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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또 다른 도전

1마일을 4분 만에 들어올 사람 누구?

올해 6월, 페이스 키피에곤이 여성 최초로 1마일(1.6km)을 4분 안에 완주를 하는 도전에 나선다.

UpdatedOn April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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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갈 때면 운동복과 러닝화를 챙긴다. 장거리 비행에 몸이 찌뿌둥하고, 시차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는 밤늦게 식사를 하다 보니 소화가 잘 안될 때 운동하기 위해서다. 헬스장이 없는 호텔도 많고, 시내 구경과 주변 길을 익힐 때 러닝만 한 게 없기도 하고. 그런데 한 번은 짐이 많아 러닝화를 놓고 간 적이 있다. ‘러닝화 가져올걸’ 바로 후회했다. 그날의 날씨는 뛰지 않고는 둘러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고무 밑창이 판판한, 흔히 스니커즈라 부르는 형태의 운동화를 신고 달렸다. 2km 정도 달렸을까. 발바닥과 발목에 저릿한 느낌이 왔다. 보통 5~10km 뛰지만 이날은 3km가 조금 지나고 멈춰야 했다. 호텔까지 돌아가려면 다시 3km를 달려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금만 뛰어도 발에 통증이 왔고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는 해외를 갈 때마다 다른 짐을 줄여서라도 러닝화를 기어코 챙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배운 점은 ‘이제 러닝화 없이는 뛰지 못하겠구나’, 스포츠 브랜드가 기술을 집약해 만든 이 신발에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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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포츠 브랜드와 러닝화가 달리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이미 한 사례로 알고 있다. 바로 2017년 나이키와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이하 킵초게)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안에 완주하는 ‘브레이킹 2’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다. 나이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날씨를 예측하는 것을 비롯해 함께 달리는 페이서와의 전략, 운동복, 러닝화 등 물리적인 지원뿐 아니라, 선수의 정신적, 심리적인 부분까지 준비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후 ‘이네오스 1:59 챌린지’를 통해 킵초게는 2시간의 벽을 깼다. 프로젝트의 주최가 어떻든, 결국 그가 2시간의 벽을 넘은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가 신은 러닝화에 관심이 쏠렸다. ‘무엇 덕분에 킵초게가 2시간대의 벽을 깰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물리적, 그중에서도 러닝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거란 이유에서다. 프로가 아닌 이상 러닝화만으로 기록이 비약적으로 단축되지 않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가 신었던 신발 ‘나이키 줌X 베이퍼플라이(ZoomX Vaporfly) 시리즈’에 관심을 보였고, 몇 번의 품절을 기록하며 러너들 모두가 킵초게를 꿈꿨다. 당시 마라톤 대회에 나갔던 기억이 있는데, 다들 어디서 구했는지 20, 30대는 대부분 나이키 줌X 베이퍼플라이 시리즈를 신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브레이킹 2’는 전 세계 러너들의 심장과 다리를 다시금 뛰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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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넘을 벽이 있을까. ‘브레이킹 2’ 이상의 기록을 깨기 어려워 보여 모두가 인간의 한계에 순응하던 찰나, 나이키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엔 ‘브레이킹 4’. ‘브레이킹 2’가 42.195km로 남성 풀코스 마라톤의 벽을 넘었다면, 이번엔 여성 육상 선수와 함께 1마일, 약 1.6km를 4분대 이내로 돌파하는 ‘브레이킹 4’에 도전한다. 인류 육상계는 또 한 번 역사를 쓸 준비가 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주인공은 대중에겐 생소할 수 있는 선수 ‘페이스 키피에곤(이하 페이스)’이다. 페이스는 중거리 달리기에서 이미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지닌 선수다. 남녀 선수 통틀어 올림픽 1500m 종목에서 3회 연속 금메달(2016, 2020, 2024년)을 획득한 최초의 선수이자, 1500m(2024년 7월 7일 파리에서 3:49:04)와 1마일(2023년 7월 21일 모나코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4:07.64)에서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선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뛰어넘을 기록이 ‘자신’ 밖에 없는 페이스이기에, 이번 나이키와 함께하는 ‘브레이킹 4’가 더욱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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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1마일, 4분의 장벽을 깬 건 1954년 로저 배니스터가 처음이다. 그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4분의 벽을 돌파했지만 아쉽게도 여자 선수가 4분 이내의 기록을 깬 적은 없었다. 나이키에서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여성이 1마일 4분의 벽을 깨는 건 2030년 늦으면 2065년에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소 암울한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89년 파울라 이반이 세운 기록부터 2023년 페이 스 선수가 세운 현재 신기록까지 3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기록은 단 8초 밖에 단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의 기록에서 ‘브레이킹 4’을 이루려면 34년을 기다려야 했던 7.65초 이상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킵초게 때와 마찬가지로 전방위적인 지원을 헌신적으로 쏟을 계획이다. 나이키는 페이스와 함께 공기역학부터 생리학, 정신과학에 이르기까지 달리기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와 전문가와 함께 팀을 꾸려 다시 한번의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나이키와 페이스의 ‘브레이킹 4’는 6월 26일 파리 샤를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곳은 공교롭게도 페이스가 1,500m 세계 신기록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과연 이곳에서 또 한 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브레이킹 뉴스’가 터져 나올까. 혹여 이번에 성공하지 못한다 한들 상관없다. ‘브레이킹 2’도 그래하였듯 러너들의 관심은 결과가 아닌 나이키와 페이스 도전에 있으니까. 모두가 안일해져서 깨야 한다고 생각지 못했던 벽의 존재를 깨닫게 하고, 이를 넘는 과정에서 충분한 도파민이 나올 게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한 번 보란 듯이 도전해 더 극적으로 성공 시킬 수도 있는 이야기다. 이 도전의 요점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는 것. 나이키가 러너들에게 주는 메시지와 브랜드의 열정이 러너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하고 있는지다. 그러니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을 페이스 선수에게 전달될 전 세계 러너들의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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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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