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네시안 마카오에서 곤돌라를 젓고 있는 뱃사공은 베네시안 라스베이거스에서 봤던 그 뱃사공과 얼굴마저 닮았다.
흔히 마카오를 홍콩 여행의 일부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홍콩 여행 중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반나절, 혹은 하루 여행 코스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마카오 여행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이뤄진다. 홍콩에서 페리로 50분, 마카오에 들어서면 페리 터미널에 즐비한 호텔 셔틀버스 중 한 대에 올라탄다. 이때, 우리나라 사람의 80%쯤은 그 유명한 베네시안 호텔의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여기서 남자들은 카지노로 직행하고, 여자들은 이미 홍콩에서도 물릴 만큼 즐겼을 쇼핑 삼매경에 또 빠져든다. 그리고 카지노와 쇼핑이 지겨울 때쯤이면 곧장 세나도 광장으로 향한다. 세나도 광장은 우리로 말하면 명동 거리 같은 곳. 여기서부터 세인트 폴 성당까지 도보로 10여 분 거리엔 세계문화유산이 밀집해 있어 마카오 여행의 중심지로 통한다. 인파를 따라 이 길을 걷는다. 중간에 에그타르트를 먹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세인트 폴 성당 앞 계단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으로 그들의 마카오 여행은 끝이 난다. 물론 그들의 ‘여행기’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뻔뻔하게도 ‘마카오는 하루면 다 본다’식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명동 일대를 둘러보고 서울의 전부를 다 본 듯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감성적인 타이파 빌리지를, 남부 유럽의 작은 마을 같은 정취가 물씬 풍겨오는 콜로안 빌리지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카오 타워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마카오에 다녀왔다 말할 수 없다.
무려 4백 년간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았던 마카오 문화는 절반이 포르투갈 식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만난다는 점에서 홍콩, 싱가포르와 비슷하지만 유럽의 풍취보다는 단순히 대도시의 느낌이 강한 이 두 도시와는 달리 마카오는 여전히 유럽의 클래식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카오를 일컬어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니 한 도시에서 한 가지 문화만을 숙지하고 경험해온 여행자는 조금의 당황스러움과 두 배의 환희를 맛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이자 ‘금상첨화’다. 거리엔 파스텔 톤 건물들이 즐비하다. 유럽 어디서든 이러한 벽돌을 봐왔겠지만, 아시아에서는 유일무이한 마카오만의 매력이다. 유럽식 성당과 동양의 사원이 한데 어우러진 ‘쿨’한 도시가 바로 이곳, 마카오다. 먹거리는 한 술 더 뜬다. 중국 음식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광둥 요리와 낯설기 그지없는 포르투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두 음식이 퓨전된 ‘매캐니즈’ 음식도 새롭기만 하다. 빵의 원조가 포르투갈인 만큼 아시아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카오는 이러한 두 나라의 문화 이중주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웬만한 5성급 호텔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잠깐 현기증이 나는 경험을 하게 될 터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최고급 셰프가 완벽한 스테이크를 내놓는 동안, 창밖으론 회색빛 서민들의 집들이 펼쳐진다. 마카오는 카지노의 도시인 만큼 굉장히 화려하다. 마카오 어디에서도 베네시안, 포시즌스, 쉐라톤 등 최신식 건물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 객실 수가, 그 규모가 너무도 대단해서 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황당할 정도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직도 회색빛인 그네들의 삶이 보인다. 포르투갈과 광둥 문화가 반반씩 섞인 것처럼, 부유함과 가난함이 딱 절반씩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 둘을 딱딱 구분해가며 즐기는 것도 재미있고 안과 밖을 구분하듯 그 둘을 넘나드는 것도 스릴 있다. 오늘밤엔 MGM 호텔에서 카지노를 즐기다 내일 아침엔 콜로안 빌리지에 가서 파스텔 톤 집 사이를 조용히 거닐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마지막으로 마카오 여행의 팁을 주자면 앞서 말했듯, 밤에는 카지노 등 마카오의 향락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낮이 되면 그저 무작정 걸어보길 권한다. 가이드북과 지도 따위는 필요 없다. 도시 자체가 워낙 작은데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물들이 즐비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낡아서 더 멋스러운 집, 칠이 다 벗겨진 벽 틈으로 피어난 꽃 한 송이, 포르투갈어 표기와 한자 표기가 동시에 이루어진 이국적인 이정표…. 천천히 걸어다니며 감흥을 얻기에 이만한 도시가 없다. 이것이 바로 마카오의 진정한 매력이다. 어찌 이 도시를 반나절 만에, 단 하루 만에 모두 둘러볼 수 있단 말인가.
2 마카오에선 파스텔 톤의 유럽풍 건물들이 차고도 넘친다.
3 세나도 광장 주변부엔 세계문화유산이 밀집되어 있다. ‘무어리시 배럭’ 도 그중 하나다.
4 마카오의 상징 격인 세인트 폴 성당 유적.
5 기아 요새는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마카오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기 좋다.
6 세인트 폴 성당 바로 옆에는 나치 사원이 위치했다. 나치 사원 옆
벽돌 담장은 1569년
포르투갈인들이 세운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아찔하게
오직 마카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아찔한 경험 속으로.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마카오로 떠나기를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예약해야 할 것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워터쇼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공연은 태양의 서커스팀으로 잘 알려진 <퀴담>을 연출한 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프랑코 드라곤’의 손으로 탄생했는데, 단단한 무대와 깊은 수조가 순식간에 모습을 바꿔가며 물과 춤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그 대단한 수조 규모로 말할 것 같으면, 박태환 선수가 뛰놀던 올림픽 경기 규격의 수영장 5개를 채우고도 남을 크기. 여기엔 20m 높이의 다이빙 장치가 설치됐는데 다이빙을 하던 수중 무대는 순식간에 무용수들의 화려한 군무로 뒤덮이는가 하면, 모터사이클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돌변한다. 출연하는 배우들은 무려 77명에 이른다. 장담컨대,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가 눈앞에 펼쳐질 거다. 마카오를 대표하는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공연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호평 속에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마카오 타워
자, 간 큰 남자들이여 주목하시라! 공연 내내 펼쳐지는 아찔한 곡예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마카오 타워를 이용해보는 것이 좋겠다. 우선 2011년에 개장한 마카오 타워는 우리로 치면 남산 타워 같은 곳. 338m에 이르는 타워에서는 마카오 반도는 물론이거니와 타이파의 경치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내부는 카페와 360도 회전이 가능한 레스토랑 등으로 채워졌다. 여기까지는 우리의 남산 타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당신이 마카오 타워를 진짜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부터다. 상공 233m에서 번지점프가 가능한 것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다. 아마 남산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높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대충 감이 올 터. 번지점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쥘 정도다. 이외에도 전망대 밖에서 마카오 타워 위를 걷는 ‘스카이 워크 X’ 등 10여 가지의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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