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이 좋아져서 요샌 더 잘 보이고 잘 들리잖아요.
대사와 대사 사이 호흡도 무척 잘 들려서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집에서는 편하게 입고 일할 때는 셔츠를 입는다고 했어요. 이번 촬영은 딱 일할 때 느낌이었겠네요.
일할 때 느낌이라기보다 편했어요. 벨루티는 가죽 옷이 많잖아요. 입다 보면 몸에 잘 맞게끔 에이징되기도 하죠. 평상시에도 그런 옷을 좋아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것 같잖아요. 이번 촬영은 셔츠도 입고 일이기도 했지만, 굉장히 여유로웠어요. 촬영 장소도 한옥이었고요. 날씨도 매우 화창해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벨루티의 글로벌 앰배서더가 됐어요. 이준호와 벨루티, 어떤 면이 닮았을까요?
이미지는 브랜드에서 알아봐주시는 거지만,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변함없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마침 창립 130주년인 벨루티는 긴 시간 정말 변함없이 전통을 유지해왔잖아요. 그 비결이 뭘까 생각하게 돼요. 변화를 익숙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저도 17년 차다 보니까 정체성을 어떻게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죠. 이런 면을 브랜드 쪽에서 좋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해요.
깔끔한데 너무 딱딱하지 않은 느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포인트네요. 예전부터 가수로 활동할 때나 연기할 때 제 색깔은 깔끔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춤이나 노래를 연습할 때 깔끔하게 하고 싶었고, 연기할 때도 그 배역에 딱 녹아들어가려고 노력했죠. 깔끔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이 벨루티와 통하네요.
이상적인 만남이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가죽을 되게 좋아해요. 평상시에도 가죽을 좋아해서 잘 맞는 브랜드를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벨루티 앰배서더가 되고 현지에서 벨루티 역사를 짚어볼 수 있는 곳을 가봤거든요. 실제로 발 사이즈나 몸 치수도 재보고요. 그 과정을 영상으로 찍었죠. 앰배서더가 된 후로 캠페인 영상을 잘 찍고 싶었는데, 해보고 싶은걸 이뤘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아레나>와 함께 휴양지에서 휴가 즐기는 콘셉트로 화보 촬영을 해보고 싶네요.(웃음)
이번 촬영에서 마음에 드는 컷은 뭐였나요?
한옥과 벨루티의 만남이잖아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잘 어우러졌어요. 찍은 사진 중에서 오렌지색 착장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너무 갖춰 입은 느낌은 아니면서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편안하고요.
얼마 전에 다녀온 브라질 팬 콘서트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외국이야 많이 가봤을 테지만 남미 팬 콘서트는 감흥이 남달랐을 듯해요.
좋았어요. 30시간 걸려서 가는 곳이기에 사실 기대할 수밖에 없죠. 결국 그곳에서 절 찾아주는 사람이 있기때문에 갈 수 있는 거잖아요. 한 번도 안 가본 나라를 가는 건 도전이어서 설레죠. 도착했을 때 반겨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팬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마쳤죠. 12시간이나 차이 나는 곳에서도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계시는구나 하며 설렜어요. 기회가 잘 맞아 떨어져서 브라질 토크쇼에도 출연해 짧고 굵게 그 나라를 체험하고 왔죠. 기회와 시간만 된다면 또 가고 싶은 나라예요.
딱 꽂힌 부분이 있었나 보네요.
다른 무엇보다 그냥 저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 무척 좋았어요.
먼 곳이었는데 많으면 더 감동적이죠.
기대 이상으로 많이 사랑받았죠. 반응도 열정적이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도 제가 먼 곳에서 시간 들여서 왔음을 이미 알고 있기에 뭔가 할 때마다 굉장히 크게 반응해줬죠. 어떤 동작이나 말을 하든지 큰 사랑으로 보답해주니, 그 에너지를 받아서 더 큰 제스처와 에너지로 콘서트를 하게 되는 상호보완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았죠.
이런 경험은 이후 활동할 때 큰 힘이 되겠네요.
