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evone, Ray
스칸디나비안과 미니멀리즘, 해를 거듭한 디자인 키워드이며 올해도 여지없다. 데이븐의 시그니처 스피커인 레이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여기에 사용자 중심이라는 감성을 덧입혔다. 레이는 734mm의 높이가 조금 낮은 스피커다. 북유럽 특유의 나지막한 의자에 편안히 앉았을 때 최적의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높이인 것. 사용자의 편안함은 물론 사운드를 듣는 방식까지 고려한 똑똑한 스피커다. 게다가 일반적인 스피커는 긴 세로 형태를 띠지만, 레이는 우퍼와 함께 장착된 콕시얼 스피커라 가로가 더 길다. 깊은 저음역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여기에 나무와 가죽 모두 핸드메이드 소재를 사용해 특유의 저역을 더욱 더 풍부하게 했다. 전자제품을 나무로 감싸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데이븐 레이는 유행과 감성, 기술적인 측면까지 모두 충족시켜 <아레나>가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하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크기 590mm×734mm×400mm(스탠드 포함)
무게 50kg 소재 우드 및 소가죽 가격 9백만원대
2 BMW, Airflow 2 Helmet
헬멧은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구성이다. 안전을 위한 장비니까. 물론 기능도 중요하다. 통기성이 우선이어야 하고, 통풍음을 완벽히 제어해야 한다. 그리고 가벼워야 한다. 이런 조건을 최적으로 유지하며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BMW의 에어플로우 2 헬멧은 가볍고, 뛰어난 통기성을 자랑한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외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다. 짧은 바이저, 흠잡을 곳 없는 내부 디자인 등 BMW 제트 헬멧의 진화를 보여줬다.
3 Nikari, June Chandelier
핀란드 남서쪽 마을에 위치한 브랜드 니카리(Nikari)가 핀란드 WWF (세계야생생물기금)와 함께, ‘자연을 위한 2012 디자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작업한 샹들리에다. 전 세계 작가들과 12개월간 12개의 작업물을 만들었는데 그중 6월 프로젝트인 것. 그래서 이름도 준(June) 샹들리에. 지극히 자연친화적인 작업물이다. 나무를 이용하여 샹들리에의 실루엣을 만들고 그 끝에 조명을 달아 마치 나무에 불을 붙인 듯한 형상이다. 마치 하나하나의 나무를 보면 북쪽 지방 썰매 다리 같아 보이지 않나. 여하튼 자연친화적이면서 디자인도 손색없는 이 샹들리에는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4 Ferrari, F12 Berlinetta
F12 베를리네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페라리다. 제로백 3.1초에 최고속도는 340km/h다. 하지만 차는 기술보다 겉모습으로 압도하는 법이다. 페라리는 차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회사다. F12 베를리네타는 페라리의 전통을 계승했다. 전체적으로 FF에 가깝기는 하지만 좀 더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과 458이탈리아의 날카로움도 갖췄다. 강하게 파인 옆선은 페라리 모델 중 가장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임을 입증한다. 가격 5억원대.
5 Ducati×Diesel, Ducati Monster Diesel
듀카티와 디젤이 만났다. 유명한 오토바이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가 만났으니, 그 결과물이 얼마나 훌륭할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디자인, 기능 모두 최고가 아니겠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의 역작인 이 바이시클의 풀 네임은 Ducati’s flagship Monster 1100EVO다. 듀카티만의 컬러인 검은색 격자 프레임과 바퀴, 엔진 커버, 배기 시스템과 포크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부분에 디젤의 색인 그린 매트를 덧씌워 밀리터리한 느낌을 살렸다. 알루미늄 통기구에는 모히칸이란 로고를 레이저로 새겨 넣어 남성미를 과시했고, 가죽 시트에는 데임 라인 라벨을 바느질해 듀카티와 디젤의 협업을 명확히 알렸다. 질주 본능을 꿈틀대게 한다.
6 D.I.G Architects, K HOUSE
몇 년 전 평창동 낭떠러지에 집을 짓고 사는 사진가네 취재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곳, 케이 하우스가 그렇다. 겉에서 보면 아슬아슬하니 오금 저리는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바라보는 아니 내려다보는 바깥 풍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장관이다. 이곳이 한산한 도시, 일본의 나고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 건물은 지극히 좁은 땅만을 이용했다. 바닥은 좁게 사용했지만 테라스를 돌출시켜 공간을 넓히고 조망권을 확보하였다. 겉에서 보면 기하학적인 모양새가 창고 같기도 하며 커다란 돌멩이 같기도 하다. 자연과 도시를 모두 누리며 숨 쉴 수 있는 공간, 절벽 위의 집 이곳에서 살고 싶다.
7 UNstudio, Seating Stone
똑같은 형태의 삼각형 의자들은 따로 떨어지기도 하고 두 개가, 아니 그 이상 조합되어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개인용 소파가 되었다가 소그룹을 위한 소파가 되기도 하는 것. 안락한 소파의 기능을 만끽하면서, 다양한 색깔 소파를 이리저리 조합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질학적 형성물에서 영감를 얻어 고안된 이 소파는 조약돌을 닮은 형태라 시팅 스톤(Seating Stone)이라 불린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여러 사람들의 유대를 가능케 하는, 정감 어리고 따뜻한 디자인의 이런 의자는 올 한 해 본 적이 없다.
