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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ay, Vodka!

“요즘 가장 `핫`한 술이 뭐야?” 주류 기사를 담당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보드카!`다.

UpdatedOn November 08, 2011



사실 그렇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의 술 문화는 ‘먹고 죽자’식의 오로지 취하기에 급급해왔다. 당연히 술맛 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저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고 ‘픽’ 쓰러져 잠들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다 술이 고급 문화로 정착하게 된 것은 지난 2007년경이었다. 와인 붐이 일어난 거다. 소 대신 술을 택한 여성 주류 인구의 급증 탓이었다. 맛집이라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여자들은 술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맛을 음미하기 위해 술을 사들이기 시작한 거다. 2007년 와인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주류 트렌드는 해를 거듭하며 막걸리 열풍과 싱글 몰트위스키 붐으로 이어져왔다. 그리고 2011년 현재, 올해에만 4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보드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살짝 의아할 게다. 솔직히 보드카는 맛이 없다. 오히려 쓰다. 보드카는 ‘3무(無)의 술’이라 일컬어지는데, 향이 없고, 맛이 없고, 색이 없단 뜻에서다. ‘엥? 그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쓰디쓴 보드카가 향과 맛이 없다고?’ 대체 보드카를 마셔보기는 한 거냐며 책을 집어던지려는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주자면 다음과 같다. 보드카에는 그 어떤 첨가물도 허락되지 않는다. 오직 곡류로 만든 알코올에 물을 섞어 만드는 술인 거다. 때문에 바닐라 향이 느껴지고 다크한 초콜릿 맛이 난다는 다른 주종과는 달리 보드카에서는 그저 알코올 향과 맛만 느껴진다. 무향과 무취란 물처럼 맛이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알코올 외에 다른 풍미가 전혀 없단 뜻에 서다.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보드카 열풍의 원인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알코올 원액에 가장 가까운 술이어서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섞어 마셔도 보드카는 특유의 깨끗함을 잃지 않으면서 첨가물이 자연스레 녹아든다.
이상스러울 만큼 우리나라에선 보드카를 여름 술로 여기지만, 사실 보드카야말로 요즘처럼 쌀쌀할 때 마셔야 제격이다. 태생 자체가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를 이기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입안에 ‘탁’ 털어 넣은 한 잔의 보드카는 목구멍을 타고 위장을 넘어 온몸을 후끈하게 덥혀준다. 거짓말 조금 보태 구스다운 패딩 점퍼가 울고 갈 정도다. 쌀쌀한 겨울의 문턱에서 당신에게 보드카를 ‘강추’하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왼쪽부터)

1. Absolut 스웨덴 : 보드카 하면 한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술. 국내 시장점유율이 무려 77%에 달한다니 그럴 만도 하다. 매년 출시되는 독특한 리미티드 에디션과 성대한 파티로 유독 젊은 층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특히 홍대를 중심으로 한 클럽 신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술이다. 겨울 밀만을 사용하는 터라 맛은 꽤나 부드러운 편. 100% 천연 향을 블렌딩한 시트론, 맨드린, 어피치, 페어, 라즈베리 등 다양한 플레이버를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2. Belvedere 폴란드 : 우선 우아하리만큼 아름다운 병 디자인에 주목하시길. 벨베디어 보드카는 폴란드 대통령 궁인 벨베디어 하우스에서 유래했는데, 레이블에 대통령 궁을 아로새겨 비주얼부터 남다른 자태를 뽐낸다. 두 번 혹은 세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치는 여느 보드카와 달리 네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드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깨끗한 맛이 특징. 심지어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단맛까지 느껴진다. 

3. Ciroc 프랑스 : 보드카계의 이단아다. 사실 보드카는 정해진 원료가 없다. 옥수수, 밀, 보리는 물론 심지어 감자로도 만든다. (국내에 수입되는 보드카는 밀을 원료로 사용한 것이 가장 많다.) 그러나 곡물이 아닌 과일로 만드는 보드카는 낯설기 그지없다. 시락은 포도를 원료로 사용한다. (허걱!) 심지어 그 유명한 코냑 지방의 청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드는데, 양조법은 화이트 와인과 같다. 플레이버 보드카도 아닌데, 은은하게 입안에 퍼져오는 포도의 풍미가 이채롭더라.  