엄청 큰 힘이 되죠. 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곳이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운 일이죠.
브라질에서 드라마 <킹더랜드>가 인기를 끌어서 팬 콘서트까지 이어졌어요. 지구 반대편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 끄는 시대에 배우로 살아가는 기분은 어떤가요?
팬분들한테 물어봤어요. 날 언제부터 아셨냐고요. 신기하게도 절반이었어요. 반은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아셨고, 또 반은 배우로 활동하며 찍은 <킹더랜드> <기름진 멜로> <그냥 사랑하는 사이> 같은 작품을 보고 팬이 되신 분들이더라고요. 가수와 배우의 팬덤 비율이 균형을 이뤄요. 시대가 좋아져서 한국 드라마들이 해외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지만, 어찌 보면 예전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선배들의 덕이 컸죠. 지금도 많은 아티스트가 열심히 활약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또 요새는 언어의 장벽이 없는 시대잖아요. 기술이 발전한 매체의 덕도 있죠.
하나의 작품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환경이 작품을 선택할 때 더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하나요?
대중 입장에선 접근성이 높아져 선택지가 많아졌잖아요. 그런데 이 선택은 정말 시청자분들의 몫이기에 어떤 작품이 잘될 것이라고 절대 판단할 수가 없어요. 환경이 좋아져서 기대하는 점도 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죠. 머리 쓴다고 가능한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작품을 한다고 마음먹으면 무조건 난 이 배역으로 살아야 해, 이 배역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와닿지 않을 거야, 이런 마음으로 임하죠. 그래야 에너지가 대중에게 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역시 본질이 제일 중요하죠.
늘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이 좋아져서 요샌 더 잘 보이고 잘 들리잖아요. 대사와 대사 사이 호흡도 무척 잘 들려서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어요. 기술이 발전해 다들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대충이라는 건 절대 없죠. 진심으로 장면 하나, 대사 하나 그 인물로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심에 진심이네요. 말하면서 부끄럽긴 하지만, 스스로 계속 말해야 실제로 100%는 아니더라도 90% 정도 해낼 수 있죠.
어느 정도 해내고 인기를 얻으면 관성으로 계속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 흐름에 개의치 않고 계속 다잡으려고 하네요.
인기는 물의 흐름 같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하게 사랑받으면 받을수록 물결처럼 흐르지만, 그 물이 항상 제가 있는 곳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죠. 그걸 잘 알기에 배우 이준호로서, 가수 이준호로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려고 해요.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나와 접점이 있다면 그게 또 나를 물결에 태워주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죠. 그런 마음으로 해나가죠.
영화 <스물>에서 연기한 모습을 아직도 기억해요. 가수는 물론, 연기까지 배역에 착 붙게 잘하니 이 사람은 뭐든 시키면 다 잘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죠.
<감시자들>로 처음 배우로 데뷔하고 <협녀, 칼의 기억> <스물> 연속해서 영화를 세 편 찍었어요. 뭐든 그렇게 착 붙게 잘하려고 준비해요. 그래야만 하죠. 나를 속일 수 없으니 내가 떳떳하게 잘하면 잘 전해지지 않을까 하면서 항상 엄격하게 준비해요. 작품 할 때는 계속 그 캐릭터만 생각하죠. 관심사가 그것밖에 없어요. 진짜 배역의 삶으로만 살려고 노력하죠.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인물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요령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온오프가 쉽게 되는 성격이 아니어서 평상시에도 그 인물처럼 지내려는 마음이 커요. 그래서 가수 활동이랑 배우 활동이 겹칠 땐 양쪽 다 힘들죠. 그 중간 지점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해요. 무엇보다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요.
일정이 많아서 휘몰아칠 때 자신을 다잡는 비결이 있나요?
이동할 때 차 안에서 무조건 자요. 무조건 자야 해요.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하려면 잠잘 시간도 부족하거든요. 둘 다 해내려면 어쩔 수 없음을 알기에 이동할 때 최대한 자려고 하죠. 차량 내 암막 커튼을 치고, 시트도 잘 젖혀지도록 해서 목베개 끼고 자요. 요샌 머리만 대면 자는 상황이죠.
