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향수는 전문 지식을 갖춘 조향사의 각고의 노력 끝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과학적 수치로 향료를 배합해 탄생한다. 고로 시판된 향수는 완전체라 할 수 있다. 이걸 굳이 아마추어가 어설프게 레이어링한다니 얼토당토않긴 하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냄새를 느낀다면, 결코 기분 좋을 리 없다. 향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터. 그래서 레이어링한다. 물론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쉬운 방법부터 하자. 같은 향의 제품을 겹쳐 쓰는 거다.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쉽게 과일 향, 꽃 향, 나무 향 등 같은 향끼리 겹친다. 휘발성이 좋은 제품을 먼저 뿌린 후 30분 정도 간격을 두고 잔향이 남았을 때 무거운 향수를 뿌려야 자연스럽고 깊은 향을 느낄 수 있다. 휘발성은 퍼퓸·오 드 퍼퓸(EDP)·오 드 투알렛(EDT)·오 드 코롱(EDC)·샤워 코롱 순으로 높으니 참고할 것. 더 쉬운 방법은 같은 향료로 이뤄진 보디 제품들과의 조화다. 샤워 후 물기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보디 로션을 온몸에 바르고 약 10분 뒤 같은 라인의 향수나 코롱을 뿌려준다. 약간 젖은 몸에 향수를 뿌리면 그 내음이 더욱 오래갈뿐더러, 보디 로션의 향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향을 자아낸다.
1+2+3
키엘의 아로마틱 브랜드 컬렉션
향수·보디 워시·보디 로션으로 구성된 3가지 향의 아로마 컬렉션. 같은 향의 세 가지 제품을 차례대로 사용하는데 어찌 깊은 향이 나지 않겠는가. 스테디셀러로 유명한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 라인에 이어 야심차게 선보인 컬렉션이다. 아프리카 자연에서 추출한 부드럽고 따뜻한 바닐라 향, 달콤한 과일 꽃 향, 무화과나무의 싱그러운 향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4+5
조말론의 블랙 베티버 카페 코롱 + 조말론의 앰버 & 라벤더 보디 로션
겹쳐 쓰기엔 여러 가지 향조가 섞인 제품보다는 단일 노트의 향수가 비교적 수월하다. 조말론의 제품은 레이어링을 기본 콘셉트로 만들어 최소한의 향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마추어도 쉽게 조합할 수 있다. 특히 깊고 따뜻한 앰버와 라벤더 향의 보디 크림과 스모키 향의 풍부한 블랙 베티버 카페를 함께 사용하면 그 향의 깊이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1 오렌지 꽃과 리치의 달콤한 향을 담은 보디 워시. 같은 향의 보디 로션과 향수가 있다. 아로마틱 블렌드 피그 리프 & 세이지 250ml 3만8천원대 키엘 제품. 2 무화과 잎과 세이지의 싱그럽고 산뜻함을 담은 보디 로션. 같은 향의 보디 워시와 향수가 있다. 아로마틱 블렌드 오렌지 플라워 & 피치 보디 클렌저 250ml 2만9천원대 키엘 제품. 3 순수 자연에서 온 바닐라 시더우드의 깊고 부드러운 향을 담은 향수. 같은 향의 보디 워시와 로션이 있다. 아로마틱 블렌드 바닐라 & 시다우스 프래그런스 100ml 8만원대 키엘 제품. 4 로스팅한 커피 원두의 향이 느껴지는 톱 노트에 베이스 노트는 샌들우드, 홀 스파이스 등 따스한 아로마 식물의 향이 혼합되어 고급스러운 사찰 향이 느껴지는 향수. 블랙 베티버 카페 코롱 30ml 8만원 조말론 제품. 5 부드러운 앰버와 라벤더, 바닐라, 카카오 등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보디 크림. 앰버 & 라벤더 핸드·보디 로션 250ml 9만2천원 조말론 제품.
향수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라면 톱 노트·미들 노트·베이스 노트다. 이게 무엇인고 하니, 톱 노트는 맨 먼저 느껴지며 금세 사라지는 향, 미들 노트는 향수의 특징을 좌지우지하는 향, 베이스 노트는 길게 여운이 남는 잔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조합의 구성과 흐름에 따라 향수의 인상은 결정된다. 특히 톱 노트는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대부분이다. 어떠한 향료와도 잘 섞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산뜻하게 이끌어가는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 같은 요소이기 때문. 또 금세 날아가니 다른 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향을 조합할 때도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이용하면 무난하게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앰버·바닐라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향과 가장 잘 어울리며, 우디, 머스크 향과 같이 묵직한 향과 만났을 때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시간차를 두고 사용하는 게 중요한데, 베이스가 묵직한 향수를 먼저 뿌리고 대략 30분 후 톱 노트가 날아갔을 때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뿌린다.
