓰레한 맛이 있다. 가볍게 볶으면 향이 강해진다.
펜넬(fennel) 회향(茴香)이라고도 한다. 상쾌하고 달콤하며 나프탈렌 비슷한 향이 있다.
진저(ginger) 생강을 건조한 것이다. 청량감 있는 향기에 상큼하고 자극적인 매운맛이 있다.
넛메그(nutmeg) 별명은 육두구(肉豆寇). 이국적이며 자극적인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쓴맛이 있다.
시나몬(cinnamon) 계피(桂皮)를 말한다. 약간의 매운맛과 단맛이 감도는 청량감과 자극성 있는 풍미가 특색 있다. 향미의 주성분은 정유 성분의 55~75%를 차지하는 시머믹알데히드와 4~10%의 오이게놀이다.
후추(pepper) 톡 쏘는 매운맛과 상큼한 감귤계의 향이 있다. 열매를 처리,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흑후추와 백후추로 구분된다.
고추(red pepper) 구수하면서도 강한 매운맛을 지니며, 붉은색으로 착색하는 작용이 있다.
클로브(clove) 우리 이름은 정향(丁香). 중국에서는 백리향(百里香)이라고도 부른다. 이름 그대로 자극적이며 상쾌한 향이 몹시 강하다. 달콤한 바닐라의 향미도 느낄 수 있다. 향미의 주성분은 정유 성분의 90% 전후를 차지하는 오이게놀이다.
카더멈(cardamom) 별명은 소두구(小豆寇). 나프탈렌 비슷한 청량감이 있는 향기를 갖는다. 자극성 있는 약간 씁쓰레한 맛이 있다.
로렐(laurel) 월계수 잎(bay leaf)을 말한다. 고기의 누린내,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가 있고 상쾌한 향과 약간의 쓴맛이 잇다.
Section 2 카레의 대표적인 건강 효과
1 항산화 작용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은 카레가루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인데 특히 활성산소를 무력화시키는 카레의 ‘항산화 기능’이 큰 몫을 한다. 우리 몸은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라는 유해 물질을 만들어낸다. 활성산소의 공격이 잦으면 세포들은 산화되어 노화와 질병 등을 일으킨다. 이런 악영향을 끼치는 활성산소의 산화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바로 항산화 효능을 가진 음식인데 그중 대표적인 음식이 향신료를 넣어 만든 카레다. 강황, 코리앤더, 커민, 생강, 계피, 겨자, 정향, 육두구 등 천연 향신료는 하나같이 항산화 기능이 탁월한데 그것들이 잘 어우러져 항산화 작용을 효과적으로 하게 된다.
2 식욕 증진
향신료에 들어 있는 자극 성분, 특히 매운맛 성분은 우리 소화기의 점막을 자극하여 중추신경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이로 인해 소화기관에 들어오는 혈액량이 많아져 이것이 소화액의 분비를 증대시킨다. 동시에 장의 연동운동이 촉진되어 영양분의 흡수력도 높아지게 된다. 또한 우리가 매운 카레를 먹으면 땀을 흘리면서도 상쾌함을 느끼는 것은 매운 것에 의해 피부 표면의 온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져 땀을 흘렸다가 땀이 증발되면서 몸 안의 열이 피부로부터 발산되어 피부 표면 온도가 차츰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맛이 없는 수험생이나 노약자가 카레를 섭취할 경우 좋은 소화 촉진제 역할을 하며 식욕을 높이고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3 암 예방과 면역력 증가
옐로 푸드는 암 예방과 면역력 증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대표적인 옐로 푸드에는 단호박, 고구마, 골드키위, 벌꿀, 옥수수, 파프리카 등이 있는데 카레 역시 주목받는 옐로 푸드 중 하나다. 이런 옐로 푸드는 질병의 예방제 역할을 해주는 카로티노이드가 함유되어 있어 세포가 늙고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여 항암 효과는 물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카레의 노란색은 강황에 들어 있는 성분인 커큐민에 의해 색을 발하는데 이 성분은 스트레스, 환경오염, 각종 독소로 인해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능력이 뛰어나 면역력을 높인다. 즉석 카레의 경우 카레 루로 만들어져 강황의 양이 소량일 경우 노란색이 아닌 제품도 있으므로 모든 카레가 곧 옐로 푸드라 할 수는 없지만 강황이 많이 함유된 즉석 카레의 경우 옐로 푸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4 치매 예방 및 기억력 향상
지난 2006년 싱가포르의 Ng 교수 팀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가 오지 않은 노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레 섭취를 한 그룹이 카레 섭취를 하지 않은 그룹보다 ‘간이 정신 상태 검사(MMSE, Mini-Mental State Examination)’에서도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커큐민의 임상 시험 결과에서도 치매 환자들에게 커큐민을 투여했을 때 환자들의 면역 세포 반응이 활발해지고 MMSE 수치가 더 높아지는 등의 결과를 얻어, 혹자는 인도인의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미국인의 4분의 1 수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5 비만 예방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자율신경의 기능이 저하된다. 나이를 먹는 것 외에도 운동 부족, 냉난방이 잘된 환경, 씹지 않는 식사 등도 자율신경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요인들이다. 그것이 바로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비만은 고지방식과 자율신경 기능의 저하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방 분해를 돕고 자율신경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식사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카레에는 고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매운맛의 향신료가 들어 있다.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capsaicin)과 후추, 생강, 마늘 등의 향신료에 들어 있는 유사한 효능을 지닌 성분이 상승적으로 작용해 지방 분해를 촉진하고 갈색 지방세포의 에너지 생성을 활성화하여 비만 예방에 도움을 주는 여러 역할을 한다. 카레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섭취하는 칼로리도 달라진다. 카레 자체는 칼로리가 낮지만 카레를 요리하면서 감자나 닭고기, 돼지고기 등 열량이 높은 재료를 쓰면 섭취 칼로리는 높아지기 때문. 따라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넣고 육류 대신 콩을 넣으면 섭취 칼로리가 낮은 상태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카레에서 건강 효과를 내는 핵심 성분인 커큐민은 체내 흡수율이 낮은 편인데 카레를 지방 성분이 있는 유제품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카레가루를 풀 때 물 대신 우유를 넣으면 매운맛이 한결 부드러워져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또한 흑후추를 뿌려 먹는 것도 좋다. 후추 속에 있는 피페린 성분이 강황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시판 카레 구입할 때는?
천연 향신료만으로 만든 카레가루를 섭취하면 영양적인 효능을 높이기에는 좋지만 맛있는 음식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가공된 즉석 카레를 구입하게 되는데 이때 체크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트랜스 지방의 함량이다. 보통 카레는 밀가루에 기름을 넣고 볶은 뒤에 카레분을 섞어서 카레 루를 만든다. 이때 사용하는 유지에 트랜스 지방이 들어 있는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트랜스 지방 함량은 반드시 제품에 표기하게 되어 있으므로 카레를 구입할 때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체크하여 구입하도록 한다.
10여 가지 이상의 향신료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맛과 향은 물론 건강 효과까지 더하는 카레는 알면 알수록 그 매력이 커지는 음식이다. 인류의 역사만큼 오랜 시간 함께한 향신료로 만들어진 카레가 자연이 주는 건강한 맛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