드라마 <캐셔로>와 <태풍상사>가 올해 연이어 공개돼요. 두 드라마에선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나요?
<태풍상사>는 현재 제 모든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짜 편안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캐셔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히어로물이다 보니 설정이 굉장히 신기해요. 가진 현금만큼 초능력을 쓰는 능력자가 주인공이어서, 어떻게 보면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죠. 그런 점에서 <태풍상사>는 제 현재 모습을 볼 수 있고, <캐서로>는 현실 히어로물로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죠.
“노래는 만들고 부르면 바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반면 배우는 그 인물이 돼 주어진 상황에서 움직이고, 같이 만들어가는 배우분들과
시너지가 있어야 해요. 진짜 방식이 다르죠.”
작곡이나 연기 모두 표현하는 일이지만 각각 성향과 감수성이 달라서 표현하는 면도 달라지나요?
아무래도 배우는 주어진 이야기가 있으니 그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하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캐릭터를 연기하느냐가 중요하죠. 가수로서, 작곡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내가 상상하는 혹은 지금 당장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노래는 만들고 부르면 바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반면 배우는 그 인물이 돼 주어진 상황에서 움직이고, 같이 만들어가는 배우분들과 시너지가 있어야 해요. 진짜 방식이 다르죠.
가수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니 카타르시스가 더 크겠네요.
카타르시스의 성질이 달라요. 크기로 치면 비슷하거든요. 노래는 만들어서 혼자 들어도 되고 만드는 것 자체가 재밌죠. 반면 연기는 다 만들어서 나중에 결과물이 나오면 뒤늦게 확인해 원하는 대로 잘 표현했는지 볼 수 있어요. 연기는 나중에 카타르시스가 오죠. 그런데 촬영할 때와 공개될 때 보는 저는 또 다른 모습이잖아요. 지금이라면 이렇게 표현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생겨요. 분명히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거든요. 과거의 연기를 보면서 또 생각하게 되죠.
자신한테 너무 엄격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넌 진짜 스스로를 되게 괴롭힌다고. 전 이렇게 절 몰아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완벽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했죠. 지금도 물론 그렇긴 한데, 요즘은 생각을 조금 바꾸려고 해요. 너무 완벽하려고 하면 완벽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요. 자연스러움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자연스러울 수 있음을 깨달은 지 얼마 안 돼요. 좀 더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요새는 표현 방식을 바꿔보려고 노력해요. 너무 집중해서 하나만 보지 않도록. 기본적으로 삶 속에서 얻은 게 많으면 표현 방식이 또 달라지지 않을까 하면서요.
완벽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는 게 중요하죠.
제가 그동안 엄격한 인물들을 많이 맡았어요. 사고를 겪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할 땐 막 햇빛도 차단하고 5개월을 살았죠. 그렇게 노력해야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아요. <옷소매 붉은 끝동>에선 실존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 인물에 대한 기록이 있잖아요. 그 기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저 나름대로 표현해야 하니 혹독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죠.
특히 연기할 때 놓치거나 아쉬운 부분을 만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네요.
아쉬워하는 마음 자체가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아쉽지 않고 싶은데 그렇게 열심히 해도 아쉬운 건 아쉽더라고요. 웃긴 건 저만 아쉽게 느끼는 부분이다 보니 남이 몰라도 전 알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저만 아쉬운 부분이라는 건 저만의 해석이잖아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는 거죠. 연기는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니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쌓으며 심적으로 성장한 셈이네요.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는 거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멋진 남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요즘 드는 생각은 유연한 사람.(웃음) 유연함이 여유로움도 만들고, 그런 면이 강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유연해지려고 노력하죠.
요새 화두가 유연함이네요.
맞아요. 어떻게 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뾰족하고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할 수 있을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죠.
꼭 유연함에 도달하길 바라겠습니다.
그래야죠.(웃음)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