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하게 다녀봤음에도 제주도는 참 특별한 섬이다. 멀리 타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 먼 거리에 있는 곳도 아닌데 딱 정형화되지 않는 어떤 판타지를 전달한다. 장인정신과 창의성을 항상 강조하는 루이비통도 마찬가지다. 패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루이 비통이지만, 그들이 창조해내는 판타지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선보이는 ‘사보아 레베’ 행사에 이르러 더욱 확장되고 강조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제주도에서의 사보아 레베 체험을 ‘제주 판타지’라 부르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 제주도가 품은 이국적 환상과 루이 비통 사보아 레베가 시각적으로 전해준 상상과 예술적 경험은 공간과 사물이 조화를 이룬, 동시에 더욱 확장되고 팽창된 욕망을 표출하게 만들었다. 사보아 레베에서는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하드 사이드 러기지, 이그조틱, 하이 워치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더욱이 미적 경험을 충만하게 만드는 제주의 새로운 호텔에서 펼친 그들의 테마 살롱은 가히 압권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024년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개최된 사보아 레베에 오롯이 담긴 테마는 바로 제주의 낮과 밤이었다. 여행 물품을 담아내야 하는 트렁크 타워를 시작으로 트렁크 속에 담아낼 수 있는 고귀하고 우아한 사물들의 퍼레이드라고나 할까?
특히 남성 소비자인 내 시선을 빼앗은 건 위스키, 와인을 보관하고 즐길 수 있는 트렁크들이었다. 스니커즈와 옷을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 타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바이닐 레코드를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까지. 만일 당신이 사보아 레베 이벤트를 참관했다면, 특히 남성 소비자라면 나와 유사한 판타지를 체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남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건 바로 루이 비통이 테크놀로지는 물론 예술성에도 열정을 다하는, 다양한 땅부르 버전들과 최근 선보여 주목을 끈 에스칼 워치들이었다. 아트 피스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다양한 버전의 땅부르 비비엔 점핑 아워, 만화경 이미지를 시각화한 땅부르 문 플라잉 뚜르비옹 칼레이도스코프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내뱉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을 사로잡는 하이 워치들 사이에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단연코 워치 트렁크였다. 어쩌면 이 워치 트렁크야말로 (여성 소비자의 시선에서는 하이 주얼리 트렁크겠지만) 사보아 레베가 제주도에서 생성해낸 제주 판타지의 ‘끝판왕’이 아니었나 싶다.
트렁크 한 칸 한 칸에 채워야 할 워치들, 그리고 시계들을 포함한 스트랩 등의 워치 액세서리들까지. 세상의 그 어떤 금은보화 못지않을 재화였기 때문이다. 워치 트렁크 자체만으로도 위용을 떨칠 만하다. 하지만 개인에 의해 그 속에 채워질 시계들까지 상상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사보아 레베를 위해 제주도를 다녀온 지 얼마간 시간이 흘렀건만, 그곳에서 마주한 아트 피스적 사물들의 이미지가 일상 속에서 불현듯 떠오른다. 그만큼 판타지의 강도가 셌기 때문이리라. 동시에 욕망하지만 쉬이 구현할 수 없는, 존재가 분명하지만 쉬이 소유할 수 없음을 알기에 더욱 그런 것이리라. 2024년 가을, 제주도의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 만났던 사보아 레베 행사 속 욕망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뇌리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을 것 같다. 맞다. 이게 바로 루이 비통의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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