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하는 거 같아요.” 브랜드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Z세대’에 관한 얘기다. “기자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그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들어보세요.” 그녀는 신입 사원에게 쌓인 게 많은 듯 하소연을 했다. “회식 자리에서 조금 앉아 있더니 운동 가야 한다고 일어서더라고요. 업무 지시를 할 때도 제가 눈치를 봐야 할 정도예요.” 회사의 막내, 자연스레 Z세대에게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에게 Z세대는 무엇일까 싶어진다.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쯤 되는 존재려나.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1999년에 태어나 <아레나> 매거진 막내 포지션으로 근무 중인 나는 곤란하기 짝이 없다. ‘우리 선배도 이렇게 생각하시나? 혹시 이거 내 얘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Z세대는 1995년생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다. 흔히 말하는 ‘MZ’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한데 묶은 단어다. 1981년부터 2009년 출생을 모두 포함한, 군사정권 시기를 겪지 않은 민주화 이후의 신세대다. 현 사회가 보편적인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세대는 정확히 말하면 Z세대다. 사회가 바라보는 그들의 특징은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것. 내가 느끼는 바는 ‘이해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겐 이전 세대가 부르짖던 결속이 없다. 공동체로 함께 겪은 시대의 아픔이 없다 보니 공동의식은 세대를 거듭하며 점차 옅어졌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함께 잘 살자’에 가치를 두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초점은 점점 더 개인에게 맞춰지고 자신의 만족이 최우선인 사회로 변모했다. 그렇게 기존 세대가 말하던 서구의 개인주의를 닮아가는 것이다. 세대 간의 충돌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곳은 단연 사회다. 서로의 이해와 화합을 도와보고자 팀장급 시니어에게 모은 질문을 들고 이제 막 사회라는 공간에 발을 들여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막내들을 찾아갔다.
코코는 2000년생으로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어린 인터뷰이다. 진솔한 답변을 받기 위해 사명 없이 닉네임을 사용했다. 그녀는 온라인 웹 매거진에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맡으며 에디터로 근무한다. 지면 잡지와 달리 웹 매거진은 온라인 매체의 특성상 더욱 젊은 감각이 요구되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불만 없이 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 바라는 한 가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줏대를 가져라’. 과감한 대답이다. 2000년생이 회사에 고하는 단 한 가지가 ‘줏대를 가져라’라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 회사는 가고자 하는 방향과 색깔이 불분명하고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회사의 방향성이 쉽게 움직여요. 좋게 말하면 유연함이고 달리 말하면 불안정함이 크죠. 회사의 결정은 팀원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유 없는 고집이 아닌 영양가 있는 주관이 필요해요. ‘우리 채널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만큼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볍게 말한 답변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경험을 통해 우러나온 회사를 향한 일침이다.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바라보며 회사에 애정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일침은 애정이 없으면 뱉기 힘들다. 정당한 업무 지시와 부당한 사적 지시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말 그대로 직무와 관련이 없는 과도한 요구, 권한을 비상식적으로 남용하거나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는 등 ‘불필요한 부분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사적 지시라고 봐요. 추가로 사적 업무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불분명한 지시와 수정 요청을 반복하고, 무책임한 피드백을 주는 것도 부당한 업무 지시고요.”
“사회가 바라보는 그들의 특징은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것.”
쿠키는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으로 탄 장거리 비행기의 옆자리에 앉은 것이 인연이 되었다. 그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아는 글로벌 IT 기업에서 일한다. 문화예술 계통을 벗어난 직군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불쑥 안부를 물으며 인터뷰를 청했다. 글로벌 기업이면 영어 이름을 쓰나요? “영어 이름을 많이 쓰지만 저는 본명을 씁니다. 직급이나 호칭은 없고 이름을 불러요.” 질문의 의중을 파악한 듯 그는 덧붙여 자율 좌석제도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런 시스템이 수평적 구조를 만드는 데 실제 도움이 됩니까?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직급이 없으면 의사소통 능률이 월등히 좋아져요. 자율 좌석제는 가족끼리도 자주 안 봐야 화목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꼭 필요할 때만 대면하니까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세대 갈등이 일어날 만한 상황 자체가 별로 없네요. “월요일에만 대면 미팅을 주 1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만났을 때 배려하는 분위기에서 웃으면서 보게 돼요.” 회사 내 세대 갈등은 관료제의 습성에서 비롯된다. 그가 일하는 기업은 말로만 들으면 젊은 세대가 선망하는 최고의 직장 같았다. 그럼 상사와 세대가 달라 갈등을 빚는 부분은 전혀 없나요? “다른 부분에서 힘든 건 있지만 세대 갈등에 관해선 말씀하신 대로 부딪힐 상황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막내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트렌디한 문화를 도입해 팀 런치나 팀 액티비티를 할 때 요즘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 많이 물어보세요. 유행하는 식당, 카페, 활동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사실 저도 잘 몰라 죄송합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업무를 하고 싶을 때.
