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더 맥퀸의 2025 A/W 컬렉션은 19세기 초반을 풍미했던 댄디즘(dandyism)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스타일을 넘어 하나의 철학적 선언으로 승화시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Sean McGirr)는 댄디즘을 단순한 패션 스타일이 아닌, 개인의 태도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유희적이면서도 도발적인 표현 방식으로 바라본 것. 이는 단순한 옷을 넘어,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강렬한 미학적 제스처였다.




션 맥기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예술가에서 영감받아 이번 컬렉션을 완성시켰다.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유미주의에서 비롯된 해바라기 디테일, 그 시대에서 정의한 여성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무대와 캔버스 위에 표현한 퍼포머 베스타 틸리(Vesta Tilley)와 로메인 브룩스(Romaine Brooks)의 정신이 깃든 두 젠더가 병합된 태도가 디자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빅토리아 고딕 양식이 스며든 쇼장은 우리를 런던의 밤으로 이끌었고, 그 안에서 션 맥기르의 반항적인 감성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풍에서 착안된 좁은 어깨 실루엣은 더욱 날렵하게 솟았고, 어둠 속에서도 강렬하게 빛나는 크리스털 마스크는 도발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하이테크 기능성 원단과 섬세하게 세공된 주얼 장식이 충돌하면서도 유기적인 균형을 이루는 것이 그의 퇴폐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미적 기준을 세공했다.
이로써 알렉산더 맥퀸이 던진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졌다. 고대 세계의 문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 이 말은 여전히 울림을 주지만, 션 맥기르의 시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너 자신이 되어라.’ 이번 쇼는 마치 살아 숨쉬는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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