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2012 F/W 광고 캠페인.
누가 누가 더 빠른가 LTE 전쟁을 치르고 있는 21세기에 왜 갑자기 중세 타령이냐면, 프라다의 이번 시즌 컬렉션 때문이다. 이들은 게리 올드먼, 애드리언 브로디 등 중년 배우들을 등장시키며 에드워디안과 바로크 시대의 남자들을 런웨이로 불러왔다. 화려했다. 아름다웠다. 과거 남자의 우아함은 이런 형태였구나, 잊고 있었던 기억을 불러왔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의 미(美)에 대해 되돌아보고 싶어졌다. 과거 남자들이 얼마나 수려하고 섬세하고 고고했었는지, 지금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건지 곱씹어보고 싶다. 꼭꼭 씹어 되새김질까지 해서 잘 소화하고 싶은 마음에 중세 남자들을 만나려 한다. 그 시절을 모티브로 컬렉션을 진행해온 디자이너들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에르메네질도 제냐 2012 F/W 컬렉션 에트로 2012 F/W 컬렉션 백스테이지
공작의 형형색색 화려한 날개도 사자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볼륨감 넘치는 갈기도 암컷이 아닌 수컷의 것이다. 암컷보다 아름다운 겉모습을 지닌 것이 동물의 세계 속 수컷이다. 보통 ‘아름다움’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나 그건 인간의 생각이다. 인간도 동물인 것을. 남성 본연의 미에 대한 열망은 드높았다. 현대의 남성이야 화려함을 숨긴 채 절제미를 보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으나 과거의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중세 시대의 남성복은 레이스와 현란한 패턴, 레이어드 등으로 극히 화려했다. 특히 중세에는 동양에서 수입한 화려한 직물과 직조, 재단 기술의 발전으로 몸의 실루엣을 부각시키고 점점 화려해져, 검소함이 사회 전반을 점유하던 기독교 시대임에도 오히려 이러한 복장은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니 화려함은 무한을 향해 치닫게 된다. 레이스는 기본이고 금장 단추와 화려한 러플 그리고 보석이 옷을 수놓았다. 16세기 남자들은 지금의 셔츠인 슈미즈와 허리부터 단이 넓어지는 짧은 상의인 더블릿 그리고 몸에 쫙 달라붙는 하의인 호스를 착용하였다. 더블릿 위에는 조끼 형태의 저킨을 입고 그 위에 코트나 케이프를 둘렀다. 도대체 몇 겹인가. 옷 한 번 입으려면 반나절은 소요될 만큼 그 개수도 어마어마했다. 이 시절, 화려함과 거대함은 극을 치달았다. 이러하니 있는 그대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는 시기다. 그 디테일과 재단은 현실과 조화를 이루려 해도 너무 과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들은 중세를 넘은 근세 그러니까 르네상스와 바로크 그리고 로코코 시대의 복장에 주목했다. 다행히 아니 자연스럽게 중세의 과장된 옷차림은 근세에 들어서면서 정리되기 시작한다. 실루엣은 단순해지고 장식은 줄어들었다. 개수조차 세기 힘들던 덧입기는 셔츠, 코트, 웨이스트 코트, 무릎길이의 바지인 브리치스 이렇게 단순화되었다. 조끼는 점차 길이가 짧아지고 소매가 없어져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었고 코트는 궁중에서 입었던 (고급 실크와 금은 실크사로 수놓고 밑단이 넓은) 아비 아 라 프랑세즈를 거쳐 가볍고 장식이 적은 프록코트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한마디로 따라 하기 쉬워진 거다. 이번 시즌 돌체&가바나는 아비 아라 프랑세즈의 형태를 재킷과 코트에 접목하였다. 서서히 직선 형태로 변화되던 남성복 실루엣은 이번 시즌 프라다 컬렉션에 그대로 담겨 있다. 구찌 또한 마찬가지. 중세는 화수분처럼 쉼없이 넘쳐 흐르는 보물 단지다. 남성복의 원류이니까. 존 갈리아노는 2009 F/W 컬렉션에 와이드 라펠의 프록코트와 스포티 블루종이 어우러진 중세 무드의 쇼를, 앤 드뮐미스터는 2011 F/W 컬렉션에 저킨 형태의 외투로 중세 무드를 한껏 담았고, 톰 브라운은 2011 F/W 컬렉션에 중세로 돌아간 듯한 쇼를 보여주었다. 너무 무게감 넘치는 남자는 재미없다. 위트와 센스가 어우러져야 진짜 남자다. 지루해가는 남성복에 ‘화려했던 과거’는 남자가 갖추어야 할 멋에 대한 잣대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화려했던 남자들의 시대, 그 영광을 한 번 더.
영화 <어페어 오브 더 넥클리스> 영화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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