그런 행실이 버릇없다는 의견에 ‘뭐야?’ 하는 반항심이 들 때 세대 차이를 느끼는 거 같아.”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막내가 공통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은 소통이었다. 의미 없이 잦은 회의나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 소통에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었다. 얼마 전 취직에 성공해 갓 막내가 된 사람이라면 더욱 절실히 느낄 것 같아 시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나의 오랜 친구로 얼마 전 웹 디자이너로 취직에 성공했다. 너는 스스로가 Z세대라고 느껴? “때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정도는 그렇지.” 어떨 때가 그런데? “개인주의적이라고 할 만한 행동에서 불편함이나 껄끄러움을 느끼지 못할 때. 예를 들면 식사를 따로 하고 싶다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업무를 하고 싶을 때. 그런 행실이 버릇없다는 의견에 ‘뭐야?’ 하는 반항심이 들 때 세대 차이를 느끼는 거 같아.” 회사에 적응하기 어려운 점은 없어? “대표님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향하는데 그 부분이 좀 곤란해.
무엇이든 다 같이 하는 걸 좋아하시거든. 밥을 먹거나 회의하거나 그런 거. 근데 회사는 직원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얼마 전에 연차 내는 걸로 눈치싸움을 좀 했거든.” 팀장이 되면 바꾸고 싶은 지점이 있어? “업무에 지장을 주는 일이 아니라면 눈치 주지 않는 팀장이 되고 싶어. 그리고 영양가 있는 의견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팀을 만들고 싶어. 일방적인 업무 소통이 지속되면 시선이 고정되는 것 같거든. 막내의 역할이 신선한 의견을 내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일 텐데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가능하다고 봐. 수직적 환경에서 막내에게 구조를 따르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라는 건 쉽지 않지.” 어찌 보면 젊은 세대가 별종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X세대의 첫 등장을 생각해보라. 그들 역시 뉴스에 오르내릴 만큼 저돌적인 신세대가 아니었나.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한다.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를 맞이하며 느끼는 이질감은 세대를 막론한다. 그저 세대의 변화를 인지하고 요구하는 바를 들으며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Z세대 역시 ‘꼰대’가 될 거다. 알파 세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꼬치 @증권사
1. 상사의 모습이 본인의 10년 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팀원 모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10년 후 그렇게 성장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2. 막내 사원의 특권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실수를 해도 어느 정도 너그러운 점이 아닐까? 아무래도 상사와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예뻐해주시는 거 같다.
3. 갈등 없이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환경은?
우리 회사는 오히려 상사가 개방적이다. 업무만 잘 진행된다면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한다. 상사가 나서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니 부담이 적고 만족감이 크다. 그리고 업무 부탁을 할 때마다 ‘고맙다, 미안하다’ 등의 표현을 해주는데 작은 말이지만 그러한 부분에서도 만족감이 크다.
쿠키 @IT 기업
1. 회사에 원하는 복지가 있다면?
안식휴가. 장기근속을 하면 한두 달 정도 회사가 서포트해주는 국내외 여행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2. 회사에 만족하는 부분은?
혁신적인 AI 기술을 활용하며 글로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에 합당한 보상.
3. 막내 사원의 특권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점이 확실히 특권이라고 느껴진다.
짝잔 @광고 제작사
1. 부당하게 느껴지는 업무 지시는?
사적인 감정을 업무 지시에 포함하는 것. 직장 상사와 개인적인 트러블이 있을 때 업무량을 늘린다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감정을 섞어 업무를 배당하는 것은 부당하다.
2.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처음 입사 후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기간이 가장 어려웠다.
3. 회사에 원하는 복지가 있다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직업 특성상 회사에 복지를 바란다는 게 어렵다. 이 일을 계속한다면 복지를 생각도 하지 않게 되는 게 현실이다.
제이 @무역회사
1. 정당한 업무 지시와 부당한 사적 지시는 어떻게 다른가?
정당한 업무 지시는 메일로 더 높은 직급의 상사를 참조로 포함해 지시하는 것. 부당한 사적 지시는 구두 혹은 메신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
2. 팀장이 되었을 때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팀 분위기. 의무적인 회식과 지나치게 잦은 회의를 없애고 싶다.
3. 회사에 바라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오직 단 하나. 연봉 인상.
텐탁 @회계법인
1. 좋은 상사란?
성과를 잘 챙겨서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상사 혹은 일하는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사.
2. 부당하게 느껴지는 업무 지시는?
본인 업무를 편하게 하기 위해 지시하는 업무. 그럴 때는 더 높은 직급의 이름을 빌려서 넘기는 편이다. 아직은 ‘그래도 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3. 회사에 원하는 복지가 있다면?
자기 계발을 위한 수당이나 복지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구내식당의 임직원 할인율이 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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