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지울 수 있다면 오인혜는 뭘 지우 싶을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슴을 다 드러내다시피 드레스를 입고 나온 모습? 하지만 그걸 지우면 남자들이 항의할 게 분명하다. 자신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야한 댓글? 아니면 그걸 쓴 놈? 그 무엇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괜찮아요. 물론 시달려야 했지만,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어쨌든 원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배우가 되고 싶었으니까.” 세상에 이렇게 지루한 말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진지해서 토 달기가 미안했다. 드라마 <마의> 보도사진을 통해 공개된 오인혜의 모습은 더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만든다. 섹시한 여자가 아니라 단아한 소녀가 웃고 있다. 그게 어울려서 신기했다. “이제야 본연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죠. 부산국제영화제 때의 사진을 저도 보면서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화려할 수 있구나. 전 화장도 잘 안 하고 옷도 편하게 입고 다니거든요.” 예쁜 여자는 다 저렇게 말하지. 하지만 남자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할 거다. ‘노출할 때가 훨씬 예뻐!’ “저는 진짜 한 번도 톱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사실 저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럼에도 오인혜가 촬영 내내 안고 있던 고양이가 부러운 건, 당연한 거다. 나도… 남자다. “예전에 네 마리나 키웠어요. 외로워서….” 기꺼이 오인혜의 고양이가 되고 싶은 사람, 손! <마의>를 봐야겠다. 이미지로만 받아들인 여자가 어떻게 배우가 되는지, 봐야겠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김인서는 충격적일 만큼 예뻤다. “<악마를 보았다> 얘기는 그만하는 걸로….” 매니저가 말했다. “그래서 2010년에는 제가 기대주였다니까요. 그런데 거기서 끝났어요. 기대주였다가 끝난 거예요.” 김인서가 말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끔찍한 일을 당한다. 그러나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은 연기라기보다 실제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그런 면이 그녀가 지닌 우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강했어요. 그래서 그 작품 이후에 다른 작품을 해도 그것만 기억하세요.” 김인서는, 지금은 이름을 바꿔 김시운이라고 불리는 이 배우는 오래 고민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러낼 만한 언어와 표정, 진지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의외로 ‘살’보단 ‘정서’가 다가온다. “전 제가 예쁘다고 생각 안 해요.” 그 말은 틀리지만 맞다. “강하죠, 인상이. 친근하게 보이고 싶어요.” 움직이는 고양이를 끌어다 다시 안는 그녀의 모습은 은유적이다. 어지간한 감독은 나보다 똑똑할 게 분명하니 곧 이 몸의 언어를 읽어낼 것이다. 그래서 글 끝에 이렇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잘될 게 분명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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