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1984 vs 편집하는 공간 1984
동교동의 1984는 전신인 희망사와 혜원출판사를 거쳐 제3세대로 거듭난 도서출판 1984의 ‘편집하는’ 공간이다. 3세대 출판사로서 지금 1984가 편집하는 것들은 단순한 ‘출판’ 행위를 넘어서서 동시대의 3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옥 1층의 카페와 셀렉트 숍에서는 종이책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자책 시대에 3세대가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엿보인다. 아마추어 스케이터에서 억만장자의 자선사업가로 성공한 토니 호크의 자서전이나 히웰 데이비스의 <디자이너의 패션북>을 번역해 출간한 것도, 동시대 가장 힙한 의류와 리빙 브랜드 제품들을 선정해 판매하는 것도, 카페에서 문화 콘텐츠 생산자들의 강연을 열고 그 강연을 책으로 엮는 것 등도 모두 3세대로서 시도해볼 수 있는 시대의 비책이다. 하지만 이 ‘편집하는 공간’의 용도는 무엇보다 1984가 책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다. 언제나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그 결과’이기 때문에.
1 1984와 닮은꼴 제품들을 편집하는 셀렉트 숍. 대표와 큐레이터가 직접 선정한, 1984의 브랜드 철학과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진열대는 물건을 넣고 꺼내기에 조금 불편해도 도서관의 선반처럼 꾸미고자 했다.
2 문화 콘텐츠를 편집하는 공간. 카페로 운영되어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지만, 전시와 강연도 이루어지고 있다.
3 1984의 사무 공간. 앞으로는 편집하고 있는 서적과 브랜드를 하나씩 선정해 팝업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4 1984에서 출간해 화제를 모은 패션과 그래픽 관련 서적, 토니 호크의 자서전, 그리고 전신인 희망사에서 출판했던 <주간희망>.
탐스 코리아(코넥스 솔루션) vs ONE FOR ONE, 탐스 슈즈
떠도는 풍문으로는 탐스 슈즈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코넥스 솔루션 본사가 구글(Google) 본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구글 본사에 방문한 적이 있는 지인에게 묘사를 들은 다음, 한달음에 코넥스 솔루션을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 ‘회의하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바닥이 안전지대처럼 꾸며진 운동장이었다. 탐스 코리아 직원들은 실제로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라고 부르고 있단다.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고 드러누워 회의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대목에서 구글 본사의 분위기를 ’한껏, 양껏 자유롭다‘고 묘사했던 지인의 묘사가 떠올랐다. 한껏 퍼질 수 있는 회의 시간이라니. 게다가 엉덩이가 결릴까 걱정되어 멍석까지 깔아준다니, 부러움에 배가 살살 아파왔다. 라운지 바도 아닌데 사무 공간 앞에는 바(Bar)가 마련되어 있고, 빈티지 엘피(LP) 플레이어로 보사노바 음악을 틀어주고 있다. 이런 환경을 조성해주면 모두가 호방해질 수밖에 없다. 아, 이곳은 탐스 슈즈 One for One 기부 문화의 근원지니까 당연한 얘기일까?
1 실질적인 사무 공간과 바(Bar).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음악도 듣는다. 시즌별 콘셉트에 맞는 소품들과 소비자들이 직접 디자인한 탐스 슈즈들이 어우러져 있다.
2 코넥스 솔루션의 회의 공간인 ‘플레이그라운드’. 매트리스를 깔고 모두가 편한 자세로 회의에 임한다. 자전거를 타도 될 만큼 광활하다.
3 쇼룸은 탐스의 브랜드 철학과 이미지에 시각적으로 가장 잘 부합한다. 파릇파릇한 식물들과 투박한 나무 선반이 전부지만 그래서 진짜 탐스다운 공간이다.
디자인 컴퍼니 로우로우(RAWROW) vs 알센터(R CENTER)
‘단순한 것이 가장 진실한 것’이라고 역설하는 디자인 컴퍼니. 힘주어 말하는 바와 같이, 불필요한 것들은 다 제거한 ‘가장 가방다운 가방’을 디자인해내고 있다. 브랜드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 탄생시킨 알 백(R BAG)은 입점 일주일 만에 온라인 셀렉트 숍인 29CM에서 완판을 기록하고, 현대카드 프리비아와 한정판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사무실이나 상가 건물이 아니면서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공간을 찾아 1년여를 헤맨 끝에 발견한 지금의 창전동 사옥은 본디 60년도 더 된 주택 건물이었는데, ‘Be raw’라는 브랜드 철학에 맞게 최소한만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1층은 플래그십 스토어로, 2층은 이벤트와 바터마켓으로, 3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이 건물은 신기하게도 올록볼록하게 튀어나온 외관마저 로우로우에서 만드는 백팩과 똑 닮아 있다.
1 1층은 로우로우의 모든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쇼룸 겸 매장이다. 제품들은 이미 편집매장이나 애플 스토어 등에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보다는 방문객들이 직접 브랜드 철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공업용 컨베이어 벨트 위에 제품을 분해해 담아,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그 일환이다.
2 3층은 로우로우 사무 공간 및 라운지. 업무 공간으로서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이 먹고 마시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는, 전방위적 놀이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3 2층은 취향에 맞지 않는 향수, 옛 애인이 남기고 간 반지 등등 처치 곤란한 물건들을 위탁받아서 적절한 가격 책정 후 방문객과 교환하고 있는 바터마켓 공간이다. 로우로우 제품 유저가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벤트나 팝업 스토어, 전시 공간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