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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청년의 취중진담

청출어람을 꿈꾸는 6명의 패션인들이 이야기에 취했다. 꼬리를 문 대화는 대부분 서울 패션 위크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UpdatedOn December 01, 2011



 B 와서 편하게 쇼를 봐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강남역에 있는 딜라이트는 쇼를 하기 위한 장소로 적합하지 않았다.  
D 관(官)에 변화가 있었다. 딜라이트에서 했던 건 과거 베일리 하우스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한 거다. 내부 조직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전의 멤버들이 완전히 싹 바뀌었다. 새로운 멤버들이 예전 실수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일리 하우스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그나마 크링으로 옮겼던 건데… 베일리 하우스의 악몽을 다시 반복하게 됐다.
C 관에서 지원하는 행사다. 홍보 용도로도 좋고, 적합한 장소를 분명 찾을 수 있었을 거다. 맞다. 딜라이트는 좀 아닌 것 같다. 삼성이 운영하는 도산공원 근처 호림이 더 좋을 것 같다.
A 디자이너 김서룡이 호림에서 한 개인 쇼는 괜찮았다.  
D 호림은 개인 거다. 삼성도 거기 세 들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번 딜라이트는 협찬이었다. 호림아트센터에서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C 엄한 곳에 돈 쓰는 것보다 호림에 대여비 주고 쇼를 진행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A 근데 디자이너들, 서울 패션 위크에서 쇼하려면 얼마 내야 하나?
B 내야 하는 돈은 없다.
A 지원을 시작했던 오세훈 시장이 떠났다. 관에서 하는 건 누가 수장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걱정 좀 되겠다.
C 진보든 보수든 일자리 얘기를 많이 한다. 공약에는 청년 벤처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고 담겨 있다. 그 사람들이 봤을 때, 패션은 사치스런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사실 좀 더 깊이 생각하면, 패션 디자이너들도 개인 벤처다. 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A 디자이너는 문화의 다변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이다. 서울시에 좋은 일들을 많이 할 것 같은데, 재원이 문제다. 대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선 예산을 과감히 줄여나가지 않을까? 이번에 디자이너 김서룡이 빠졌다. 그가 이번에 조금 삐걱거렸다 해도, 연륜이 있는 사람들은 후배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김서룡이 떨어졌다는 건, 내게 충격이었다. 서울 패션 위크의 심사위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외국에서도 온다고 하던데.
B 우리도 자세한 건 모른다.
D 심사위원단 자체가 비밀이다. 로비 문제 때문에 그럴 거다. 심사위원을 제외하곤 무엇이든 원하면 열람할 수 있다. 내가 왜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평가서를 볼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은 절대 밝힐 수 없다고 한다.
A 심사위원들에게 디자이너에 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하나?
E 매출액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 그리고 디자인 아트워크에 대한 것.
A 매출액이라고?
D 오해할 수 있는데, 평가 항목의 비중을 보면 매출액 관련 항목의 비중이 가장 적다.
A 이런 방식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나?
E 어떻게 보면 수혜를 받은 입장이기 때문에…. 제너레이션 넥스트만 봐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쇼를 하지 못한 분들 얘기를 들으면 느낌이 다르긴 하겠다.
C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사람은 왜 떨어졌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관에서 하는 방식이다. 역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게 우선 과제겠다.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한 것 같긴 한데, 솔직히 패션은 합리성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정말 미친 천재가 나타나서 단숨에 정상에 올라갈 수도 있는 건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완전 차단된 거 같다.
D 근본적인 문제는 관에서 패션 행사를 진행한다는 거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들의 역량 문제이기도 하다. 외국 컬렉션은 장소 자체를 디자이너의 의지로 정한다. 뒤집어놓고 생각해보면, 만약 이렇게 관에서 주관하지 않고 스케줄을 짜서 한다면 많은 디자이너들이 쇼를 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현재 서울 패션 위크엔 신인이 많다.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신인들이 제대로 등장할 수 있을까. 관이 돈을 쓰니 개인이 쓰는 돈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디자이너의 개인 역량이 커져 빨리 독립하는 것밖엔 없다. 
E 가장 큰 문제는 쇼가 진행되는 장소다. SETEC은 해외 바이어들이 미도 아파트 보러 왔다는 말을 할 정도다.
A 웬 미도 아파트?
