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 천덕꾸러기 냉장고 재료의 신분 상승 프로젝트’라는 캐치프레이즈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방송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른바 ‘쿡방’의 전성시대를 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흘러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역대급 히트를 기록하면서 셰프들의 요리를 중심으로 쿡방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올라갔고, 마침 방송 10주년을 맞아 시즌 2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MC 콤비 김성주, 안정환 그리고 시즌 1을 대표하는 김풍, 이연복, 최현석, 정호영 셰프를 비롯해 <흑백요리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드워드 리, 최강록, 윤남노 등이 출연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시즌도 포맷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매 에피소드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만의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본격적인 요리 경연 프로그램들보다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다양한 출연진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담긴 식재료가 가득한 냉장고를 훔쳐보는 재미부터, 각기 다른 냉장고 속 식재료를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창의적인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셰프들의 아이디어와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이렇게 우리에게 가까운 ‘냉장고 재료’에서 ‘요리’가 탄생하는 광경을 몇 차례나 지켜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우리 집 냉장고 안에는 뭐가 있더라 하고 뒤적여보게 된다. 하지만 셰프가 아닌 우리가 냉장고 재료를 처리하는 방법은 뻔하다. 가끔은 특별하고 제대로 된 ‘냉장고를 부탁해 스타일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집에 있는 재료들로는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럴 때 조금은 특별한 맛과 향을 더하면서 평범한 재료들을 ‘신분 상승’시켜주는 비밀 무기가 있다면? 냉장고 재료로 특별한 요리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을 위해 일식, 중식, 양식, 디저트 전문가들에게 ‘냉부해’ 스타일 요리를 위한 비밀 무기를 하나씩 추천받았다.
“강렬한 붉은색이지만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약간의 쌉쌀함과 스모키한 향이 어우러져 폭넓은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01 시오콘부 김재훈 셰프(이와자루)
일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아시안 푸드를 선보이는 이자카야 ‘이와자루’를 운영하는 김재훈 셰프가 추천하는 특별한 식재료는 ‘시오콘부’다. 일본 요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오콘부는 다시마에 소금, 간장, 설탕, 미림 등으로 맛을 더하는데,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얇은 조각이나 잘게 썬 가닥 형태로 판매해 건조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하기도 쉽다.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별도의 조리 없이 풍부한 감칠맛을 더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 식자재를 취급하는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특별히 추천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쿠라콘 제품이 가장 구하기 쉽다고 한다.
김재훈 셰프는 “감칠맛과 짠맛이 담겨 있기에 요리가 뭔가 심심하다 싶을 때 넣으면 딱 좋은 ‘킥’이 된다”며 시오콘부의 넓은 활용도를 설명한다. “이자카야에서 양배추에 시오콘부와 간단한 드레싱만으로 샐러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집 안에 먹다 남은 각종 채소들을 순식간에 감칠맛 넘치는 이자카야 스타일 샐러드로 변신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요즘 배달 회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올리브오일과 레몬주스 혹은 사과식초를 1:1 비율로 섞고, 소금과 후추를 살짝 더한 후 다진 시오콘부에 곁들여 회를 듬뿍 찍어 먹으면 훨씬 풍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소스가 된다는 비법도 공유했다. 출출할 때는 시오콘부만 간식처럼 먹어도 별미라고.
02 라조장 김영일 셰프(시옹마오)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중식 기반의 아시안 푸드를 추구하는 ‘시옹마오’의 김영일 셰프는 어떤 요리에나 중식 특유의 향과 맛을 더할 수 있는 조미료 ‘라조장’을 냉장고 속 재료들의 신분 상승을 위한 비밀 무기라고 소개한다. 라조장은 고추를 베이스로 마늘, 생강, 간장, 식초, 설탕 등을 첨가한 매운 소스의 일종이다. 그는 특히 라조장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자랑하는 ‘라오간마’ 브랜드 제품을 추천한다고. 고추기름에 다양한 부재료를 더한 라오간마 제품은 매콤함에 특유의 식감과 고소함을 더해 중국에서 국민 조미료로 불릴 만큼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당연히 세계적으로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고,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김영일 셰프는 라오간마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 중에서도 땅콩이 들어간 ‘칠리 크리스프’를 주로 사용한다. 라오간마의 대표 제품으로, 말린 고추 조각, 발효 콩, 땅콩이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어우러져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식당에서 일하던 시절 직원식의 채소볶음에 라오간마 제품을 처음 써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라오간마 제품이 복합적인 맛이 있는 데다 중식의 많은 요리에 어울리기 때문에 현재 매장에서도 어향가지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중이며, 집에서도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라면에 넣어도 볶음밥에 넣어도 손쉽게 풍부한 향미를 더할 수 있다”고 하니 도전하기도 어렵지 않다.
03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 전명호 셰프(르프리크)
클래식하고 진정성 있는 내슈빌 핫 치킨 버거와 다양한 스몰 플레이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버거 다이닝 ‘르프리크’의 전명호 셰프는 냉장고의 여러 재료를 업그레이드시킬 무기로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를 꼽는다.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는 스페인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향신료다. 파프리카를 건조한 후 훈연 과정을 거쳐 곱게 갈아 만드는데, 독특한 훈제 향과 풍부한 풍미가 특징이다. “강렬한 붉은색이지만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약간의 쌉쌀함과 스모키한 향이 어우러져 폭넓은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왕이면 세계적으로 좋은 품질로 정평이 난 라치나타의 제품을 추천한다.
전명호 셰프는 요리를 처음 배울 때 고기의 잡내를 잡고 복합적인 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단계에 살짝 뿌리기만 해도 특유의 훈연 향과 단맛, 매콤함이 어우러진 다층적인 맛으로 요리의 매력을 끌어올린다”며, 이 ‘마법의 가루’를 스테이크나 생선구이부터 파스타, 리소토, 수프, 오믈렛, 샐러드에도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팬에 베이컨을 구운 뒤에 알배추나 로메인 같은 단단한 잎채소를 구워서, 레몬, 소금, 후추를 더한 뒤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를 뿌리면 와인에 곁들일 스몰 플레이트로 더할 나위 없다”며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했다.
04 그린 카르다몸 파우더 이재연 파티시에(로즈스튜디오)
독특한 디자인의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로즈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재연 파티시에는 어느 집에나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비밀 재료로 그린 카르다몸 파우더를 추천한다. 그린 카르다몸은 기후가 온화한 인도,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에서 재배하는 씨앗으로, 이것을 가루로 만든 것을 카르다몸 파우더라고 한다. 향긋하면서도 스모키한, 굉장히 특별한 맛과 향의 향신료다. 대부분 비슷한 지역에서 재배, 수확하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경우가 아니라면 브랜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일반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온라인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재연 파티시에는 “처음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독특하고 익숙하지 않은 향에 처음엔 놀랐지만, “인공적인 향을 선호하지 않는 임에도 카르다몸이 지닌 꽃향기와 스파이시함의 조화는 색다르게 끌렸다”고 말한다. 특히 “시나몬, 생강처럼 짙고 따뜻한 계열의 향이라 가을,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하니 지금 시도하기 딱 좋다. 집에서 카페라테를 마실 때 아주 소량만 더해도 새로운 맛으로 즐길 수 있고, 집에서 먹다 남은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 위에 흩뿌려주면 순식간에 고급스러운 디저트로 변신한다. 홈 베이커라면 매번 ‘바닐라 맛’으로 만드는 레시피에 소량 추가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디저트류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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