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장인들의 공방을 뜻하는 보테가(Bottega)와 베네토 지역 중심부 베네치아의 풍부한 문화를 기반한다는 의미의 베네타(Veneta)가 만나 지어진 이름, 보테가 베네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보테가 베네타는 섬세함과 장인 정신,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모든 것을 지지해왔다. 이번에 보테가 베네타가 리움미술관과의 두 번째 협업으로 선보인 전시 《리미널 (Liminal)》은 프랑스 출신 현대 미술의 거장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국내 첫 번째 전시다.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작품들을 고안했을 때, 독창적인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온 과정이 엿보인다. 생명체와 인공 지능, 자연 환경,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생태계적 고민을 여러 매개체를 통해 폭넓게 탐구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적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인 《리미널 (Liminal)》 또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영역을 조명한다.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2월 27일(목)부터 7월 6일(일)까지 진행하는 이 전시는 피에르 위그의 신작 <리미널>(2024-진행), <카마타>(2024-진행), <이디엄> (2024-진행)부터 대표작 <휴먼 마스크>(2014), <오프스프링>(2018), 수족관 시리즈, 인간과 기계의 협업으로 생성되는 <U 움벨트-안리>(2016-진행), <암세포 변환기>까지 총 12점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한다. 이 작품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전환해 관람객들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사유를 던진다. 피에르 위그는 자신의 작품을 완결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존재로 여기며, 작품이 스스로 환경에 반응하고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관람객을 비롯한 다양한 개체들의 개입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형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와도 같은 형태이다.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다” -피에르 위그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한 것,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상상하고 시각화할 수 있을까?’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라는 피에르 위그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이러한 탐구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가시화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했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이러한 낯선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와는 또 다른 현실을 자유롭게 상상하면 된다.
특히 그의 대표작 <리미널>에서는 얼굴의 중앙이 마치 뚫린 듯한 검은 형상이 등장하는데, 이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센서가 포착한 환경 조건과 인공 신경 조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전시 공간에 설치된 센서가 외부 데이터를 학습하고 기억을 축적하며,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다. 또한, 황금색 마스크를 운반하는 인간들의 언어 <이디엄>은 인간의 발성과 신경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미지의 목소리로 변모하여 흘러 나온다.
한편 2월 25일(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배우 주지훈, 손예진, 김다미, 로운이 프리뷰 행사에서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피에르 위그의 독창적인 예술을 먼저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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