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수정
언젠가 임수정에게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의 스타일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놀라운 순발력으로 대답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한두 가지만 던져주신 후 달리 요구하지 않으시고, 허진호 감독님은 명확함을 주지 않으려고 하시고, 김지운 감독님은 대화를 통해 끌어내려고 하시죠.” 연약한 듯 보이지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며, 영민함과 감수성이 황금비율로 배합된 이 배우의 손에 메가폰을! 좋은 감독들과 작업하며 흡수한 창조적 에너지가 ‘임수정’이라는 보석을 통해 독특한 빛깔로 뿜어져나올 것이다.
2. 류승범
최민식은 류승범에 대해 “어떤 지식과 교육으로 다듬어진 게 아니라 본능 그대로 움직이는, 야성 그대로의 배우. 아주 날카롭고 섬세하고 번득이는 감성을 지닌 배우”라고 말했다. 여기에 몇 마디 덧붙이자면, 그에겐 어떤 영화에도 적재적소에 스며들 수 있는 유연성이 있고,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스타일이 있으며, 탄탄한 자기 세계가 있다. 영화감독이 궁극적으로는 어떤 ‘세계관’에 대해 작업하는 직업이라면, 류승범이야말로 적임자가 아닐까? 게다가 그의 형이자 멘토는 장르 영화에 정통한 류승완 감독이며, 형수는 제작자 강혜정이다!
3. 정진영
직접 쓴 시나리오로 감독 데뷔했을 때 가장 성공할 것 같은 배우? 많은 배우들이 이런저런 책을 내놓고 차인표처럼 소설을 쓰는 배우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정진영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엔 그가 국문학과 출신이라는 단순한 이유뿐만 아니라, 그의 만만치 않은 독서량과 인터뷰 때 느껴지는 자유로운 사색의 깊이도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그는 배우 이전에 독립 영화인이었으며, <초록 물고기>의 연출부였고, 시사 프로그램의 똑 부러진 진행자였다. 이준익 감독과의 오랜 파트너십도 그에게 한 표 던지게 하는 이유.
4. 조재현
이미 연극 무대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재현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영화 현장이나 각종 공식 석상에서 접하는 그의 독특한 유머와 융화력은, 감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인 ‘여유’를 느끼게 하며, ‘연극 열전’을 통해선 그의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기덕과 함께했던 5년이 헛되지 않았다면, 효율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현하는 영화 연출이 무엇인지 단단히 인식하고 있을 듯. 실제로 감독 데뷔를 한다면 어떤 작품을? 필모그래피의 오지랖을 볼 때, 가늠하기 힘들다.
5. 문소리
생각해보면 방은진과 문소리는 배우로서 꽤 비슷한 길을 걸었다. 경력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연극배우 출신이며, 한국 현대사를 담은 영화인 <태백산맥>과 <박하사탕>으로 각각 데뷔했고, 이른바 문제작에 서슴없이 이름을 올렸으며, 판에 박힌 ‘여배우용 외모’보다는 나름의 독특한 색깔로 승부한다. 무슨 ‘비틀스 코드’식의 억지 부리기는 아니지만, 방은진의 뒤를 이을 ‘감독이 될 여배우’ 후보에 문소리를 떠올리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 만약 데뷔한다면, 조감독으로는 장준환 감독의 든든한 외조?
6. 박종훈
충무로엔 쟁쟁한 남성 스타가 감독을 겸하는 전통이 있었다. 박노식이 그랬고 최무룡이 그랬으며 신성일이 그랬다. 현재 활동 중인 배우 중에 꼽는다면? 단연 박중훈이다. 1986년 데뷔했으니 어느덧 25년 차. 숱한 굴곡을 넘으며 꾸준히 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마흔 살이 넘어가니까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며 감독의 꿈을 이야기했는데, 트위터를 보니 9월 말 현재 용평에서 시나리오 작업 중. 그의 첫 연출작이 멀지 않은 듯한데…. 팬으로서 욕심 한 번 부리자면, <라디오 스타>의 속편이 보고 싶다
7. 정우성
“스무 살, 나는 꿈이 없었다”라고 독백하긴 하지만, 김성수 감독을 만났던 <비트> 현장은 그에게 영화에 대한 확고한 꿈을 심어주었다. 이후 그는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인 동시에, 카메라 뒤에서 연출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면서 정우성이 감독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도 인터뷰에서 그 소문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액션 멜로’가 될 거라고 구체화시키기도 했다. 몇 년 전에 조용히 자신의 영화사를 만든 정우성. 아직은 배우로서 더 바쁘지만, 그가 언젠가는 긴 소문에 종지부를 찍길 바란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