B SETEC 주변에 갈 데가 없다는 말이다. 미도 아파트밖에 없지 않나.
E 해외에서 프레스들과 바이어들을 불러온다. 숙박과 비행기를 지원했다면, 컬렉션 이외에 다양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창덕궁이나 이런 장소에서 서울 패션 위크를 하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특권층을 위한 행사라서 허가할 수 없다고 하더라. 서명운동 같은 것을 하고 싶다. 단순히 디자이너들을 위한 것만은 아닌 서울을 알리는 건데…. 서울 컬렉션과 관련 있는 친구가 내게 조언을 했다. 젊은 디자이너 너희끼리 쇼를 하라고 말이다. 그도 강북을 되게 좋아한다. 소개할 곳이 많은데, 장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bnt 뉴스를 보니까, 원래 50억 이상을 지원했는데, 이번엔 40억으로 줄였다고 하더라. 돈을 줄이는 건 차치하고, 어떻게 제대로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수를 줄이더라도 패션 위크를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
E 옛 기무사 건물에서 하고 싶다. 예전에 이상봉 선생님이 거기서 쇼를 한 적이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힌다. 사간동 갤러리, 삼청동, 인사동, 경복궁도 있고, 외국 사람들이 돌아볼 데가 많다. 건물이 굉장히 크다. 30분 가격으로 제너레이션 넥스트와 테이크 오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경복궁이 시민단체 때문에 안 된다면, 그곳 옥상에서 해도 된다. 정말 대단하다. SETEC은 아니다. 내가 공문을 써야겠다. 장소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정말 명확하다.
D 만에 하나 일이 터졌을 때 주도했던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다. SETEC에 문제점이 있다고 다 얘기하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E  우면산 산사태가 났을 때,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디자인이 잘못되어서 이런 산사태가 났다고 주장하는 게 아닌,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디자인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디자인이 사회 테두리 안에서 얼마만큼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사람들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계도할 필요가 있다.   
F 이런 부분은 디자이너가 직접 나서기보단 매체가 좀 움직여줘야 한다.
A 그래서 당신들을 만났다. 하지만 우리는 대중을 모두 아우르지 않는다. 일간지가 움직여줘야 한다.
E  솔직히 우리도 이익집단이긴 한데….
B 일간지들은 애플 디자인의 힘에 대해서 칭송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나 바탕에 대해선 인식을 못하는 거 같다. 애플의 그런 모습이 그들에겐 멋있을 뿐이다.
A 모든 게 돈의 문제다. 디자이너들을 대기업에서 영입하는 것도 이미지 업그레이드와 매출을 위한 행보인 거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패션 위상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움직임은 솔직히 미약하다. 상업적인 모습이 좀 더 강하다. 당신들에게도 이런 제안이 들어오면 거부할 수 있겠나?
E 덥석 물 것 같다. 모든 게 돈이라는 개념은 맞긴 한데, 구닥다리였던 버버리의 변신을 보지 않았나? 새롭게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C 내셔널 브랜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친구들이 디자이너 한상혁이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담당한 후부터 엠비오 매장에 가는 걸 봤다. 이런 건 긍정적인 것 같다.
A 맞다. 그건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그렇게 영입한 디자이너들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지원이 적다.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느린 보폭과 전폭적 지원이 없어 서운하다.
E 디자이너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1980년대 일본 디자이너들처럼 충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다. 한국 자체가 다양성이 없다. 외국에서 공부할 땐 서울 패션 위크에 참가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를 때였으니까. 그냥 쉽게 얘기했다. 막상 한국에 들어와 시작해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치고 나오고 그때 재미를 느꼈다. 이제 바람이 부는구나, 바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C 브라이언 파크에서 진행했던 마지막 뉴욕 컬렉션에 갔었다. 메인 쇼들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후원하고,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밀크 스튜디오에서 따로 하는 쇼는 BMW가 후원하더라. 도나 카란, 타미 힐피거, 라코스테 쇼들은 참 좋았지만, 메인 쇼는 SETEC에 간 느낌이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초청받은 에디터, 기자들이 전부였던 것 같고. 근데 밀크 스튜디오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나 패트릭 에르벨의 쇼가 진행되는 그 공간엔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돌아다니고, 쇼 시작 한참 전부터 배우 커스틴 던스트가 놀러 와 있었다. 그녀가 이런 곳에 그것도 쇼 시작 전에 미리 와 있는 걸 보고 지인에게 물었다. 그냥 친구라 놀러 왔다고 하더라. 거기서 난 정말 흥분했다. 이런 느낌이 좋았다. 아마 힘들겠지만 관이 주도하는 패션 위크 외에도 언젠가는 얼터너티브한 패션 위크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기업이 후원하면 더 좋고.