8 Mass Studies, Daum Space
다음 제주도 본사는 많은 회사원들에게 꿈의 공간이다.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일한다면 그 어떤 스트레스도 순도 100%의 공기 속에 녹아버릴 거라는 막연한(?) 희망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디자인의 건물에서 일하니. 물론 직원들의 경험담은 아직 듣지 못했다. 다음 제주도 본사는 그 위치만으로도 건축의 선입견을 깬다. 소통과 교류를 위해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를 찾는 것이 일반적인 회사의 정책이건만, 제주도 한적한 공간을 선택한 건 놀랍다. 물리적인 거리와 한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공간을 현실 세계로 불러온 IT 기업의 탁월한 선택이다. 제주의 동굴과 오름을 모티브로 외관과 내관을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으로 채운, 누가 뭐래도 부럽고 멋진 올해의 건축물이다.
9 Blancpain, Traditional Chinese Calendar
서양 문물에 동양의 철학이 담겼다. 블랑팡의 ‘트래디셔널 차이니스 캘린더’ 시계다. 세계 최초로 전통적인 중국식 달력을 손목시계에 담았다. 다이얼 위에는 시간, 분 그리고 그레고리력이 시간을 표시하고 한복판엔 윤년의 일/월 표지, 황도 십이궁 표지, 오행 및 십이지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가 무슨 해인지 시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태음태양력을 사용해 윤달까지 체크하니, 안 그래도 과학적인 시계에 또 하나의 기술력을 얹은 셈이다. 흰 바탕 위에 상형문자와 같은 글자들을 새겨 동서양의 조화가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10 Emami Design, Sphere washing machine
세탁기의 혁명이다. 동그랗다. 입구는 완벽한 원의 형태로 되어 있다. 드럼이 원통형이니 세탁기가 굳이 사각일 필요는 없다. 사고의 틀을 깼다. 3개의 두껍고 짧은 다리는 드럼이 아무리 요란하게 회전해도 안정적으로 세탁기를 고정시켜준다. 헹굼, 탈수, 세탁 등 세탁기의 기본 기능 외의 기능들은 제거했다. 그래서 버튼도 단순하다. 각을 없앴으니 빌트인 가전으로 사용할 수 없다. 세탁기 위에 세제를 올려둘 수도 없다. 편의보다 심미를 위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각이 없는 세탁기는 집과 일상을 조금은 변화시킬 것이다.
11 Grafik Plastic, David
내 주변 패션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그라픽 플라스틱 안경을 쓴다. 그 이유가 CF 감독 백종열과 패션 포토그래퍼 홍장현, 안성진이 함께 만든, 친근한 브랜드라서만은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특징이 확실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안경의 구성은 기발하다. 안경다리가 분리되어 다른 색 다리로 교체해 하나의 안경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생각의 전환이 특별하다. 레드닷 어워드에서 패키지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니, 자랑스럽고 늠름하게 <아레나> 어워드에 이름을 올려본다.
12 Bang&Olufsen, A3
아이패드 전용 도크 오디오다. 휴대용이다. 중앙에 아이패드를 끼우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면은 스피커와 아이패드만 있어 단순하다. 얇은 측면에 버튼이 탑재되었다. 후면에는 2개의 비대칭면이 있다. 그래서 A3는 총 7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낯선 형태다. 뒷면을 2개의 면으로 나눠, 제품의 거치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각 모서리마다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어 어떻게 세워도 잘 쓰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장착한 방향에 따라 좌·우측 스피커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자동조정 스테레오 기능도 있다. 가격 89만원.
13 Parrot, Zik
필립 스탁의 디자인은 단순하다. 아무리 기능이 많다 하더라도 외형에서 짐작하긴 힘들다. 그냥 봐선 모르지만 사용하면 단번에 알 수 있다. 패럿사의 헤드폰 직은 필립 스탁의 작품이다. 터치 센서, 중력 센서, 노이즈 캔슬링, 이퀄라이저 등을 탑재했지만 겉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인터페이스를 제품 표면의 터치 센서와 모바일 기기로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드폰을 착용하면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첨단 기능을 단순함으로 반전시켰다.
14 Lytro, Lytro Camera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했다. 렌즈는 달려 있는데 카메라라 하기엔 그간 내가 쓰던 카메라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으니. 기다란 기둥 같은 모양새가 기존의 카메라가 지닌, 가로로 길고 납작해야 한다는 디자인 틀을 깨부쉈다. 게다가 촬영 뒤 초첨을 맞추는 기능이 있다. 믿을 수 있나. 사진을 찍은 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초점을 맞추는 최초의 라이트 필드 카메라다. 렌즈와 이미지 센서가 각각 다른 각도의 이미지를 한 번에 저장해, 촬영 뒤 초점을 재조정할 수 있단다. 어렵다. 그렇지만 디자인과 기능 모두 디지털카메라의 혁명이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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