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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시계

대니얼 크레이그의 신형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을 차보며 생각한 것.

UpdatedOn February 04, 2025

영국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는 1968년에 태어났다. 올해로 만 쉰일곱 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같은 원숭이띠다. <007> 시리즈 때문에 대부분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이 베테랑 배우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70편이 넘는다. 그중에는 <나이브스 아웃>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 호평을 받은 작품들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007>에서 은퇴한 대니얼 크레이그를 볼 때마다 제임스 본드의 얼굴을 떠올린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여전히 오메가를 찬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오메가를 소개하는 장면은 19년 전 <007 카지노 로얄>의 몬테네그로행 열차 신에서 등장했다. “롤렉스?” “오메가”로 이어지는 짧은 대사는 PPL 역사상 유명한 대사 중 하나로 남았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007> 시리즈에 출연하는 15년 동안 늘 오메가를 찼고, 스크린 밖에서도 그의 왼쪽 손목에는 오메가가 있었다. ‘대니얼 크레이그-007- 오메가’ 삼위일체의 매력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세월이 오래된 만큼 신선함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파리 올림픽에서 대니얼 크레이그가 착용한 시계 하나가 화제였다. 아직 한 번도 출시된 적 없는 컬러와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보이는 시계가 대니얼 크레이그가 착용했던 바로 그 모델이다. 2024년 11월 출시된 신형 모델로, 정식 모델명은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시계는 007 협업 모델이 아니다. 007 에디션에 적용된 케이스백의 007 오프닝 시퀀스 장식, 영국군을 상징하는 ‘브로드 애로’, 권총이 붙은 ‘007’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전체 디자인은 2020년 출시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007 에디션’을 대부분 계승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브레이슬릿이다. 지금 오메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0개 넘는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 뜨지만, 그중 메시 브레이슬릿이 적용된 시계는 007 협업 모델뿐이다. 메시 브레이슬릿은 손으로 쓸어내리면 강철로 만든 뱀가죽을 만지는 듯하다. 덕분에 손목 위에서 은색 가죽을 찬 듯한 인상을 풍긴다. 우아함. 이 시계의 첫인상이었다. 씨마스터의 뿌리는 다이버 워치, 즉 특수 목적 시계다. 케이스 크기가 42mm에 달하는 다이버 워치에서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좀처럼 힘들다.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 레퍼런스 210.30.42.20.01.010 ◦ 케이스 지름 42mm ◦ 러그 너비 20mm ◦ 두께 13.8mm ◦ 케이스 소재 스테인리스 스틸 ◦ 방수 300m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 스틸 ◦ 무브먼트 오메가 8806 ◦ 기능 시·분·초 표시 ◦ 파워 리저브 55시간 ◦ 구동 방식 오토매틱 ◦ 가격 940만원

앞서 언급했듯 이번 시계는 스페셜 에디션도, 한정판 모델도 아니다. 때문에 일반 다이버 300M과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날짜창이다. 기존 6시 방향에 있던 날짜창은 007 에디션과 동일하게 생략됐다. 데이트창이 없어지면서 기존 사용되던 칼리버 8800에서 날짜 기능을 덜어낸 칼리버 8806을 탑재했다. 파워 리저브는 55시간.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아 일 오차 0~+6초 수준의 정확성을 보장한다. 소재도 눈여겨볼 요소다. 기존 다이버 300M 베젤은 세라믹 소재로 만들어 번쩍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반면 신형 모델의 베젤 소재는 알루미늄으로 바꾸면서 무반사 처리를 더했다. 다이얼도 마찬가지다. 세라믹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했고, 기존보다 파장이 짧은 물경 모양 패턴을 새롭게 적용했다. 여기에 다이얼부터 베젤, 핸즈, 인덱스까지 케이스 안의 모든 요소를 블랙과 화이트만으로 구성해 훨씬 간결하고 깔끔한 인상을 풍긴다. 혹자에게는 화려한 컬러와 광택이 시계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에서 차기에 부담스러운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신형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여러모로 미묘한 시계다.

제임스 본드의 흔적을 지웠지만, 여전히 ‘제임스 본드 시계’를 차는 즐거움을 남긴다. 일반적으로 신형 모델은 기존 모델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추가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시계는 반대다.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 색을 빼고, 부품을 없애고, 장식을 줄이는 식으로. 좋아할 이유를 더하는 대신, 싫어할 이유를 덜어낸 것이다. 덕분에 가격도 가벼워졌다. 신형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브레이슬릿 버전 기준 940만원이다. 일반 다이버 300M보다는 80만원 더 비싸지만, 007 에디션보다는 540만원 저렴하다. 1993년 출시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오늘날 오메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 중 하나고, 앞으로도 그럴 시계다. 그 여정의 대부분을 제임스 본드가 함께했지만, 본드의 흔적을 지워도 그 매력은 여전해 보인다. 대니얼 크레이그가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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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박도현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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