4. Danzka 덴마크 :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달하는 보드카를 병째 냉동실에 얼리면? 놀랍게도 시럽 상태가 된다. 차가운 잔에 말캉한 보드카 시럽을 따라 부드러운 잔향을 느끼며 마시면 그야말로 죽인다. 알코올 냄새가 현저히 줄어드는 까닭이다. 이 음용법에 가장 적합한 보드카를 꼽으라면 단연코 단즈카다. 알루미늄 병을 사용하는 터라 보다 빠르게 시럽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 특히 크랜베리와 라즈베리를 함께 블렌딩한 크랜라즈는 꼭 한번 얼려 마셔보길 권한다.

5. Finlandia 핀란드 : 잘 알고 있다시피 핀란드의 여름은 하루 종일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다. 핀란디아 보드카는 여름 동안 태양 빛을 충분히 받은 대맥으로 만드는데, 밀로 만드는 보드카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복합적인 맛이 좀 더 섬세하다고나 할까. 핀란드인들은 그 특별한 맛을 ‘흰 영양의 젖’에 비유할 정도. 거기에 청정하기로 따지면 월드 스타급인 핀란드의 빙하수를 사용해 깨끗한 뒷맛까지 남는다. 


(왼쪽부터)

6. Grey Goose 프랑스 : 이건 반칙이다. 보드카는 알코올에 가장 가까운 술이다. 제아무리 무색, 무취, 무미의 순수함을 강조한 술이라지만, 베이스에는 반드시 쓰디쓴 알코올 맛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슈퍼 프리미엄급 보드카 그레이 구스의 맛은 부드럽다 못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순한 맛의 비결은 다섯 단계나 되는 증류 과정에 있다. 무려 40도짜리 보드카가 목 넘김이 죽인다면 그 특별한 맛이 대충 감이 올 거다.  

7. Ketel One 네덜란드 : 슈퍼 프리미엄 보드카, 케틀 원의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위스키나 와인 제조에 버금갈 만한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노렛 가문은 무려 10대째 이 보드카를 생산해오고 있는데, 전통 구리 증류기를 사용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게다가 증류액의 첫 번째와 마지막 1백 갤런은 그냥 버리는데, 알코올 향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깊은 풍미와 무게감마저 느껴지는 유일한 보드카로  매년 극소량만을 생산한다.

8. Pyat Ozer 러시아 : ‘시베리아의 추위를 녹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보드카뿐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겨울만 되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프랑스가 샴페인 지방의 스파클링 와인을 별개로 취급하듯, 러시아에서는 유독 추운 시베리아 지역의 보드카에 시베리안 보드카란 별칭을 붙여주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퍄트 오제르다. 입에 털어 넣는 순간 혹독한 추위도 한방에 날려줄 만큼 거칠고 짜릿한 맛이 특징이다.

9. Russian Ice 러시아 : 다른 유럽권 보드카에 비해 러시아 보드카는 유난히 거칠고 독하다. 보드카의 기원 자체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자 한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안 아이스는 꽤나 순수한 맛으로 무장했다. 러시아의 전통적인 제조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증류 과정에서 금과 은으로 필터링 작업을 한 번 더 거치는 까닭이다. 목 넘김은 꽤나 강하지만, 이윽고 전해지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뒷맛은 일품이다.

10. Silver Dragon 미국 : 자고로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미국산 보드카 실버 드래곤 앞에선 그 말이 무색해질 게다. 주로 칵테일 베이스에 쓰이는 실버 드래곤은 우선 가격이 참 착하다.
보드카 한 병의 가격이 채 1만원이 되지 않는다면 대충 감이 올 테지. 그런데 맛도 꽤나 수준급이다. 거칠게 목구멍을 타들어가는 보드카 특유의 강렬한 알싸함부터 드라이하게 끝맺는 마무리까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왼쪽부터)

11. Skyy  미국 :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이라면 코발트 블루빛의 스카이 보드카가 낯설지 않을 거다.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길 만큼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유독 미국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카이 보드카는 의외로 꽤나 강력한 알코올 향을 풍기는데, 특히 톡 쏘는 듯한 끝 맛은 스카이 보드카만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입에 머금고 살살 굴리면 실크만큼 부드러운 질감도 전해지더라. 