1+2
휴고 보스의 보스 보틀드 나이트 + 구찌의 뿌르 옴므 스포츠
개성이 강한 향을 조합할 때는 반드시 시간차를 두고 뿌려줄 것. 보스 보틀드 나이트를 뿌린 뒤 30분 후 톱 노트가 날아갔을 때쯤 뿌르 옴므 스포츠를 가볍게 더한다. 스포츠 버전의 시트러스 향과 고급스러운 우디 향이 만나 남성미가 극대화된다.
3+4
갭의 1969 포 맨 + 갭의 1969 포 우먼
갭의 1969는 커플 향수로 구성되었으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된다. 그 예상이 맞다. 짙은 아로마틱 우디 향을 풍기는 1969 포 맨은 시트러스 계열의 1969 포 우먼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가장 효과적으로 레이어링하는 방법은 1969 포 맨을 사용한 남자와 1969 포 우먼을 사용한 여자가 함께 있는 것.
1 재스민, 카다멈 등 오리엔탈 계열의 깊은 향이 전해지는 보스 보틀드 나이트 50ml 7만원대 휴고 보스 제품. 2 강한 남성적인 시트러스 향의 구찌 by 구찌 뿌르 옴므 스포츠 50ml 8만원대 구찌 제품.
3 강렬한 남성미를 나타내는 프렌치 압생트 향의 갭 1969 포 맨 아로마틱 아쿠아틱 우디 50ml 3만9천원 갭 제품. 4 따뜻하고 상큼한 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향의 갭 1969 포 우먼 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50ml 3만9천원 갭 제품.
사실 전문가들도 권하지 않는 단계다. 천재적인 후각을 타고난 이가 아니라면, 전혀 다른 두 향수로 새로운 조화를 만드는 게 아마추어로선 절대 쉬울 리 없다. 향수의 성분을 보고, 서로 다른 향이라 하더라도 공통된 요소나, 어울리는 향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단계다. 당연히 한 번에 성공할 리 없다. 이건 고난도의 퀴즈 게임과도 같다. 무거운 향을 먼저 뿌려놓고, 30분 뒤 다른 향을 더해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려보자. 은근 재밌다.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결과라 할지라도 전혀 색다른, 나만의 새로운 향을 찾아내는 게 바로 향수 레이어링의 진정한 묘미. 섞는 방법도 다양하게 시도해보자. 먼저 무거운 향을 등에 뿌리고, 30분 뒤 두 번째 향을 가슴 부분에 뿌린다. 서로 다른 향은 끌리는 성향이 있어서 두 가지 향이 몸을 감싸듯 묘한 매력을 풍긴다. 억지로 섞으려 하기보다 두 가지 향을 그대로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왼쪽 손목과 오른쪽 손목, 바짓단과 목 뒤 등 전혀 상반되는 방향에 뿌려두면 움직임을 달리할 때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향취가 새롭게 전해진다. 이 서로 다른 향의 어울림을 진정으로 깨달아야 향수 레이어링의 고수라 할 수 있다.
1+2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아쿠아 디 콜로니아 타바코 토스카노 + 에르메스의 보야쥐 데르메스 퓨어 퍼퓸
같은 우디 머스크 계열이긴 하나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보야쥐 데르메스 퓨어 퍼퓸은 부드럽고 따스함에 로제의 미묘함을 더한 다소곳한 향이다. 아쿠아 디 콜로니아 타바코 토스카노는 깊고 짙한 토스카노 시가의 풍미가 느껴지는 강인하고 마초적인 향이다. 보야쥐 데르메스 퓨어 퍼퓸이 아쿠아 디 콜로니아 타바코 토스카노를 포근하게 감싼다.
3+4
폴 스미스의 폴 스미스 맨2 + 랑방의 아방가르드
폴 스미스 맨2가 과일 향의 상큼함을 더한 우디 향이라면, 아방가르드는 톡 쏘는 페퍼 향과 라벤더 에센스가 느껴지는 우아한 우디 향이다. 서로 다른 느낌이지만 이 두 향수의 베이스엔 우디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시간차를 두고 레이어링하면 새로운 우디 향이 완성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