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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의외로 뜨고 있는 제품과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기본 아이템에 대한 재해석.

UpdatedOn December 01, 2011



1. 페니 로퍼의 역습
겨울이면 으레 부츠가 많이 보였다. 실용성의 유무보다는 그저 겨울이라 부츠였다. 한데 올겨울엔 부츠 대신 ‘페니 로퍼’를 이렇게 떡하니 찍었다. 누구는 교복의 단짝이라 부르고 누구는 게으름뱅이의 신발이라 말한다. 하지만 <아레나>는 현재의 패션 흐름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신발이라 말하겠다. 예전에는 이런 신발을 ‘위전(Weejun)’이라 불렀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학생들이 신발에 ‘1페니’를 끼고 다닌 데서(그 당시 공중전화 한 통 요금이 1페니였다) ‘페니 로퍼’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현재의 페니 로퍼는 클래식을 넘어 미니멀 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로 진화했다. 당연히 겨울이니 양말도 허락한다. 아이비 학생들이 즐겨 신던 줄무늬나 아가일 무늬만 아니라면.
(왼쪽부터) 갈색 스웨이드 페니 로퍼 가격미정 알든 by 유니페어, 바스사와 협업한 진한 자주색 페니 로퍼 35만원 타미 힐피거, 진회색 페니 로퍼 60만9천원 처치스 by 퍼블리시드 제품.

2. 끌리는 시계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니 어디 꽁꽁 숨어 있어도 언젠가는 조명받을 수밖에. 이 시계가 바로 그렇다. 누구나 아는 시계 브랜드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는 코스코란 수입 업체에서만 판매한다. 갑자기 이 시계를 만든 사람과 브랜드가 궁금해졌다. ‘정한스(Junghans)’라고 쓰여 있어 우리나라 사람이 만들었나 했더니, 융한스라 읽어야 하고 독일 브랜드란다. 융한스는 1861년부터 시계를 만들어왔고, 1920년에는 독일 최초의 기계식 손목시계를 제조했다. 그리고 사진 속 시계들은 독일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발터 그로피우스의 제자 ‘막스 빌(Max Bill)’이 1962년에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현대에도 뛰어넘지 못하는 황금비율로 명쾌하고 간결한 시계를 만들어냈다. 융한스는 예전 디자인에 현대의 기술적인 발전을 더해 새롭게 제품을 출시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1백만원대 초반. 어찌 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3. 유니온 수트를 아시나요?
이렇게 아래위가 붙은 속옷(혹은 잠옷)을 ‘유니온 수트(Union Suit)’라 부른다. 다소 ‘오래됐다’ 혹은 ‘우아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코믹물의 소재로 등장하긴 하지만 올겨울 당신이 입기에 충분히 괜찮은 옷이다. 일단, 한번 입어보라. 그럼 ‘이렇게 따뜻하고 편한 걸 왜 여태 안 입었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확신한다. 입는 순간 마음에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옷을 보고 누구나 하는 걱정 중 하나로 ‘화장실에서의 불편함’을 꼽는다. 하지만 대부분 유니온 수트는 엉덩이 뒷부분까지 단추가 달려 있어(고마운 단추) 큰 불편함(그러니까 볼일을 보기 위해 입기도 불편했던 옷을 전부 다 벗어야 하는)이 없다. 재밌지 않은가? 연말에 혼자 집에서 뒹굴 때 입기 딱 좋은 옷이다.
가는 줄무늬가 들어간 연회색 유니온 수트 28만8천원 아페쎄 제품.

4. 불멸의 양털
남자 옷에서 ‘퍼(Fur)’는 매 시즌 도마 위에 오르는 아이템이다. 언제나 ‘입을까 말까?’의 기로에서 ‘말자’ 쪽으로 기우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고민은 좀 사치스러워 보인다. 우리에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안전한 ‘양털’이 있지 않은가. 물론 여느 퍼 제품들처럼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긴 하지만 재킷 같은 경우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당신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올겨울에는 양털이 액세서리나 이너에도 많이 쓰였다는 점이다. 전체가 양털로 된 베스트나 장갑과 모자, 심지어 안감에까지 양털을 사용한 신발이 있다. 그것들 역시 수명이 그리 짧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니 지금이 ‘불멸의 양털’에 다시 한 번 주목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왼쪽부터) 기본적인 디자인의 갈색 시어링 재킷 2백58만8천원 아페쎄, 겨울철 이너로 활용도가 높은 베스트 1백75만원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뒤쪽에 트임이 있는 양털 모자 가격미정 레프래리드 파리 by 프로덕트 서울 제품.

5. 야구 모자의 반전
구단의 로고나 반짝이는 ‘뉴에라’ 스티커가 붙은 야구 모자는 특유의 활동성 때문에 믹스 매치 스타일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이제 그것마저 눈에 익어 일반적이다 못해 식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크네와 캘빈클라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야구 모자는 조금 달랐다. 소재는 두껍고 빳빳했으며, 그 어디에서도 로고나 스티커는 찾을 수 없었다. 야구 모자의 원형만을 이용해 지극히 현대적인 옷들과 매치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캘빈클라인보다 아크네 쪽을 더 권하겠다. 무릎 저 밑까지 오는 롱 코트에 딱 떨어지는 팬츠 거기에 지그시 눌러 쓴 얌전한 야구 모자. 단연 ‘올해의 믹스 매치’상을 받아 마땅한 룩이다.

캐주얼하지만 모던한 옷에도 잘 어울리는 검은색 야구 모자 3만8천원 아메리칸 어패럴 제품.

6. 니트를 보는 눈
누구나 라운드넥 니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여름에 기본 티셔츠 사듯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고른다. 하지만 이 부분이 문제다. 패션 고수들은 여름에는 무지 티셔츠의 선택에 더욱 고심하고, 겨울에는 라운드넥 니트에 집중한다. 다 비슷해 보이는 라운드넥 니트에도 차별화되는 ‘관전 포인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즈다. 라운드넥 니트의 총 길이는 벨트를 살짝 덮는 길이여야 하며, 어깨는 안쪽으로 살짝 올라가야 제맛이다. 그리고 목둘레와 소매 끝, 밑단을 두르고 있는 테두리 부분이 약간 도톰한 게 예쁘다. 물론 그 외 다른 장식들은 없을수록 좋다.

(왼쪽부터) 소재가 얇은 크림색 니트 26만4천원 세븐오, 테두리 부분이 도톰한 갈색 니트 16만8천원 클럽 모나코, 소재가 뻣뻣한 카키색 니트 9만5천원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품.

7. 손가락 자율화
스마트폰이 손에서 떠날 날이 없는 당신은 이번 겨울 어떤 대책을 세웠는가? 시중에 나와 있는 ‘스마트폰 전용 장갑을 사야지’라고 마음먹었다면 당장 내려놓아라. 그건 마치 산책로에 등장한 ‘크롬 챙 모자’와 비슷한 느낌이거나 E.T의 손가락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굳이 장갑을 끼고 스마트폰을 만지려거든 손가락 끝마디 부분이 없는 니트 소재 ‘반장갑’을 권하겠다. 이는 스마트폰을 위해 나왔다기보다(물론 그 어떤 장갑보다 편리하다) 그 자체로 그럴싸한 액세서리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얇은 갈색 니트 반장갑 1만9천원 아메리칸 어패럴, 도톰하고 부드러운   황토색 반장갑
5만6천원 드레이크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소재감이 독특한 진회색 반장갑 10만8천원 아페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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