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곡주부터 꽃으로 빚는 가향주, 한약재를 넣은 약주까지 다양한 가양주를 빚을 수 있는 기본 술인 ‘밑술’ 빚는 방법과 가양주의 맛을 결정하는 ‘쌀’ 고르는 방법.
밑술 빚기
조리시간 30min(쌀 불리는 시간·발효 시간 제외)
재료분량 밑술과 덧술을 합해 완성된 술 7~8L 기준
난이도 중
재료 멥쌀 500g, 씨앗술 600g, 물 2L
1 멥쌀은 찬물에 쌀뜨물이 일어나지 않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는다. 이때 쌀알이 으깨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살살 흔들어 씻는다
2 씻은 쌀 위로 물이 충분히 올라오게 붓고 3시간 담가 불린다. 물을 버리고 다시 한 번 더 씻은 뒤 체에 건져 1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이때 면포를 덮어 수분 증발이나 먼지가 묻는 것을 막는다. 충분히 물기를 뺀 뒤 가루를 낸다.
3 쌀가루는 체에 한 번 내린다. 이는 쌀가루가 뭉치지 않고 물과 고루 잘 섞여 발효가 잘 일어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4 팔팔 끓인 물 2L를 체에 내린 쌀가루에 한꺼번에 붓는다. 고무 주걱으로 물과 쌀가루를 고루 섞어 멍울 없이 풀어 차게 식힌다.
5 발효가 잘 일어나는 온도인 25℃로 식힌 쌀가루 범벅을 씨앗술과 혼합한다.
info 씨앗술은 누룩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술의 안정된 발효를 도와줘 초보자가 가양주를 빚을 때 사용하면 실패할 확률을 줄여준다.
만드는 방법은 <에쎈> 2013년 2월호나 <에쎈> 홈페이지(www.iessen.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6 술독에 ⑤를 담고 한지로 입구를 봉한 뒤 뚜껑을 덮는다. 25℃ 온도에서 48시간 두었다가 덧술 한다. 발효 시 1일 1회 고루 섞는다.
하나 더. 가양주의 맛을 결정하는 ‘쌀’ 고르기
쌀은 고추장부터 떡, 술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전통 음식에 꼭 필요한 재료이다. 특히 맛있는 술은 좋은 쌀에서 비롯된다. 쌀은 크게 멥쌀과 찹쌀 두 종류가 있다. 술을 제조할 때 찹쌀의 비율이 높으면 술맛이 달고 감칠맛이 나는 반면, 멥쌀의 사용 비율이 높으면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의 술이 완성된다. 즉, 술을 제조할 때 멥쌀과 찹쌀의 혼합 비율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술맛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전분 비율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쌀이 지닌 전분은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아밀로오스의 함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보통 밑술을 제조할 때에는 멥쌀을 이용하고 덧술에 넣을 고두밥을 찌는 쌀은 찹쌀을 이용한다. 단맛과 감칠맛을 원한다면 찹쌀의 비중을 높여 술을 제조하고, 음식과 어울리는 드라이한 술을 원한다면 전체 쌀의 비율에서 멥쌀을 많이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멥쌀은 단단하고 가공 과정이 쉽지 않아 어느 정도 술을 빚어본 뒤에 멥쌀술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만약 멥쌀만을 이용한 술을 제조할 경우에는 아밀로오스 함량이 낮은 쌀을 선택하는 것이 맛 좋은 멥쌀술을 빚는 첫 번째 조건이다. 보통 일반 멥쌀은 아밀로오스 함량이 25% 전후, 고시히카리는 20% 정도, 철원 오대쌀은 19%다. 쌀 포대에 아밀로오스 함량이 표시되어 있으니 잘 살펴보면 쌀의 성질을 미리 알 수 있다.
쌀을 선택할 때에는 알이 크고 고르고, 표면이 깨끗한 것, 쌀알이 깨지지 않은 것과 신선한 곡물 향이 나는 것이 좋다. 또한 도정 날짜를 잘 확인해야 한다. 술을 제조할 때에는 쌀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갓 도정한 쌀보다는 도정한 지 30일 정도 지난 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너무 오래 묵은 쌀은 냄새가 나고 가공하기 쉽지 않으니 주의한다.
쌀은 도정을 많이 할수록 잡냄새가 적고 깔끔한 술을 제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처럼 도정률 높은 쌀을 구하기 힘들다. 사케의 라벨을 보면 최대 40%까지 도정한 쌀로 빚은 술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 도정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술에 비해서 원료량이 많이 들어가고 맛이 깔끔한 술을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풍부한 맛과 향은 떨어진다.
우리 선조들이 술을 제조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과정은 ‘쌀 씻기’로 ‘백세’ 한다고 표현한다. 이 과정이 소홀하면 술이 맑지 않고 탁하며 향이 좋지 않다. 따라서 쌀을 씻을 때에는 20℃ 정도의 찬물에 최대한 빠르게 돌려가며 씻어야 하고 쌀뜨물이 나오지 않게 계속해서 물을 흘려주어야 한다.
쌀을 씻은 다음 두 번째는 쌀을 물에 불리는 작업이다. 밥을 할 때는 짧은 시간 동안 담가두지만 술을 제조할 때는 충분히 3시간 정도 담가놓는 것이 좋다. 그래야 쌀을 빻거나 찌는 과정이 쉬워진다. 불린 쌀은 1시간 정도 체에 걸러 물기를 빼야 하는데 이때 반드시 쌀 위에 먼지 등이 앉지 않도록 용기나 천 등을 덮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쌀에 먼지가 들어가 술이 완성될 때 술 표면에 미세한 먼지가 떠서 술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류인수 씨는
허영만 작가의 베스트셀러 만화 <식객>에 소개된 젊은 우리 술꾼이다. 현재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이자 한국전통주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혜전대학교 외래 교수, 지역술찾기운동본부 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2009년 농림수산 식품부 장관 전통주 활성화 공헌 표창을 받았다. 우리 술의 대중화를 위해 술독닷컴(www.suldoc.com)에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일반적인 곡주부터 꽃으로 빚는 가향주, 한약재를 넣은 약주까지 다양한 가양주를 빚을 수 있는 기본 술인 ‘밑술’ 빚는 방법과 가양주의 맛을 결정하는 ‘쌀’ 고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