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눈길·빙판길에 대비해야 할 때다. 최근 우리나라는 폭설마저 잦아졌다. 스노타이어는 겨울철 안전 운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험으로 간주된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겨울이 되면 단골 카센터에 사계절용 타이어를 맡기고 스노타이어로 갈아 끼우는 문화가 정착됐다.
유럽에서는 스노타이어에 대한 규제가 한층 엄격하다. 독일에서는 겨울에 스노타이어를 끼우지 않은 차가 주변의 교통 흐름을 방해하면 벌금과 벌점을 물린다. 나아가 겨울에 여름용 타이어를 끼운 차가 사고 낼 경우 벌금과 벌점이 곱절 이상 치솟는다. 나아가 교통사고의 과실 판정에 불이익을 주거나 보험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1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15일까진 반드시 스노타이어를 끼워야 한다. 사계절용 타이어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M+S(머드&스노)가 표기되어 있고, 트레드의 깊이가 4mm 이상이어야 한다. 폭설 내릴 땐 스노체인까지 채워야 한다. 이 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벌금 5천 유로를 물린다. 경우에 따라 차를 이용하는 것도 제한한다.
스노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와 달리 노면 마찰력이 높다. 가장 큰 차이는 타이어의 고무 성분과 트레드라고 불리는 타이어 접지면의 무늬다. 스노타이어 기술의 핵심은 발포고무 기술로, 일본의 브리지스톤이 1982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타이어의 접지면에 수많은 기포를 수놓았다. 빙판길 미끄러짐의 원인인 수막현상을 막아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발포고무 기술이 널리 쓰이기 전엔 육상 선수의 운동화처럼 ‘스파이크’를 단 타이어가 유행했다. 노면을 타이어 표면의 돌기로 콕콕 찍어가며 달렸다. 하지만 눈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곳을 달릴 땐 도로를 망가뜨리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따라서 지금은 쓰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많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금지했다. 유럽에서는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한다.
며칠 동안 스노타이어 끼운 BMW 520d를 탔다. 스노타이어 또한 BMW가 이번에 출시한 제품이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눈길·빙판길을 헤집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름 소득은 있었다.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이질감이 별로 없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 저속에서 바퀴 소음이 다소 도드라질 뿐이었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 일반 타이어와 성능 차이는 확연하다. BMW 520d 같은 뒷바퀴 굴림 차라면 더더욱.
겨울철에 잦은 접촉 사고의 수리비를 감안하면, 스노타이어에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할 일만도 아니다. 한편, 스노타이어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트레드 표면의 이물질은 매일, 공기압은 한 달에 한 번씩 점검하는 게 좋다. 또한 미끄러운 노면에서 사고를 예방할 최선의 방법은, 스노타이어보다 안전 운전이 먼저란 사실을 명심하자.
** 스노타이어 이렇게 다른다
1. 고무 : 스노타이어는 여름용이나 사계절용보다 부드러운 고무를 쓴다. 고무가 부드러울수록 타이어가 노면에 더 밀착된다. 그만큼 제동 거리를 줄일 수 있다. 모래에서 추출한 성분을 넣은 고분산 실리카 컴파운드가 널리 쓰인다. 물론 고무가 딱딱해지는 현상 자체를 막을 순 없다. 따라서 겨울용 타이어는 3년 정도 쓰고 나면 새것으로 바꿔주는 게 좋다.
2. 트레드 패턴 : 스노타이어는 트레드 패턴도 다르다. 스노타이어의 표면엔 세로 블록이 있다. 자동차가 좌우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블록 표면엔 미세한 주름을 빼곡히 채워 넣는다. 그 틈으로 파고든 눈이 길바닥의 눈과 한 덩어리를 이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줄인다. 또한 깊고 넓은 홈을 판다. 눈이 녹아 젖은 도로에서 배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3. 장점 : 성능의 차이가 확연하다. 마찰계수가 낮은 노면에서 스노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20% 이상 덜 미끄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동 성능뿐 아니라 조종 안정성도 뛰어나다. 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다 쉽게 움직일 수 있다. 불의의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셈이다. 폭설이 내렸을 때 제한적으로 채우는 스노체인과 달리 겨우내 쓸 수 있다.
4. 단점 : 부드러운 재질의 고무를 쓰는 데다 노면과 최대한 밀착할 수 있게 설계된 만큼, 기온이 높고 노면이 건조할 땐 사계절용보다 마모가 빠른 편. 소음 역시 두드러진다. 따라서 겨울철에만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장점이 훨씬 많다. 눈길과 빙판길뿐 아니라 살얼음이 낀 도로에서 사고 위험을 확실히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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