 D 절대 후원 안 해준다. 기아가 스톡홀름인가 코펜하겐 패션 위크를 후원하고 있다. 기아라는 브랜드가 저 멀리 북구의 쇼를 후원하는 이유는 대중의 관심이 패션 위크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패션 위크는 대중에게도 버림받았고,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밀려났다. 그러니 기업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거다.
A 대중과 가까운 일간지들이 움직여줘야 한다. 근데 그들 사정도 그리 녹록지 않다. 직면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매출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것들이 현재는 특권층만이 아닌 대중 옆에 자연스럽게 자리했다. 돈 많은 빅 브랜드들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일간지에 광고를 하고, 일간지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하겠지만, 어쨌든 종전보단 훨씬 더 많이 명품 브랜드 관련 기사를 양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독립 디자이너들은 돈이 없다. 미디어들이 매력을 느낄 대상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가 반복되다 보니 대중의 관심도 개인 디자이너가 아닌 명품에 집중된다. 일간지가 취재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이건 정말 악순환이다. 대중은 일간지를 통해 명품을 더욱 더 잘 알아가고, 구매를 하게 된다. 빈틈이라곤 없는 완벽한 순환 고리가 생겨난 거다. 
E 한 명의 디자이너라도 떠야 매체의 관심을 받는 게 사실이다. 잡지도 그렇고, 일간지는 더더욱 그렇고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가 뜨려면, 인큐베이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 배경이 없다. 우리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맡아야 하는데, 정말 영세하다 보니 성공할 확률이 굉장히 적다. 돈도 있어야 하고 꾸준히 해야 하는데 그 모든 게 디자이너의 몫이다. 대중도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용량 초과다.  
E 하긴 디자이너가 잘해야 한다. 디자이너 가레스 퓨와 조금 알고 지냈다. 그가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직접 봤다. 솔직히 가레스 퓨의 작업실은 처참했다. 비 새는 창고에서 가레스 퓨가 은박지 깔아놓고 그 위에 테이핑하고, 원탁 테이블엔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정용 미싱 2대가 있었다. 그랬던 친구였다. 근데 그가 갑자기 뜨더라. 릭 오웬스가 주목하면서 그렇게 됐다.
C 미디어에서 가레스 퓨를 봤는데,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게 그를 밀어주는 것 같더라. 이건 우리나라의 부정적 스폰서 개념이 아닌 좋은 의미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이야기하는 거다. 외국의 경우, 한 디자이너에게서 창조성이 보이면 패션 매체에서 발탁을 하고 차츰차츰 널리 알려져 세계적인 사람이 된다. 국력의 차이도 있지만, 한국은 아직 닫혀 있다. 
E 10솔(Soul)이라 칭하고, 10명을 뽑아 놨다. 근데 숫자가 너무 많다. 영국의 장점은 애들을 잘 키워서 세계로 뿌린다. 뉴젠이라고 디자이너 이정선도 들어가 있지만, 그들은 3명만 뽑아서 확실히 밀어준다. 아아,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 아까 내 쇼의 착장 수가 너무 적다고 말하지 않았나? 난 더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5~30개 착장을 하는데, 이건 신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인으로 뜨는 사람 중 루이지 그레이, 이정선은 20착장도 안 되는 쇼를 한다. 근데 파괴력은 엄청나다. 세인트 마틴에 처음 갔을 때, 루이지 그레이가 뭘 했냐면 그 비싼 시폰을 협찬받았다. 시폰을 50겹 덧대어 트렌치코트를 만들었다. 그걸 입으면 50겹의 레이어 그리고 진한 파란색부터 연한 색으로 그러데이션됐다. 알버 엘바즈가 와서 전체 행어 다 샀고, 이슈가 되면서 그가 뜨기 시작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 테이크 오프, 서울 패션 위크 나눴지만 아무 의미 없다. 좀 더 파격적이려면 적지만 세게 해야 한다.
A 한국엔 한 행어 전부를 사는 사람이 없지 않나?