12. Stolichnaya 러시아 : 보드카 종주국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프리미엄 보드카가 바로 스톨리치나야다. 일단 입에 넣기만 하면 거칠고 쓴 특유의 맛이 식도를 자극한다. 그리고 위에 당도하는 순간, 위가 뜨끈해지며 그 희열은 최고조에 이른다. 가장 러시아 보드카다운 맛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스톨리치나야의 진정한 묘미는 입안에 남는 화려한 여운에 있다. 입천장까지 화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다음 잔을 불러온다.

13. Smirnoff  미국 : 모든 주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바로 스미노프 보드카다. 전 세계에서 1초에
10병씩 팔려 나간다면 대충 감이 올 터. 명실 공히 러시아 대표 보드카였지만, 스미노프 가(家)가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현재는 미국에서 생산되는데, 정통 제조 방식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 특히 스미노프 블랙은 3번의 증류 후, 다시 구리단식 증류기를 사용하여 숯으로 여과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때문에 가장 매끄러운 보드카라 여긴다.

14. Tigroff 러시아 : 과일을 블렌딩한 플레이버 보드카는 수도 없이 봐왔더랬다. 그런데 러시아산 티크로프 보드카에는 좀 ‘쌩뚱’맞은 추출물이 함유되었다. 비타민 B, 로열젤리, 오미자 등 의외의 추출물을 블렌딩해 건강까지 생각하고 나선 것이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보드카로 여겨지는데, 호랑이 발톱 자국이 깊게 새겨진 마초적인 병 디자인만큼 강렬한 맛을 선사한다.

15. UV 미국 : 의아할 거다. 맞다. 사실 보드카는 무색의 술이다. 과일이 함유된 플레이버 보드카 역시 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딱 한 제품, UV 보드카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UV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형형색색의 보드카를 선보이는데, 과일 추출물을 이용해 색을 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퀄리티로 미국에선 앱솔루트와 스미노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다음 달이면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단다.

16. 42 Below 뉴질랜드 :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뉴질랜드 출신이란 것만 봐도 이 보드카가 얼마나 깨끗한 맛을 자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본사가 위치한 뉴질랜드 윌링턴이 위도 42도에 위치해 있어 42 빌로우라 명명되었는데, 키위, 페이조아 등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만 자라는 과일들로 만든 플레이버로 특별함을 더했다. 오리지널 제품과 키위, 페이조아, 패션 프루트, 마누카 허니 등 총 5가지 제품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 보드카 마티니
재료  : 보드카, 마티니 베르무트, 그린 올리브
만드는 법
1 보드카와 마티니 베르무트를 4:1 비율로 잔에 따라 잘 저어준다.
2 그린 올리브를 핀에 끼워 장식한다.

** 시 브리즈 
재료  : 보드카, 크랜베리 주스, 자몽 주스, 체리, 레몬
만드는 법
1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운 후, 자몽 주스, 보드카, 크랜베리 주스를 각각 1:2:3의 비율로 섞는다.
2 레몬과 체리를 꽂아 장식한다

** 보드카 에스프레소
재료  : 보드카, 에스프레소 커피, 설탕
만드는 법
1 커피잔에 얼음을 넣고 보드카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1:3의 비율로 채운다.
2 시럽이나 설탕을 입맛에 맞춰 첨가한다.

** 모스크바 뮬
재료  : 보드카, 라임 주스, 진저에일
만드는 법
1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 후, 라임 주스와 보드카를 1:2의 비율로 넣는다.
2 취향에 따라 진저에일을 첨가한 후 레몬으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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