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르 워치를 시작으로 워치 카테고리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한 루이 비통. 일체형 브레이슬릿의 스포츠 워치인 땅부르의 성공적인 리뉴얼을 시작으로 드레스 워치인 에스칼 그리고 올해 LVMH 워치위크 2025에서 공개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땅부르 컨버전스와 브랜드의 개성 넘치는 아카이브 모델을 계승한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까지. 워치 컬렉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강력한 굳히기에 들어갔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과감하고 아낌없는 투자 덕에 이대로라면 루이 비통에서 시계가 먼저 떠오르는 날도 머지않아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땅부르 컨버전스 (Tambour Convergence)
컨버전스는 여러 가지 성능을 하나로 엮는 융합의 뜻을 지닌다. 주로 디지털, IT 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인데 새로운 모델에 이러한 이름을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브먼트 디자인은 라 파브리끄 뒤 떵, 케이스 제작은 라 파브리끄 데 보아티에 그리고 장식과 공예를 담당하는 라 파브리끄 데 아르까지, 땅부르 컨버전스는 제네바에 위치한 루이 비통 워치 아틀리에가 유기적으로 작업해 탄생한 결과물이기 때문. 비범한 이름답게 이 모델은 외관부터 상당히 비밀스럽다.
시침, 분침이 아닌 작은 창을 통해 디스크로 시간을 읽는 디자인은 1920~1930년대 등장한 몽트르 아 기셰(Montres Guichet)에서 시작됐다. 아르데코 디자인이 성행하던 당시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곗바늘 대신, 작은 창 기셰(Guichet)를 통해 두 개의 디스크로 시간을 표시하는 디지털 방식에서 착안했다. 12시 방향에는 우아한 곡선 창을 내어 시간과 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니에르에 위치한 루이 비통 가문의 저택 내부 디자인 모티브를 적용했다. 몽트르 아 기셰는 사실 과거 다른 브랜드에서도 선보인 방식이다. 그러나 땅부르 컨버전스는 점핑 아워 형태로 시를 표시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같은 축을 공유하는 두 개의 회전 디스크가 작은 창 위 마름모꼴 마커를 지나면서 서서히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드래깅 인디케이션’ 방법을 적용했다. 디스크는 황동 소재로 제작했는데, 두 디스크를 서서히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케이스를 분해해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디스크 안쪽을 오픈워크 처리해 무게를 줄이고 동력 소모를 최소화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동력 효율을 높인 건 루이 비통 워치가 새롭게 개발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LFT MA01.01 덕이 크다. 효율적인 와인딩을 위해 핑크 골드 로터를 장착했으며 4Hz(2만8800vph)의 흐름으로 시간과 분을 나타낸다. 파워 리저브는 45시간으로 현대에는 다소 짧게 느낄 수 있지만, 주말 동안은 버틸 만하다.
무브먼트는 케이스백을 통해서 볼 수 있는데, 루이 비통 워치 메이킹이 고급 시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마쳤다는 기세가 느껴질 정도다. 무브먼트의 각 브리지와 플레이트는 샌드블라스트와 앙글라주가 조합돼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게다가 땅부르의 마이크로 로터 디자인 연장선에 있는 듯한 핑크 골드 로터 역시 마감에 꽤 공들인 티가 난다. 무트먼트를 품고 있는 케이스는 우아함 그 자체다. 땅부르 개성에 맞춰 케이스는 케이스백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북 형태를 이루며, 다이얼 자리를 대신하는 금속 케이스는 매끈한 유광 폴리싱으로 마무리해 거울로 삼아도 될 정도다. 골드를 넓은 면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고급 시계기에 가능한 점이 아닐까 싶다. 다이얼 위치에 자리한 케이스와 베젤 그리고 케이스 옆면을 나누는 경계에는 유무광 폴리싱으로 차이를 두고, 케이스 옆면엔 새틴 피니시, 러그에는 유광 폴리싱을 적재적소에 섞었다. 게다가 시계 옆면을 보면 입체적인 러그 안쪽에 샌드블라스트 마감을 더했다. 시계 옆면만 하더라도 유광, 샌드블라스트, 새틴 피니시 등 다양한 마감 기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셈이다.