E 컬렉션이 세지면 사가는 사람이 있을 거다. 물론 우리 디자이너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C 한국에선 공항에서나 입어야 유명해지겠지.
A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E 근본적인 뿌리는 교육인 것 같다. 정말 유명한 사진작가들 중 헝가리 출신이 많다. 상업 사진이 아닌 사진의 모듈을 바꾼 사람들이 헝가리 출신이 많다는 거다. 왜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게 한다고 한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최고는 시다. 시가 나오고 소설이 나오고 나머지가 나오듯 으뜸은 시다. 교육을 통해서 이런 걸 바꿀 수 있지 않을까?  
D 이렇게 가면 우리는 생명력이 없다는 얘기인 것 같다.
E 솔직히 서울 패션 위크 바이어도 해외 에디터도 내가 잘하면 주목하긴 한다.
D 우연하게 파리 살롱쇼에 나갔는데, 처음 두 번 할 때까지는 암담했었다. 첫 살롱쇼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포함돼 쇼를 했다. 두 번째 살롱쇼를 하는데, 서울 패션 위크에 왔던 바이어가 내 살롱쇼를 봤다. 그리고 다음에도 한국 오고 싶다며, 초청 바이어 리스트에 자신을 추천해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서울로 왔고, 바잉도 조금씩 해갔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투자한 만큼은 아닐지라도 수익 창출을 떠나 조금씩 움직임이 느껴지긴 한다. 하비 니콜스 같은 경우는 홍콩에서 후발 주자라 브랜드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서울에서 많이 사가는 편이다.
A 단가가 낮다고 들었다.
E 어차피 우린 도매니까 상관없다.
D 우리 도매가가 솔직히 낮지 않다. 바이어가 내 옷을 사가며 말해줬다. 라프 시몬스의 기본 셔츠 가격과 같다고 말이다. 그래도 바잉을 하긴 하더라. 똑같은 바이어가 두 시즌 정도는 바잉해갔다. 이번 시즌에는 내 옷을 사가지 않았지만 다른 디자이너가 초청한 바이어가 내 옷을 사가더라. 그런 순환 고리가 생기고 있다. 그리고 파리 살롱쇼에 왔던 바이어가 서울 컬렉션에서 사겠다고 하더라. 살롱쇼엔 옷이 적으니까, 서울에서 보겠다고 말이다.
A 서울이 넘 늦다. 바이어들 돈이 다 떨어졌을 때 쇼를 한다.
E 우리가 잘하면, 서울 패션 위크를 위해서 예산을 남겨둘 것 같다.
C 하이프비스타란 웹사이트가 있다. 거기서 온 친구들을 데리고 므스크샵에 갔었다. 무수히 많은 정보를 듣는 그들이었지만, 므스크샵과 같은 곳이 한국에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 영어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E 맞다. 해외와 소통할 수 있는 건 웹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소홀히 하는 부분이다. 근데 웹을 하려면 그래픽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할 수 없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A 역시 돈의 문제겠지.
C 참 이런 문제도 있다. 내가 맥을 쓰는데, 플래시를 많이 쓰는 한국 웹페이지들은 맥에서 열면, 하나도 안 보인다. 서울 패션 위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보였다. 다 플래시니까. 근데 재밌는 건 파리 패션 위크는 맥에서도 다 보인다는 거다. 외국 디자이너들은 다 맥을 쓴다.
E 하도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번엔 서울 패션 위크 홈페이지를 맥에서도 제대로 볼 수 있다. 
C  현재 외국에서 웹 매체들의 힘이 정말 강해졌다. 외국 사람들이 최근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잡지들은 정교한, 그리고 에디팅해서 보여주는 일간지들이 못하는 것들을 잘해낸다. 잡지가 나서야 한다.
A 웹페이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포스터와 로고는 어땠나?
D  로고는 역대 최고였다. 지난 시즌 티켓은 ‘공무원’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정말 나아졌다.
C 이번에는 공모전처럼 상금도 건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쇼장 앞에 화환이 있는 건 뭔지 모르겠다.
B 되게 서울스럽다. 하하.
D 키치다. 외국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E  근데 세련된 건 누가 봐도 세련됐다. 말도 안 되는 짓을 해야 한다. 한옥에서 하거나 얘네들 뭐야란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옛 기무사 건물에서 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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