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에게 햄프턴은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이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 말, 하얀 울타리와 구불구불한 수풀이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그에게 마음의 고향이자 피난처, 영감의 배경이었다. 지난 2024년 랄프 로렌은 2025 봄 컬렉션 쇼를 위해 브리지햄프턴의 말 목장으로 게스트를 초대했다. 광활한 바다와 하늘이 선사하는 블루와 화이트의 호젓한 스펙트럼, 아메리칸 클래식의 격조 높은 낭만이 깃든 랄프 로렌의 기념비적인 스타일을 총망라한 쇼가 펼쳐졌다. 랄프 로렌은 타임리스한 컬렉션에 다시 한번 게스트를 초대했다. 장소는 드넓은 초원도, 한적한 바다 마을도 아닌 중국 상하이. 랄프 로렌은 첨단과 헤리티지가 역동하는 상하이에서 아시아 최초로 2025 스프링 리씨 패션 익스페리언스를 선보였다. 햄프턴의 패션쇼 공간에서 영감받아 다분히 미국적인 분위기로 꾸민 상하이의 로조 아트 스페이스에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화이트 치노 팬츠 차림의 남자들, 샴페인 컬러 드레스를 입은 여자 게스트들이 줄지어 입장했다. 뉘엿뉘엿 넘어가던 해가 저물자 쇼가 시작됐다. 랄프 로렌 컬렉션, 랄프 로렌 퍼플 라벨, 폴로 랄프 로렌, 칠드런 컬렉션까지 그야말로 월드 오브 랄프 로렌을 한데 선보이는 자리로, 현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쇼핑 방식을 도입해 경험의 폭을 확장시켰다.

쇼의 시작은 짭짤한 바닷바람이 부는 햄프턴의 정취를 연상시키는 랄프 로렌 컬렉션으로 열었다. 부서지는 파도에 밀려드는 거품과 모래의 은은한 색조를 수트와 셔츠 드레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이브닝드레스에 그대로 옮겨왔고, 페이즐리와 물결무늬, 잔잔하게 반짝이는 글리터와 비즈 장식이 바람에 나부끼듯 빛났다. 빈티지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영감받은 더 랄프 백이 등장했고 리넨, 크로셰, 레이스, 실크의 여린 소재에 스웨이드 태슬 재킷, 웨스턴 버클 벨트를 조합하는 식의 거침없는 믹스 매치는 여전히 정교하고 능숙했다. 랄프 로렌 컬렉션이 아메리칸 헤리티지와 웨스턴 스타일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면,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은 아메리칸 드림의 정수를 드러냈다.
스트라이프 테일러링 수트, 연미복에 매치한 가운 로브, 피크트칼라 테일러드 재킷은 럭셔리한 선상 파티를 떠올리게 했다. 크리켓 스웨터와 보스턴백, 피셔맨 샌들로 구성된 여유로운 리조트 룩도 등장했다. 경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 폴로 랄프 로렌의 룩들은 크고 작은 폴로 플레이 백이 자주 짝을 이뤘다. 케이블 폴로셔츠와 라이딩 부츠부터 데님 패치워크 오버올을 클래식하게 소화한 어린이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하자 게스트는 즐거운 활기로 동요했다.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폴로 칠드런에게 절로 웃으며 인사할 수밖에. 방금 햄프턴 해변에서 웨딩 마치를 울린 듯한 볼캡 턱시도 보이와 피케 드레스를 입은 커플을 피날레로 막을 내렸다. 햄프턴에서 시작된 랄프 로렌 스토리가 상하이의 밤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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