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워크샵 쇼룸 + 박준상 대표
워크샵 쇼룸은 어떻게 만들었나?
원래 기계공학을 공부했고, 연구소에서 7년을 일하다 패션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프랑스 데님 브랜드인 에이프릴77을 수입했다. 그러다 2006년 칩먼데이의 글로벌 세일즈 디렉터를 알게 되어 한국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2008년 본사 측에서 칩먼데이의 쇼룸 비즈니스를 담당해달라는 제안을 해와 워크샵 쇼룸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총 7개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매출 순으로 따지자면?
칩먼데이, 펜필드가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의 상위를 차지하고 그다음이 해피삭스다. 나머지 풀스팟, F-트룹, 제네릭 서플러스, 퀘스천, 어클락은 거의 비슷하다.
정식으로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본사에 어떤 제안을 하나?
특별히 제안을 한 경우는 없다. 전부 인맥과 친분을 통해서 이뤄졌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이다. 운이 좋았다.
스키니 데님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 칩먼데이를 시작했다.
당시 국내는 프리미엄 데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쪽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내 취향도 아니었다. 반면 해외에서 급부상 중이던 칩먼데이는 프리미엄 데님이 갖지 못한 컨셉추얼한 면이 있었다. 브랜드가 지닌 스토리를 알게 되니 전략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장래성이 보였다.
비주류적이고 낯선 브랜드들이 많다. 서브컬처의 느낌도 강하다. 브랜드를 선택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브랜드 선택 시 이미 유명해진 브랜드에는 관심이 없는 나의 성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재밌게 일할 수 있고,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독특한 브랜드들이 나의 감성과도 잘 맞는 편이다. 성장 가능성을 따졌을 때도 그랬다. 주류 브랜드는 그 규모에 맞는 기업이 다뤄야 한다. 나는 그만큼 자본을 가지고 있지도, 준비도 안 됐다. 까다로운 브랜드와 얽히며 스트레스 받고 싶지도 않다.
초기 자본은 얼마였나?
7년간 일한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 1억으로 시작했다 이듬해에 전부 날렸다. 와이프에게 한푼도 못 줬다.
그럼 지금 연 매출은 어느 정돈가?
자세히 얘기할 수 없다. 50억은 안 된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홍보, 마케팅에 크게 중점을 두는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느꼈다면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쪽 분야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칩먼데이 본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부수적인 비용으로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 해외 브랜드를 다루는 입장에서 한국적인 마케팅은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지금보다 커지면 점차 바꿔볼 생각이다.
주말에만 오픈하는 칩먼데이의 매장이 있긴 하지만 거의 편집매장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이러한 루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칩먼데이 매장은 편집매장에선 불가능했던 브랜드의 전체 콘셉트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말에만 문을 여는 건 마케팅적 재미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클라이언트들을 배려하려는 목적이 컸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쇼룸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다. 쉽게 말해 전국에 있는 클라이언트들이 우리 제품을 잘 팔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건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내가 더 많이 팔면 안 되겠지?
또 새롭게 들여올 브랜드가 있나?
아직은 없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브랜드를 강화할 계획은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청년들이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상품의 트렌드만 보고 섣불리 시작하면 얼마 못 간다. 빨리 오는 만큼 빨리 사라지는 것이 유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트렌드, 장래성을 따져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또 하나, 나처럼 쇼룸 비즈니스를 시작할 생각이라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거다. 쇼룸 비즈니스는 오너가 실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생계형이다. 쉽지 않다.
2. 로크 코리아 + 임준영 대표
로크는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
난 미국에서 호텔 경영을 공부한 호텔맨이었다. 2010년 즈음, 30년지기인 샌프란시스코 마켓의 한태민 대표를 통해 로크를 접했다. 굿이어 웰트화를 그 가격대에 살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끼고 당장 영국으로 갔다.
로크를 한국에 소개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성수동이나 동대문에서 만드는 여성 구두도 40만~50만원대다. 거기에 비하면 남자 구두 시장의 규모는 터무니없이 작다. 비싸거나 싸거나 둘 중 하나. 제값을 못하는 구두도 엄청 많다. 잘 만들었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구두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공식 디스트리뷰터가 되기 위해서 영국 본사에 어떤 제안을 했나?
국내 구두 업체 두 군데와 경쟁이 붙었다.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나는 슈메이커가 아닌 슈 셀러라고. 그간 국내 구두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를 들여와 망친 경우는 허다하다. 유럽 애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나는 오직 로크만을 위한 회사를 운영할 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로크 코리아가 생기기 전부터 로크는 유명했다.
남성 클래식 시장에서 로크는 이미 많이 알려진 상태였다. 그래서 수월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그게 독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학습하고 저렴하게 구매했던 고객들이 많아서 가격 측정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진을 최대한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방향을 택했다. 전 세계 52개국 중 한국이 영국 다음으로 싸다. 일본보다는 10만~20만원 정도 저렴한 편이다. 이런저런 일로 론칭 초기엔 욕도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서비스 측면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브랜드는 뭔가?
비슷한 가격대의 국내 브랜드들이다.
단기간에 백화점에 3개의 매장을 냈다. 비용이 많이 들 텐데 백화점에 연속적으로 매장을 내는 이유가 있나?
로크는 매스 브랜드다. 한정된 고객들을 위한 로드숍보단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백화점이 맞다고 본다.
로크는 마케팅에 크게 비중을 두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잘된다. 비결이 뭘까?
거창한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질 마케팅’에 중점을 뒀다. 제품 자체의 질을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거다. 그걸 인정하고 수용하는 고객이 있다면 입소문은 절로 난다. 그 효과는 이미 보고 있다.
로크 코리아가 역으로 영국 본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영국 본사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다. 그들은 제품의 질에만 신경 쓰는 제조업자에 가깝지, 마케팅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난 잡지, 연예인에게 협찬하고 그걸 스크랩해서 매달 본사에 보낸다. 또 한국 남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MTO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 디자인을 역으로 본사에서 채택하기도 한다. 얼마 전 탑맨과 로크가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것 또한 내가 제안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다.
초기 자본은 얼마였나?
2억5천 정도였다.
지금 연 매출은 어느 정돈가?
대략 30억 정도. 평균적으로 한 달에 구두 1천 켤레를 판다고 보면 된다.
로크가 좋은 구두인 건 맞지만, 이제 하이엔드 구두 브랜드도 다뤄보고 싶은 욕심은 없나?
그런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남성 구두 시장이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 물론 로크가 시발점이 되고 있고 언젠간 시장이 풍성해지겠지만 엔트리 구두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난 하이엔드 구두에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로크 정도면 충분히 좋은 구두라고 생각한다.
지금 추진 중인 사업이 또 있나?
로크 브랜드를 달고 벨트, 지갑을 선보일 예정이다. 차후에는 양말과 니트 종류도 다뤄볼 생각이다. 전혀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여성 속옷 브랜드를 들여올 생각도 있다.
더 나중에는 어떤 걸 하고 싶나?
성수동에 있는 구두 공장을 인수해 직접 구두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와 주변 인물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거다. 우린 전 세계의 괜찮은 구두를 다 접해봤다. 그 정도 노하우라면 꽤 좋은 구두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거다.
어느 누군가는 로크와 비슷한 콘셉트의 구두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남성 클래식 구두는 첫째가 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마케팅이 아닌 스토리가 녹아 있는 제품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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