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자키 12년
일단 사라. 면세점에서 야마자키 12년을 발견하면 듣는 말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높아 손에 넣기 힘든 까닭이다. 가격 또한 수직 상승. 일본 위스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위스키 종주국인 영국에서 극찬하자 관심이 증폭했다. 팬데믹기 간 위스키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 야마자키 12년은 더욱 몸값을 올렸다. 생산량을 늘렸다는데 숙성 기간 때문에 한동안 이런 상황은 이어질 테다. 특별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해도 야마자키 12년의 인기에 운만 작용한 건 아니다. 그만큼 내공을 쌓아온 결과다. 여느 싱글 몰트위스키와 다르게 개성보다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는 것도 주효했다. 상큼한 과실에서 출발해 코코넛을 지나 달콤한 생강까지, 스치는 향과 맛이 부드럽고 다채롭다. 달라서 관심 끌고, 완성도로 화답한다. 이유 없는 현상 없다.
기원 호랑이
기원 호랑이는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만든 한국 위스키다. 어느새 한국에서도 위스키를 만든다. 왜 안 나오는가 했는데 누군가는 이미 만들고 있었다. 기원 호랑이는 기원의 시그너처 라인 3종 중 하나다. 한국 위스키 애호가가 좋아하는 셰리 캐스크로 숙성했다. 다른 두 종의 이름은 독수리와 유니콘. 독수리는 버번 캐스크로 숙성하고, 유니콘은 피트 풍미를 더했다. 한국이라서 호랑이, 대표의 고향이 미국이라 독수리, 마스터 디스틸러의 고향이 스코틀랜드라서 유니콘을 내세웠다. 후발 주자로서 도전하는 만큼 눈에 띄는 명명법이다. 기원 호랑이는 셰리 계열 위스키의 특징을 품었다. 향긋한 과실이 우선 반기고 건포도의 달콤함이 머물다가 오크의 매운맛이 여운을 남긴다. 숙성 기간이 길지 않아 보디의 묵직한 질감은 적지만 화사하고 부드럽다. 독수리와 유니콘도 궁금해지는 맛이다.
발렌타인 30년
발렌타인 30년은 대표성을 띤다. 고급 위스키 하면? 발렌타인 30년. 어른에게 선물하기 좋은 위스키라면? 발렌타인 30년. 한국인이 첫손에 꼽는 블렌디드 위스키는? 역시 발렌타인 30년. 다양한 질문에 공통적인 답으로 다가온다. 이런 대표성은 어느 한순간에 획득할 수 없다. 긴 시간 높은 가치를 유지했기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의 보편적 취향을 건드린 결과다. 발렌타인 30년을 경험한사 람마다 입 모아 감탄한다. 향이 뛰어나며 우아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고. 30년은 시간을 더해 만들어내는 위스키의 풍미를 거의 끝까지 밀어붙인 숙성 연수다. 품질을 유지하며 시간을 담아낸 노력이 깃들었다. 특별하고 희소한 가치도 있다. 그렇게 완성된 발렌타인 30년은 하나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오랫동안 보유하다 특별한 날 개봉해 마실 위스키로서.
글렌킨치 12년
글렌킨치 12년은 디아지오가 선보인 ‘클래식 몰트’ 시리즈 중 하나다. ‘클래식 몰트’는 디아지오가 보유한 수많은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지역별 대표를 선보인 시리즈다. 글렌킨치 12년이 대표하는 지역은 로우랜드. 대도시가 많은 로우랜드 특성상 증류소가 별로 없다 그. 럼에도 글렌킨치 증류소는 1873년부터 이어져 역사가 깊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거대한 증류기를 사용하는 특이점도 있다. 증류기가 크면 증기가 위로 올라가다 식는다. 그 과정에서 무거운 향과 맛이 아래로 떨어져 가벼운 풍미가 남는다. 로우랜드 위스키의 특징은 가볍고 연한 맛이다. 향도 시트러스, 꽃, 풀 같은 상큼함을 풍긴다. 글렌킨치 12년 역시 증류기의 구조적 특징을 통해 자연스레 로우랜드 위스키의 특징을 품었다. 시트러스 풍미가 전체를 관통하면서 가볍게 과일의 맛도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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