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가까운 아시아부터 유럽, 미국, 중동까지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어 유럽은 물론, 동남아의 리조트에서 혼자 며칠 동안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마지막으로 여행을 갔던 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거릴 즈음, 어느 날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가 같은 반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큰 수영장에 다녀왔다는 말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여행의 설렘이 떠올랐다. 하필이면 코로나19 시국에 태어난 일명 ‘코로나 베이비’에다 바쁜 워킹맘의 아들로 비행기를 타는 즐거움을 한 번도 알려주지 못했다니. 이번 계기로 아이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을 준비하게 됐다. MBTI로 여행 스타일을 이야기하자면 일상에서는 파워 J(계획형)이지만 여행에서는 파워 P(즉흥형) 성향으로 바뀐다.
혼자서 여행할 때도 비행기 티켓과 첫 숙소 정도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계획 없이 여행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으며 혼자가 아니다. 아이들과의 비행 경험도 전무할 뿐 아니라, 아이들과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일정이라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은 바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랜드마크, 수트라하버 리조트다.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 모든 것이 구비된 리조트
우선 아이들과의 첫 비행이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부담되지 않는 거리가 중요했다. 4시간 30분이라는 비교적 적절한 비행시간은 아이들이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10분 거리로 이동 시간이 길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어린 쌍둥이 아들과 함께 관광지를 여행하기에는 사실 부담이 있다. 리조트 안에서 대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었으나 마냥 쉬기만 하는 여행을 하기에는 아쉬웠다.
하지만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바다와 수영장을 모두 품고 있으면서 다양한 레스토랑과 스파,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까지 모두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올인클루시브 골드카드’를 이용해 리조트의 식사는 물론 마누칸섬 투어(BBQ 런치 포함), 레이트 체크아웃, 레저 스포츠, 키즈클럽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먹는 것과 노는 것, 특히 마지막 날 레이트 체크아웃까지 가능하다니 매직카드 같은 이 골드카드를 꼭 챙기는 걸 추천한다.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사바 전통 건축양식의 마젤란 수트라 리조트와 모던한 퍼시픽 수트라 호텔로 이뤄져 있는데 우리 가족은 마젤란 수트라 리조트의 이그젝큐티브 스위트룸을 선택했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으며, 2개의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어 객실에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멋진 바다가 보이고 그 위를 오가는 작은 배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평화롭게 느껴졌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라 집이 아닌 곳에서는 불편함에 뒤척이곤 하는데 침대와 침구 모두 깨끗하게 관리돼 아이들도 포근하게 잠이 들었다.
남녀노소 모두를 충족시키는 레스토랑&바
여행에서는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먹을거리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내에는 총 15개의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어 이 고민 또한 해결해주었다. 뷔페식, 지중해식, 중식, 이탈리아식, 아시아식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이 다양하다.
그중에 우리 가족이 마음에 들었던 레스토랑 베스트는 ‘마젤란 클럽 라운지’, ‘실크가든’, ‘페르디난드’ 3곳이다. 마젤란 클럽 라운지는 가장 많이 방문했던 곳이다. 스위트룸 객실 투숙객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인데 비교적 다른 뷔페 레스토랑에 비해 북적거리지 않았으며, 주문한 음식이 빠르게 나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키즈카페(머핀즈)와 키즈풀 옆 가까이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들르기에 좋았다.
간단한 뷔페와 음료, 디저트 등이 깔끔하게 마련돼 있어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실크가든은 고급 중식 레스토랑으로 규모도 상당하고 고급스러워서 여행객이 아닌 손님들도 오는 듯 보였다. 88가지 점심 딤섬 뷔페도 인기였지만 우리가 방문한 저녁에는 근사한 중식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큼직한 원형 테이블에 음식이 가득 찰 만큼 가짓수도 많은데, 모든 음식의 맛이 정말 훌륭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많이 준비돼 있었다. 말레이시아 최고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페르디난드에서는 잊지 못할 로맨틱한 디너를 즐기기도 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골드카드를 제시한 후 1인당 15달러만 추가하면 멋진 이탤리언 디너를 풀코스로 누릴 수 있다. 또한 골드카드로 케이크와 와인 서비스 예약이 가능해 더욱 특별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5개의 수영장 풀, 고급 스파를 한 번에
수트라하버 리조트에는 수영장이 무려 5곳이나 된다. 수심 60cm 이하의 어린이 전용 풀, 워터 슬라이드, 에어바운스, 바다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 올림픽 규격 사이즈와 동일한 수영장 등 각 수영장의 특색이 달라서 수영장 투어를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들은 폭포수와 슬라이드가 있는 수영장을 가장 좋아했고, 남편은 올림픽 규격 사이즈 풀(폭 21m, 길이 50m 레인 수영장)에서 수영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아이들과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차마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바로 낮잠이었다. 남편과 둘이 여행을 다닐 때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여행이었다. 또한 쌍둥이의 낮잠 시간이 각각 달라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이 꽤 걸렸다. 한 아이가 잠든 후, 한 아이는 1시간이 지나서야 잠이 드니 낮잠 시간으로 약 3시간을 객실에서 보내야 했다. 이 시간도 소중하게 쓰고 싶은 것이 여행자의 마음. 남편과 나는 이 시간에 서로 번갈아가면서 스파를 이용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세계적 명성의 고급 스파 브랜드인 ‘만다라 스파’와 ‘차바나 스파’를 운영하고 있다. 만다라 스파는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집약한 세심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자랑했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 또한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천연 재료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마사지를 받으며 여행의 피로와 육아의 피로를 모두 풀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행 매니저와 같은 올인클루시브 골드카드
매직카드 같은 올인클루시브 골드카드는 리조트에서 가까운 ‘마누칸섬 투어’가 포함돼 있다. 리조트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선착장에서 고속 페리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섬이다. 페리를 처음 타보는 아이들이 행여나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바다와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질주하는 걸 즐거워했다. 마누칸섬은 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제격이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스노클링이나 제트스키 같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물속에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관찰하기도 하고, 몸에 묻은 모래를 바닷물에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물놀이 후에는 무료 샤워장에서 간단히 물로 씻어내고 준비된 BBQ 런치를 맛있게 먹었다. 이 역시 올인클루시브 골드카드에 포함된 프로그램으로 너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여행 매니저가 있는 듯 편하고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이었다.
부대시설도 정말 다양한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키즈클럽은 물론 영화관, 스쿼시, 당구, 탁구, 볼링 등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마리나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볼링을 흥미로워했는데 긴 레인 위에 컬러풀한 볼링공을 굴리는 것이 재미있는 듯했다. 마리나센터 앞쪽에 정박한 수십 대의 요트를 구경하는 것 또한 수트라하버 리조트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리조트 곳곳은 포토 스폿이 됐고, 일몰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어디서든 즐길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골드카드를 이용한 레이트 체크아웃으로 여유로운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의 낮잠 시간과 수영장, 스파를 끝까지 이용할 수 있었으며 짐을 싸는 시간 또한 충분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 코타키나발루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먹고 자고 즐기는 데 어느 하나 아쉬울 것이 없었으며 아이들과 우리 부부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켜주었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한 번 더 가고 싶은 곳, 그때는 또 다른 즐거움과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