루이 비통 땅부르 컨버전스는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다. 캐멀색 송아지 가죽을 매치한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블루 송아지 가죽을 매치한 플래티넘 케이스 버전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플래티넘 케이스 버전은 케이스 전면에 크기가 다른 795개 약 1.7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했다. 두 모델 모두 케이스 지름은 37mm며 두께는 8mm다. 두께도 충분히 얇은 편에 속해 남다른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를 찾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플래티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땅부르 컨버전스.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Tambour Taiko Spin Time)
루이 비통 워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가 땅부르 스핀 타임이 아닐까. 어느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디자인, 멀리서 봐도 루이 비통 워치임을 알 수 있는 개성적인 시간 표현 방식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하나의 표식이다. 2007년에 탄생한 이 메커니즘은 라 파브리끄 뒤 떵이 루이비통을 위해 개발한 첫 번째 무브먼트이기도 하다. 점핑 큐브 디스플레이는 라 파브리끄 뒤 떵의 창립자 미셸 나바스와 엔리코 바르바시니가 개발한 방식인데, 유럽의 공항과 기차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버헤드 플랩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메종의 아카이브를 하나둘 계승하는 루이 비통이 이토록 상징적인 모델을 가만둘 리 없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스핀 타임 시리즈를 통합해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이라는 이름 아래 6개의 라인업을 새롭게 갖췄다.
일본어로 북을 뜻하는 수식어 타이코가 붙은 이 시계의 외관은 기존 땅부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모델 6개의 모든 케이스는 화이트 골드로 완성했고, 케이스백에 스크루 방식으로 케이스를 고정한 점이 눈에 띈다. 다이얼로 넘어가면 루이 비통 워치가 구축하고자 하는 정체성 혹은 디자인 언어를 순응하게 된다. 2023년에 선보인 땅부르의 다이얼 요소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디자인의 미닛 핸즈를 비롯해 바, 아라비아 숫자가 교차된 인덱스를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개선한 큐브 디자인이다. 기존 직선적인 형태의 큐브는 부드러운 곡선이 추가돼 한결 고급스럽고 입체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6개의 모델 모두 돌핀 그레이라 칭하는 블루와 베이지 컬러로 조합해 차분하고 우아한 인상까지 준다. 6개 모델 중 4개는 45시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LFT ST13.01을 탑재해 오직 시·분만 나타내는 타임온리 모델이다. 그 안에서 2개는 솔리드백을 갖춘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이다. 케이스 지름은 39.5mm, 두께는 12.15mm로 100m 방수가 가능하며, 2개의 모델은 기존 화이트 골드 케이스 모델과 베젤과 러그에 68개, 3.39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으로 나뉜다. 나머지 2개는 땅부르 타이코스핀 타임 에어다. 두 모델은 큐브 인덱스 부분에 다이얼 플레이트가 없고, 글라스백을 갖춰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준다. 두 모델은 동일하게 케이스 지름 42.5mm에 두께는 12.45mm, 방수는 50m가 가능해 앞서 소개한 타이코 스핀 타임과 명백한 차이를 두는 반면, 타이코 스핀 타임 에어 안에서는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909개, 2.92캐럿을 베젤과 러그 그리고 큐브 인덱스에 세팅해 디자인 변주를 둔 모델로 나뉜다. 또 하나의 모델은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플라잉 투르비용이다. 다이얼 중앙에 무브먼트가 집중된 타이코 스핀 타임 구조를 영민하게 활용한 센터 투르비용 모델. 수작업으로 마감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투르비용 케이지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노그램 플라워 모양으로 제작했으며 1분에 1회전 해 분침을 대신한다. 무브먼트는 45시간 파워 리저브의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LFT ST05.01을 탑재했다. 6가지 라인업 중 마지막 모델인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안티포드는 12개의 큐브를 적극 활용한 월드 타임 시계다. 큐브 하나에는 12시간의 대척점에 있는 2개의 도시명 그리고 두 도시의 밤낮을 나타내는 색 차이를 두고 위아래로 각인했다. 아침과 저녁 7시를 기준으로 시간이 바뀌면 큐브는 1회 회전하는데, 이때 큐브가 회전하며 두 도시의 색이 뒤바뀐 면이 등장해 낮밤이 바뀌었음을 표현한다. 거기에 다른 모델에서는 볼 수 없는 노란색 핸즈가 하나 추가돼 있는데, 이는 홈 타임으로 현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전력을 갖춘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다소 복잡했던 기존 디자인은 컬러를 통일해 한결 가다듬고, 인상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큐브 디테일을 곡선으로 세밀하게 조각해 새로운 인상을 부여했다. 게다가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실용적이고 반가운 부분은 기존에 앞으로만 시간 변경이 가능했던 구조상의 한계를 해결했다는 점. 시간이 바뀔 때 무브먼트에 손상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앞뒤로 조정할 수 있도록 몰타 십자가 모양의 기어를 추가해 이를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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