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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빠진다

가을이어서 소개하는 게 아니다. `월드 클래스`급으로 재미있는 소설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UpdatedOn October 05, 2012




 

1.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부북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을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긴 어렵다. 이 책은 굉장히 얇으니 난독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도전해볼 만하다. 1886년에 인간의 두 자아에 대해 썼다는 게 놀랍다. 인간의 이중성을 소름 끼치게 묘사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인간의 추잡한 내면과 나약함을 맞닥뜨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기회다.
<밝은 모퉁이 집> 헨리 제임스, 문학과지성사  스티븐슨과 헨리 제임스, 살아생전에 알았다면 친구가 되었을 거다. 아, 죄송. 둘은 실제로 친구였다.

 

2. 빅토르 펠레빈, 문학동네
러시아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지금 누가 가장 뜨거운 인물인지. 퉁명스러운 그들이 대답을 안 해줄 것 같아 말하는데, 바로 빅토르 펠레빈이다. 포스트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젊은 세대들이 어떤 가치관의 혼란으로 살아갔는지 궁금하다면 단연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말까지 쓰고 싶진 않았지만 <타임>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사이키델릭한 나보코프.”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절망>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문학동네  <타임>의 평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민음사  이 세 권이면 어디 가서 러시아 문학 모른다고 무시받진 않을 거다.

 

3.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계의 어이없는 진실 중 하나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 상당수가 제대로 번역돼 출간되지 않았다는 거다. 드디어 <두 도시 이야기>가 완역돼 출간됐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두 도시 이야기>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찰스 디킨스가 가난한 서민에 대한 애정을 가장 응축적으로 표현한 작품인 건 맞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목로주점> 에밀 졸라, 열린책들  출간 당시에는 외설성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 수위를 확인해보자.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민음사  서민을 주제로 한 소설을 언급할 때, 고리오 영감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4. <럼 다이어리> 헌터 S. 톰슨, 마티
어떤 사람은 그를 ‘곤조 저널리즘’(취재 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쓰는 주관적인 글쓰기)의 개척자로 알고 있을 거다. 어떤 사람은 자료에서 본 하와이안 셔츠와 반바지로 그를 기억할 거다. 어떤 사람은 조니 뎁이 숭배하는 작가로 그를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드디어 출간된 <럼 다이어리>에서 픽션과 보도 기사를 섞은 신경질적인 톰슨의 문체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헌터 S. 톰슨, 마티  톰슨이 곤조 저널리즘의 형식을 완성한 작품.
<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카포티, 시공사  톰슨도 카포티보다는 한 수 아래다. 이보다 더 뛰어난 보도 소설은 없다.

 

5.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필립 K. 딕, 플라북스
필립 K. 딕은 그는 평생 편집증과 고독, 정신분열과 피해망상에 시달렸다. 그는 1971년 정신병원에 입원했는데 만약을 대비해 입원하기 직전 변호사에게 맡겨둔 원고가 바로 이 책이다. 인간의 자유와 사상을 통제하는 사회 밑에서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당시 닉슨 정권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본 아이덴티티> 로버트 러들럼, 문학동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로 제이슨 본보다 유명한 인물을 알지 못한다.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황금가지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6.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클레이튼 로슨, 피니스아프리카에
추리소설의 가장 섹시한 순간은, 문은 안에서 잠겨 있고 창문은 열었던 흔적이 없는 공간에서 시체가 발견됐을 때다. 밀실 살인 사건은, 우리를 화장실도 못 갈 만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성에 바탕을 둔 추리 그리고 오컬트, 마술 등의 환상적인 요소가 마구 뒤섞여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동서문화사  클레이튼 로슨과 존 딕슨 카는 생전에 밀실 트릭에 대해 자주 의논했었다. 이건 밀실 트릭에 관한 가장 뛰어난 책이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랜달 개릿, 행복한책읽기  마술사와 탐정의 활약상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해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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