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1. 예뻐서
몸매가 중요하다. 옷을 잘 입어서 더 예쁘다.
모드가 출시됐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난리다. 이번 주제는 패션에 대한 찬사라고 한다. 예쁜 이유를 분석해봤다. 12개 면으로 분할된 병은 어느 각도에서나 반짝인다. 간결하게 다듬어진 면들이 군더더기 없이 잘 깎였다는 느낌. 섹시한 몸통에 미드나이트 블루의 실크 밴드를 입었다. 몸에 딱 맞는다. 가슴 부위에 하얗고 보드라운 실크 라벨을 붙였다. 옷마저 예쁘다. 이번 리미티드 에디션은 패션이 아닌 공주에 대한 경배다. 마시지 않더라도 앱솔루트 왕국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관하고 싶다.
앱솔루트 모드 3만2천8백원.
2. 올해의 술이래
전문가들이 뽑은 2011년 최고의 술. 가격도 저렴하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전문가를 만났다. 양조장에서 공식 인터뷰가 끝나고 담배를 나눠 피우며 속내를 캐냈다. 축구 기자처럼 물었다. “한국 위스키를 알고 있나?” “좋은 블렌딩 위스키가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위스키도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한다.” 그가 되물었다. “임페리얼 퀀텀 19 마셔봤나?” 모른다고 대답할 뻔했다. 발음 때문이 아니라. 정말 안 마셔봤으니까. 그가 덧붙이길 영국에서 열린 2011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올해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뷰티풀한 맛이라고 했다. 올해 생산된 임페리얼 퀀텀 19는 세계 최고의 술이다. 내년에는 맛이 달라질지 모른다.
임페리얼 퀀텀 19 5만9천4백원.
3. 3년에 한번씩만 나온대
올해 놓치면 다시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떠난 버스와 여자는 잡는 게 아니다. 여자는 모르겠지만, 버스는 돌아온다. 다음 날 다시 온다. 다우스 포트 빈티지 2007도 그렇다. 10년에 세 번밖에 만들 수 없는 진귀한 와인이다. 올해 놓치면 201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배차 간격이 꽤나 긴 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우스는 빈티지 중에서도 정상급 와인이다. 포르투갈 주정 강화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17~21도에 이른다. 한 모금 들이켜니 얼굴이 뜨거워진다. 행복하다. 3년에 한 번 찾아오는 쾌다.
다우스 포트 빈티지 2007 가격미정.
4. 구관이 명관이라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올해의 와인.
마트에서 칠레 와인을 달라고 하면 1865를 꺼내온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칠레 와인이다. 대중이 인정한 제품치고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없다. 1865는 어느 모임에서든 선물로 택했을 때 실패율이 적다. 이번 하트 에디션은 총천연색 태권브이를 그렸던 팝아티스트 찰스 장과 협업으로 탄생했다. 무게 잡는 와인은 아니다. 1865를 통해 사랑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하트와 리본을 그렸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올해의 와인이다.
1865 하트 에디션 5만8천원.
(왼쪽부터)
5. 폭탄주가 싫어요
회식의 패턴을 바꿔줄 바로 그 술.
연말 회식에 대한 소박한 바람. 올해는 팀장님이 위스키에 맥주 좀 그만 말았으면 한다. 우리 좀 더 품격 있을 순 없을까? 위스키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덕담을 주고받는 훈훈한 자리 좀 마련했으면 한다. 폭탄주 제조를 막을 적당한 핑계가 필요하다. 팀장이 좋아하는 위스키(그러니까 발렌타인)를 고르되, 희소성도 갖춰 낭비할 수 없는 그런 술.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신다는 발렌타인에서 17년산 스카파 에디션을 출시했다. 특별 한정판이다. 스코틀랜드 북부 끝의 오클리 제도에 있는 스카파 연안에서 만든 술이라 한다. 거친 대서양 바람과 대자연 속에서 위스키 블렌딩의 미학에 대한 설명도 준비하라.
발렌타인 17년산 스카파 에디션 15만5천원.
6. 몇병 안남았대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먼저 집는 자가 승리한다.
마니아들은 알면서도 놀아날 수밖에 없다. 기업에선 안 사고는 못 배길 특별 한정판을 판매한다. 우선 사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비싼 값에 되팔 수 있고, 한정판을 갖고 있다는 마니아만의 성취감도 채울 수 있다. 발베니는 나빴다. 매년 17년산을 특별 한정판으로 내놓는다. 특별히 엄선한 소수의 오크통에서 소량 생산한다. 올해는 피티드 캐스크 17년을 출시했다. 재생산 예정은 없다고 한다. 올해 아니면 못 산다는 뜻이다. 11월에 30병을 추가 수입했다. 몇 병 안 남았다.
발베니 피티드 캐스크 17년산 25만원.
7. 그녀가 잘취해서
최초의 달콤한 럼. 그녀가 처음으로 좋아한 독주.
이해할 수가 없다. 소주가 왜 달어. 정신이 닳은 거겠지.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입에서 단맛이 난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쓴맛이 난다. 그래서 보드카는 매년 플레이버를 첨가해 출시한다. 상큼한 맛이 나도록. 반면 럼은 뱃사람들의 술이다. 거친 생활을 상징하는 독주다. 그동안 럼은 어떤 향도 첨가하지 않은 채 ‘독고다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도수를 낮추고 향을 추가해 여성들을 위한 증류주들을 출시하고 있다. 바카디 플레이버드 럼은 국내 최초의 과일 맛 럼이다. 그녀가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바카디 플레이버드 럼 2만원대.
8. 친한 사람이 없어서
어색할 땐, 친한 사람이 없는 모임이라면 멈 블랑 드 블랑을 사가라.
지난달 멈의 셀러 마스터 디디에 마리오티를 만났다. 만찬회에 참석했을 뿐인데, 운 좋게 그가 옆자리에 앉았다. 서툰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자 그가 자신의 명함 한 귀퉁이를 접어 나에게 건넸다. 프랑스에선 선물과 함께 건넬 땐 명함 끝을 접어서 준다며 말이다. 멈 블랑 드 블랑의 라벨은 한쪽 귀퉁이가 접혀 있다. 송년회에 들고 간다면 프랑스식 선물이 된다. 내가 배운 영어는 자기소개까지이기에, 마리오티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어색했다. 그가 칼을 꺼내 멈 블랑 드 블랑의 목을 긁자 샴페인 뚜껑이 터졌다. 어색함이 사라졌다.
멈 블랑 드 블랑 가격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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