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이 귀했던 어린 시절,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던 특별한 맛이 있다. 요리연구가 이보은 씨가 들려주는 추억 속 달콤한 간식 이야기.
1. 팥소를 넣은 단호박옥수수탕
“긴긴 겨울밤, 출출하다고 할머니를 조르면 찐 옥수수의 동글동글 예쁜 알맹이를 골라 하나씩 따서 삶은 팥과 함께 설탕 듬뿍 넣고 다디달게 만들어주셨는데, 팥죽과 비슷한 음식이에요. 그 시절 할머니는 설탕을 듬뿍 넣어주셨지만 저는 단호박을 넣어 단맛을 냈어요.”
만들기
옥수수는 알갱이를 하나씩 따서 찬물에 헹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붉은팥은 끓는 물에 삶아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부어 푹 삶는다. 단호박은 반으로 잘라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 찜기에서 쪄낸다. 팥을 삶은 물의 양이 ¼ 정도로 줄어들면 찐 단호박을 으깨어 넣은 뒤 옥수수 알갱이도 넣는다.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는다. 팥과 옥수수 알갱이, 단호박이 무르게 익어 걸쭉해지면 소금으로 간한다.
2. 서리태콩볶음
“학창 시절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할머니가 가을 농사지은 서리태를 한가득 볶아 가져다주셨어요. 그냥 볶으면 콩의 단맛이 사라진다며 꼭 연탄불을 피워 화덕 위에서 구워주셨죠. 콩을 과자처럼 바삭하게 볶아 설탕을 뿌렸을 뿐인데 하나씩 집어먹다보면 어느새 빈 그릇만 남았어요. 이런 간식은 콩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간식이 될 것 같아요. 흰 메주콩을 볶아 만들어도 아주 맛있답니다.”
만들기
5분 정도 물에 불린 서리태를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마른 팬에 서리태를 넣어 중간 불에서 볶다가 약한 불에서 오래 볶아 익힌다. 서리태가 바삭하게 과자처럼 익으면 설탕을 뿌려 식힌 뒤 먹는다.
3. 땅콩튀각강정
“달콤하고 고소한 맛으로 사탕 대신 먹을 수 있었던 귀한 간식이었어요. 땅콩도 집에 아버지 손님들이 오시면 술안주로 드시고 남은 것을 모아서 만들었으니까 자주 맛볼 수 있는 간식이 아니었죠. 고소한 땅콩에 쌀 조청과 꿀을 묻혀 동그랗게 빚어 막대 사탕처럼 나뭇가지에 꽂아 녹여 먹었어요. 달콤하고 고소한 맛 때문에 손님들이 가시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니까요.”
만들기
껍질을 벗긴 땅콩을 마른 팬에서 볶는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땅콩을 갈색이 나도록 볶아 쌀 조청과 꿀을 넣는다. 고루 섞이도록 버무려 흰 실처럼 늘어나는 끈이 생기면 통깨와 검은깨를 넣어 버무리고 뜨거울 때 숟가락으로 적당량씩 떼어놓는다. 굳기 전에 나무젓가락에 뭉쳐 모양을 만든 뒤 굳힌다.
4. 떡삐대기
“떡국용으로 길게 뽑아온 가래떡은 툭툭 잘라 그대로 먹어도 맛있었지만 저는 꼭 삐대기용으로 따로 남겨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어요. 떡국 떡보다 좀 더 길고 어슷하게 썰면 되는데 그늘에서 꾸덕하게 말려서 이걸 연탄불에 구워야 제맛이에요. 떡삐대기를 좋아한 데에는 떡과 떡 사이에 꿀을 발라 샌드처럼 먹는 재미도 한몫했어요.”
만들기
떡국 떡을 살짝 씻은 뒤 물기를 닦아 석쇠에 올려 한쪽을 노릇하게 굽는다. 굽지 않는 쪽에 꿀을 바르고 다른 떡을 하나 더 붙여 먹는다.
5. 고구마쫀득이
“어린 시절, 흔한 간식이었던 찐 고구마에 질려하면 엄마는 찐 고구마를 얄팍하게 썰어 채반에 말려서 주셨어요. 그늘에서 오랫동안 말린 고구마는 쫄깃쫄깃 달콤해서 꼭 젤리 같았는데, 한 번 손대면 쉽게 멈출 수 없는 맛이에요. 고구마쫀득이는 다락방에 넣어두었는데 받아쓰기 백 점 받거나 할머니 다리를 주물러드리면 대여섯 개씩 얻어먹곤 했지요.”
만들기
껍질째 씻은 고구마를 김이 오른 찜통에서 30분 정도 찐다. 한 김 식으면 동그란 모양을 살려 적당한 두께로 썰어 채반에 펼쳐놓는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취향에 따라 2~3일에서 한 달 정도 말린다.
간식이 귀했던 어린 시절,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던 특별한 맛이 있다. 요리연구가 이보은 씨가 들려주는 추억 속 달콤한 간식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